정보를 로딩합니다.>>>>성공했습니다.
의식의 바다 완전 검증 중>>>>실패: 데이터가 누락됐습니다.
기존 정보만 로딩하시겠습니까?
분석 중입니다.>>>>>>>성공했습니다.
불완전한 기억이 근원 추적 장치에 의해 하나둘씩 빛내며 추운 밤 등불이 되어 방문객 앞에 펼쳐졌다.
여기 레이난이야. 말한 위치에 도착했고 부상을 입어서 기체 정비가 필요해.
그 임시 거점에 의료 상자가 있으니 알아서 해결해.
날 좀 데려가 줘. 내가 단말기를 분실했는데, 그게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해.
확인해 봤는데 위치 정보가 차단됐어. 고장 났거나 비앙카가 가지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노출된 널 받아들이는 건 우리로선 리스크가 너무 커. 우리와 계속 협력하고 싶다면 비앙카를 제거해.
방금 전의 전투 기록을 확인했을 텐데. 매복한 침식체와 조력자가 있었다 해도 우리 셋으론 그 마녀를 이길 수 없어!
마녀가 중상을 입은 지금, 조금만 더 하면 될 거야.
근데 다른 이들은 다 죽었고 나도 중상을 입었어. 사람을 좀 더 보내줘.
사람은 네 뒤에 있는 방 안에 있어.
아?
레이난은 어리둥절해하며 뒤돌아봤다.
난민 몇 명밖에 없는데.
그거면 충분할 거야. 그들을 데리고 "그 예배당"으로 가. 우리는 인원을 파견해서 비앙카가 예배당에 가서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테니까.
대장이 그런 거에 속을까?
우린 우리의 계획이 있어. 넌 몰라도 돼.
그 난민들이 내 말을 들어?
그들은 적음신계에서 "이탈한" 신자들이야. 그들한테 예언자가 그들을 제단으로 이끌 거라고 말해놨어. 넌 그냥 예언자 연기만 하면 돼.
이탈... 하... 나도 너희들한테서 이탈한 배신자겠지?
알면 됐어. 이번이 네 마지막 기회야.
난 승격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너희들의 계획에 협력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
네게 선택지가 있을 것 같아? 네 대장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결말이 변하지 않더라도 너희들을 끌어들일 순 있어.
너 처음 왔을 때, 누군가가 네 역원 장치를 "강화"해 준 거 기억나? 우릴 배신하면 어떻게 될지는 직접 시험해 보든가.
이런 빌어먹을…!
원망할 거면 너 자신이나 렌을 원망해. 모두 너희들 스스로 한 선택이잖아.
데이터가 손상됐습니다.>>>>관련 정보 검색 중입니다.
로딩에 성공했습니다.>>>분석을 시작합니다.>>>>>>>
혹사, 레이난의 침식이 곧 임계치를 넘을 거 같아. 제발 레이난을 구해줘!
벌써 세 번이나 도와줬잖아. 이번엔 공짜가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알고 있겠지?
세... 세 번? 렌... 너 설마 전부터 승격자랑...
우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야. 렌. 공중 정원이든 정화 부대든 항상 너희들을 이런 위험한 곳에 파견하는구나.
뭐. 이해해. 퍼니싱이 모든 구역에 침투된 지금 너희 같은 일반 병사에겐 안전한 곳은 없겠지.
그때, 승격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넌 진작에 침식체의 일원이 됐을 거야. 그렇지?
내가 뭘 하면 돼?
렌. 안 돼! 승격자를 도울 순 없어!
그를 용서해 줘. 그는 단지 살아남아서 널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넌...
데이터가 손상됐습니다.>>>>관련 정보 검색 중입니다.
로딩에 성공했습니다.>>>분석을 시작합니다.>>>>>>>
레이난. 미안해. 결국 네가 날 직접 처단하게 했네.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너 자신을 원망하지 마.
빨리해. 레이난!
잘못은 여기서 끝내고 넌 똑바로 살아.
우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렌.
미안. 이번에도 임무가 있어서 못 갈 것 같아.
처음엔 그저 렌이 약속을 어겼을 뿐이었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우린 누구도 그녀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고 배웅하지도 못했어.
그래서 매년 오늘, 이 기념비에 와서 꽃을 드리기로 했잖아. 네가 약속을 어긴 것도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너도 세 번은 어겼잖아.
렌! 지금 내가 누구 책임인지 따지고 있는 거로 보여?!
미안. 다음 달 오늘은 꼭 갈게.
음... 다음 달?
응. 다음 달은 네 생일이기도 하잖아. 기동일은 소대의 대원들과 함께 축하할 수 있지만 생일은 같이 지내기로 약속했으니까.
알았어. 이번은 용서해 줄게.
하지만 다음 달에 전해져 온 건 렌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렌이 간신히 한가해지게 됐을 무렵, 센 부대장님이 이끄는 소대가 위험에 처했고 난 중상을 입었다.
센 부대장님의 말이 맞아. 우린 눈앞의 전투에 집중해야 해. 그리고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을 때야 비로소 함께 있을 수 있어.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병사가 몇이나 될까?
약속을 계속 어기는 놈이 할 소리야?
손을 흔든 레이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송기에 올랐다.
악착같이 살아남아 봐. 인연이 있으면 전장이나 생명의 별에서 만나게 되겠지.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처음은 아니었다.
하나하나의 작은 실망이 쌓여 침묵의 장벽을 만들어 냈다. 우리의 소통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매일 반복되는 전투와 구조에 많은 불만이 쌓여 있었다.
짜증 나. 저 사람들은 구해봤자 스스로 뛰쳐나갈 게 뻔한데 뭐 하러 구해?
맞아. 이대로라면 우리 쪽이 그 자식들보다 먼저 죽게 될 거야. 왜 우리처럼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들이 먼저 죽어야 하는 건데? 왜?
부대 내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고, 이런 임무를 맡은 비앙카 대장을 원망했다.
구조는 의회의 명령이야. 최근 몇 년간, 집행 부대의 부담은 과부하 상태이기도 했고, 비앙카 대장님도 그들을 돕는 게 우리 자신을 돕는 거라고 늘 말씀하셨잖아.
아직도 비앙카 편을 드는 거야? 어차피 약속도 지키지 못할 거 죽을 때까지 싸우기나 해! 너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아니. 난 그저 환경이 이러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어... 레, 레이난...
자신에게 "난 이별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음에도, 렌을 직접 처단할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건 단순한 사별의 아픔이 아니라 후회의 아픔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만 더 소중히 생각했다면, 이런 결말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을 저주하지 않고 당당하게 죽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안녕. 오랜만이네. 음,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닌가. 참, 정화 부대 대장이 근처에서 센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지?
…………
렌은 어때? 요즘 통 보이지 않던데...
렌이 정화 부대를 배신해서 내 손으로 처리했어.
네 손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보라색 머리의 승격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렌을 처음 구했을 때가 기억나네. 그는 침식체 무리 속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못다 한 약속이 있다고,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고 소리쳤었어.
…………
두 번째로 구해줬을 때, 렌은 변하고 싶다고 했어.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어서 소원을 이룬 다음 죽어도 승격자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했었지.
세 번째로 구해줬을 때, 렌의 소원은 무산됐어. 소대 변동 신청이 거절됐고, 너한테 보낸 메시지도 답장이 없었지?
그때 렌을 구해주니까 나한테 모든 걸 털어놓더라고. 자신이 수없이 약속을 어기게 되면서 너한테 수없이 많은 상처를 줬다며, 기회가 되면 사과하고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했었어.
난 운명이 더 이상 너흴 농락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결국 렌이 네 손에 죽어버렸네?
렌을 구하지 말았어야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렌이 한 모든 건 널 위해서였어. 그런데 구해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정의롭고 착하다고 자부하는 착한 아이 중에서도 너처럼 매정한 이가 있는 줄은 몰랐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승격자와 이 정도로 엮일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동료를 버리고, 시신으로 지구의 상처를 봉합하려고 했어?
……!
아직도 렌이 약속을 어긴 것 때문에 원망하고 있는 거야?
아니... 난 렌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리고 렌도 기대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서서히 멀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
렌이 기대하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후회는 사랑이나 증오보다 더 길어지는 감정이니까.
혹사는 자기 몸을 감싼 퍼니싱을 제어한 뒤, 레이난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레이난. 난 렌을 구하고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이야. 아무리 내가 승격자라도 누군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틀린 건 아니잖아.
혹사는 슬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렌이 신경 쓰여?
당연하지! 렌은 죽었지만 난 여전히...
후회하고 있구나. 너희들은 똑같네.
렌의 기체와 의식의 바다 잔류는 아직 공중 정원에 남아서 기억 조사를 받고 있을 거야. 그를 데리고 온다면 렌을 만나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넌 그냥 날 유인해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거잖아.
대가는 필요 없어. 아직 실험 중이라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곤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시도해 볼래?
실험? 무슨 실험?
혹시 크틸라 계획이라고 들어봤어? 그 계획이 남긴 성과인 "그녀"가 우리한테 있어.
뭐라고?! "크틸라"가 아직도 있어?
그래. 그 쌍둥이를 낳은 이중합 모체에 그녀의 공이 남겨져 있어.
렌의 마지막 소원인 너와의 약속을 이룰 수 있게 렌을 데려와 줘.
…………
시간이 없어. 난 적조를 바다로 유입한 주모자로서, 네 대장에게 "정의의 심판"을 받으러 가야 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얘기하자. 하지만 그때가 되면, 네가 나한테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설명해 줘야 해.
왜 죽을 걸 알면서도 가는 거지?
벌을 받고 타인의 화풀이 상대가 돼주는 건 "나쁜 아이"의 역할이니까. 이건 내가 치러야 할 대가야. 그리고 이 일이 없더라도 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물론... 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칠 거야. 잘 있어, 레이난.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혹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를 찾기 위해 그와 관련된 흔적을 찾아다녀야 했다.
너희들이 뭘 하는지 알고 있어. 증거도 확보했어.
허, 증거를 확보하고도 대장한테 이르지 않은 걸 보니 거래하고 싶은가 보네.
쳇, 너희들 승격자랑 아직 연락하고 있지?
그렇다면?
그럼... 혹사가 어디 있는지 알아? 실종된 지 꽤 됐는데, 정화 부대도 그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알아서 뭐 하게?
그와 약속한 게 있어. 그래서 그를 다시 만나야 해!
그런 거라면 우릴 좀 도와줘. 우리 동료가 된다면 먼저 특화 기체를 교체 받을 수 있어. 네 그 낡아 빠진 기체도 변경될 때가 됐잖아.
혹사는?
조만간 올 거야. 그때까지 우리 계획을 도와줘.
데이터가 손상됐습니다.>>>>관련 정보 검색 중입니다.
로딩에 성공했습니다.>>>분석을 시작합니다.>>>>>>>
예언자님. 앞에 있는 것이 바로 저희의 제단이에요.
알았어.
오랜만에 돌아오는 건데 제단이 무사한지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말게. 신께서 이 땅을 지켜주실 걸세. 해머도 종종 들러서 관리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예언자님. 우린 신계의 아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그분은 저와 약속... 예언자님?
이봐. 난 이미 예배당에 도착했는데, 그녀는 언제 와?
일단 예배당 안에서 대기하고 있어. 우리... 쯧! 쓸모없는 놈들!
무슨 일이야?
확인해야 할 상황이 있어. 넌 일단 거기서 대기해!
잔류 데이터 읽기를 완료했습니다.>>>>
로딩 장면을 기록합니다.>>>>성공했습니다.
지휘관님. 저에게 바짝 붙어 계세요.
비앙카의 표정이 긴장한 것 같았다.
네. 꿈과 같은 전개라면 예배당 내 수많은 침식체가 숨어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