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백일몽 속의 순회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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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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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무는 처음부터 함정이었다.

배신자들이 정화 부대 대장을 위해 설치한 덫이자, 비앙카가 배신자들을 위해 설치한 덫이기도 했다.

그동안 비앙카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파악했는지 용의자들에게 흘렸고, 그들이 자신을 입막음하게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다만... "밝고 솔직한" 레이난도 배신자가 됐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도 살아 있다니, 역시 마녀답네.

폭발하는 순간, 비앙카는 자신을 붙잡은 레이난의 손을 절단한 뒤, 수송차에서 뛰어내렸다.

폭발의 여파는 둘의 기체에 많은 상처를 남겼고, 수송차에 있던 보급품도 잿더미로 변했지만 둘은 목숨을 건졌다.

당신도 배신을...

맞아. 대장의 말처럼 가장 견고한 굴레는 쇠사슬이 아니라 안전한 집이야.

미래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누군가가 약속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어.

승격자들이 겨울 계획을 통해 한 약속은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해요.

그게 뭐 어때서?!

레이난 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오랫동안 이곳에 매복해 있던 구조체 대원 두 명이 폐허 속에서 걸어 나왔다.

(총 3명. 이것마저도 그 "꿈"과 맞아떨어지는 건가... 다음은 "인체 실험과 약자의 희생은 진화의 필연이다"라고 말할 차롄가?)

너도 그렇고 의회 늙은이들도 똑같아, 인체 실험이란 단어만 듣고 엄청 놀란 모양인데. 따지고 보면 그 신자들은 쓸모없는 놈들이잖아, 왜 그건 생각하지 않는 건데?

그들은 공중합체 적응성도 없고, 어리석은 데다 미신에 눈까지 멀었어. 심지어 보육 구역 재건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실험 재료로 쓰면 어때서?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우리처럼 의식의 바다가 불안정한 구조체도 충분히 강력한 특화 기체를 쓸 수 있고,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특화 기체 적응성이 없는 구조체를 위해 공중합체 적응성이 없는 사람을 희생시킨다면, 승격자들과 또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당연히 다르지. 우리의 목표는 진정한 평화니까!

…………

비앙카는 그 데이터 잔해가 남긴 "꿈"이 기껏해야 희미한 단서만 제공했다고 생각했다. 설사 그 꿈의 결말이 현실이 되더라도, 그게 오늘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혹여 그녀가 미리 조사하기로 급히 계획을 변경한 것 때문에... 황금시대의 작품에서 흔히 나오는 "세계선 수속" 효과가 나타난 걸까?

그렇다면... 그다음의 결말은 명백했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려는 승격자도 있다고, 그들은 침식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고, 우릴 위해 그 능력을 사용했어.

이건 마지막 경고야. 우리 편에 서든 여기서 죽든 하나를 선택해.

설득해도 소용없을 거야. 이 반거충이 마녀는 아직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 구제 불능에 쓸모없는 사람들을 동정하는 거 보면 승낙할 리가 없어.

당연히 거절할 생각입니다만, 이건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정화 부대는 오랫동안 겨울 계획을 감시해 왔어요. 손바닥 보듯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초래한 결과와 부정적인 영향은 잘 알고 있어요.

"비밀 요원"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겨울 계획은 다이달로스와 그들의 "크틸라 계획"을 근본으로 한 것 같더군요.

뭐?

"크틸라 계획"에 대해 아는 자라면, 수십 년 전에 실행된 대규모 인체 실험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 계획에 붙여진 신화의 이름처럼, "크틸라 계획" 관련 연구자는 클론과 기억 백업을 통해, 죽은 자가 모체의 자궁에서 윤회와 재생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크틸라 계획"의 연구 단계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그건 모두 쓸모 있는 인재를 남기기 위한 것이었어. 그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굳이 잘못을 논하자면 뭐... 그 연구를 끝까지 못한 게 잘못이지.

그들은 후속 연구 방향을 바꿨고, 그 기술을 구조체 의식의 바다 복제와 개조에 사용했어요.

"크틸라 계획"에 참여했던 자들은 연구원들도 포함해 모두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생존자도 없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 계획이 왜 그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안다면, 당신들을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도 알겠죠.

지금 당장은 공중합체 적응성이 없는 인간을 죽이겠지만, 그다음으로 죽는 건 특화 기체 적응성이 없는 당신들일 겁니다.

실험과 희생의 끝은 무엇일 것 같나요? 새로운 품종으로 등장하는 인조 승격자인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수많은 죽음을 발판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건 안 돼요! 그건 필요한 희생이 아니라 학살이에요!

머나먼 미래와 눈앞에 있는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일지는 너도 잘 알 텐데!

죽음은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어. 살길을 찾고 싶다면 당연히 지름길을 찾아야지!

더 이상의 설득은 소용이 없겠군요.

"꿈" 속에서 이 전투의 결과가 예견됐음에도 비앙카는 한치의 두려움도 없이 무기를 들었다.

신이시여... 제 기도가 들리신다면, 부디 피해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나약하고 무기력한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전 동료였던 원수에게 다시 한번 칼날을 휘두릅니다. 이건 제 죄이자, 제가 속죄하는 방식입니다.

숙청을 시작하겠습니다!

원격 연결이 끊어지는 그 순간,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지휘관님 표정이... 무슨 일 있으세요?

루시아는 즉시 고개를 숙이고, 비앙카에게 통신 요청을 보냈다.

연결이 되지 않아요.

비앙카에게 다시 한번 통신 요청을 보냈지만, 결과는 같았다.

심흔 기체엔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앙카가 이유 없이 연결을 끊지는 않았을 거예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임무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보고할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혹시나...

통신이 닿지는 않지만, 비앙카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지 시도해 볼 수는 있어요.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다른 대원이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해 질 무렵, 눈이 오려는지 구름은 낮게 깔렸고, 바람은 차가웠다.

배신자와 침식체의 포위에서 벗어났을 때, 비앙카의 기체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한 비앙카는 비틀거리며, 눈으로 뒤덮인 폐허 속에 쓰러졌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흘러내린 새빨간 순환액은 흰 눈 위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지휘관과 원격 연결하던 팔찌, 그리고 단말기는 모두 방금 전의 전투에서 훼손됐다.

원격 연결이 끊어지고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 걸 알았을 때, 지휘관은 어떻게 행동할까?

비앙카

안 돼. 지휘관님이 오시면 안 돼. 레이난이 아직 살아 있어. 또 다른 배신자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의 기체 상태로 지원이 없는 비앙카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복부, 등, 침식에 의한 손상은 참을 만하지만, 움직이기 어려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왼손 손목 연결 부분은 망가졌고, 왼쪽 무릎 관절과 오른쪽 종아리에도 각기 다른 정도의 골절이 있었다.

지팡이검을 짚으며 이동하는 것조차 느린데 적이 순환액을 따라 찾아온다면 결과는 뻔했다.

비앙카

…………

모든 것이 외롭게 죽어가는 "미래"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곤경이나 배신은 처음이 아니었다.

구조체가 되기 전의 비앙카도 그 배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미래의 희망을 약속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웬 씨.

그 사람은 다이달로스사의 회장이라고 자칭했다.

웬은 방황하는 비앙카를 인정해 줬다.

그리고 비앙카에게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침식체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다이달로스에서 판매하는 건 "안전"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마워. 너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 소수(침식체)의 희생이 필요했다.

부상이 심각하네요. 늦어서 죄송해요.

비앙카는 웬이 말한 "소수"가 침식체를 가리킨다고 믿었다.

구조체 병사

쳇, 이번 상품에 문제만 안 생겼으면, 우리만으로도 쉽게 해결했을 텐데.

비앙카

상... 품이요?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비명을 듣고서야 그 침식체들이 다이달로스에 의해 만들어졌고, 비앙카 자신 또한 실험 중의 일환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그날 밤, 비앙카는 아직 알지도 못하는 정화 부대와 합세해 다이달로스를 숙청했다.

비앙카는 이를 계기로 공중 정원에 가입하게 됐고, 정화 부대의 일원이 됐다.

다이달로스에 관한 건 모두 끝났어야 했다…

비앙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계획", "실험", "상품", "회장"이라는 가지들은 잘려 나갔지만, 지하로 길게 뻗은 뿌리는 다 뽑을 수 없었다. 진정한 지도자는 여전히 사람 속에 숨어 있었다.

계획은 이름을 바꿨고, 실험실은 위치를 바꿨다. 주모자 "웬"은 죽은 후 "쿠로노 배신자"로 몰려 모든 죄를 떠안게 됐다.

그리고 그가 남긴 자산은 "몰수"라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쿠로노 그룹에 흘러 들어갔다.

잠재적 위험은 아직 다 근절되지 않았다.

정화 부대는 "다이달로스"에 대한 추적을 포기한 적이 없었지만, 다이달로스의 야심은 의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 좋게 꾸며져 있었다.

비밀 요원1

위에서도 이익만 챙길 수 있다면, 그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것 같아. 대장. 그들을 계속 감시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당연히 의미가 있죠. 이익이 있다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거든요.

그때, 레븐쉬가 불러온 참극은... 누군가가 관련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레븐쉬가 미끼를 물 수 있도록 떠밀었기 때문이에요.

비밀 요원1

관련 계획? 겨울 계획의 전신, 악명 높은 "크틸라 계획"을 말하는 건가?

맞아요. 유혹에 넘어간 게 레븐쉬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거예요.

의회가 그것을 묵인한다 해도 전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정화 부대의 업무는 군부나 다른 부서와 협력해서 배신자를 체포하거나 침식체를 처리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감사원과 협력해 선을 넘는 행위를 암암리에 조사하는 데 집중했다.

정화 부대는 종말의 혼란 속에서 질서가 붕괴하지 않도록 가장 기본적인 법률을 수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패함과 욕심은 전란을 틈타 수많은 정화 부대 대원들한테까지 침투했다.

비앙카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실험에 학살당했던 생명을 직접 보내줬고, 참혹한 현장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리고 자신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던 이들이 같은 결말을 맞이하는 걸 무수히 봤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겨울 계획과 배후에 있는 주모자의 잔인함을 더더욱 잘 알게 됐다. 핏자국을 더듬어 과거를 되돌아보면 아직도 백골이 먼지 속에서 지르는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조사를 통해 얻은 몇 안 되는 단서조차 보고서에 적힌 내용보다 더 무서운 지옥을 떠올리게 했다. 그럼에도...

비밀 요원2

뭘 할 수 있겠어?

죽은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러 나오진 못해. 그리고 지상 전황이 긴박한 지금 크틸라 계획은 물론이고, 겨울 계획도 더 이상 막을 수 없고 청산할 필요조차 없을지도 몰라.

적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돼요.

비밀 요원1

대장. 배신자를 잡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번 행동에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해.

제가 무방비 상태인 것처럼 보여야 그들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어요.

비밀 요원1

알겠어.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한테 지원 요청해.

안 돼요. 그러면 당신들의 신분이 노출될 거예요.

비밀 요원2

그래도 혼자서 감당하지 마.

비앙카

콜록!

비앙카는 온 힘을 다해 심한 손상을 입은 기체를 지탱하며, 아직 얼지 않은 물웅덩이 옆으로 이동했다.

몸의 순환액을 씻어내고, 기체를 정비해야 해...

비앙카는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차가운 물을 떠서 기체를 씻었다. 그러자 빨간색 순환액이 물방울을 따라 물웅덩이에 떨어지면서 붉은 물결을 만들었다.

통각은 끊임없이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비상 정비와 재가동 수단이 바닥난 지금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비앙카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일 것이다.

비앙카는 고개를 들고 내리는 눈을 바라봤다.

비앙카

(혼자 감당하지 마...)

뼈저린 아픔과 추위 속에서 비앙카는 비밀 요원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면 좋을까?

비앙카의 단말기는 전투 중에 완전히 망가졌지만, 다행히 레이난의 단말기는 남아있었다. 손상된 정도로 봤을 때, 한 회 정도의 통신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섣불리 정화 부대에 연락하면 도청당할 가능성이 높고, 지원 온 인원에 배신자가 섞여 있어서 예상 밖의 전투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비앙카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지휘관님...

비앙카는 방금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지금 상황에선 더더욱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 "예언" 속의 미래에서 궁지에 몰린 비앙카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폐를 끼쳤다.

그들의 뛰어난 실력으로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그 전투로 인해 큰 손상을 입게 됐고, 비앙카와도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비앙카는 침식체의 일원이 돼 있었다.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지휘관의 표정에 눈물이 쏟아질 뻔했던 비앙카는 그걸 잊을 수 없었다.

침식체가 된 비앙카와 주변의 침식체들은 지휘관이 망설이던 그 순간을 틈타 지휘관에게 심한 상처를 입혔다.

인간의 선홍빛 피로 설원이 물든 그 광경이 비앙카의 기억 속에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꿈"의 힌트로 배신자의 정보를 알아낸 지금 "꿈"의 다음 힌트를 무시할 순 없었다.

앞으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레이난의 단말기에서 갑자기 진동이 전해졌다.

비앙카

지휘관님?

물웅덩이 옆에 앉아 있는 비앙카의 모습을 보더니, 지휘관은 잠시 머뭇거렸다.

비앙카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해요.

비앙카

생명에는 지장 없어요. 다만 관절이 손상돼서 당분간 전투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비앙카

아니요. 아직 조사해야 할 게 남아서 제 위치를 섣불리 노출할 순 없어요.

비앙카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앙카

고마워요. 지휘관님.

비앙카

그럼... 이 좌표로 이동해 시신을 확인하고 회수하는 작업을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부탁해도 될까요? 그들 시신에 정화 부대가 조사해야 할 단서가 남아 있거든요.

비앙카는 손상이 심한 단말기에 위치를 표시했다. 그러자 스크린이 그녀의 조작에 따라 깜박였다.

비앙카

모든 것이 밝혀질 때까지 이 임무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만 알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숨어있는 이가 누군진 저도 모르니 가까이 오는 사람을 경계하세요.

루시아

우리한테 맡겨요. 비앙카.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이 임무를 신중하게 수행할 거예요.

단말기 건너편에서 듬직한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앙카

전 어떻게든 기체를 정비하고, 배신자 행방을 혼자서 추적할게요.

비앙카

죄송해요.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관련 정보를 알려드릴 수 없어요.

비앙카

아니요. 이 임무에 변수가 너무 많아서, 거점에 가서 도움을 청하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에요. 아직 살아 있는 배신자가 승격자를 포함한 "동료"들을 부를 가능성이 높아요.

비앙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그들의 시신을 회수해 주는 것만으로도 정화 부대에 큰 도움이 돼요.

비앙카

저... 말인가요?

비앙카

절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비앙카

배신과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존재는 없다...?

비앙카는 낮은 목소리로 그 말을 반복했다. 문득 자신에게도 해당한다는 걸 처음 깨달은 것 같았다.

비앙카

그거 아세요? 정화 부대 소속 인원에게 방금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지휘관님이 처음이에요.

수녀인 비앙카가 무기를 든 순간, 주위엔 항상 "배신"과 "이별"이 존재했다.

비앙카

하지만 지휘관님 말씀처럼 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다만...

지휘관님이 괴로워하거나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앙카

…………

비앙카의 현실은 그 외롭게 죽어가는 미래와 조금씩 겹치고 있었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결말이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을 자신의 곤경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비앙카

지휘관님은 지키고 싶은 사람이나 물건이 있나요?

비앙카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면, 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해도 계속 다가가실 건가요?

비앙카

아니요. 전 완벽하지 않아요. 저도 물러서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전...

언젠가 덜 위험한 임무가 있다면 전 기꺼이 지휘관님과 동행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전 해를 끼친 자들을 용서할 수 없고, 지휘관님을 불필요한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더더욱 할 수 없어요. 만약 제가 지휘관님께 피해를 준다면...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비앙카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비앙카

지휘관님은 제가 거절해도 통신 위치를 찾아 쫓아올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비앙카

…………

비앙카

그럼...

비앙카는 미소를 지었다. 침식체가 되기 전에 자멸하더라도, 그 미래가 발생하게 놔두지 않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졌다.

이를 전제로 비앙카는 지휘관의 도움을 받아들이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했다.

비앙카

이건 제 위치와 교체해야 할 기체 부품 번호예요.

비앙카는 손을 들어 파손이 심한 단말기를 몇 번 터치했다.

비앙카

지휘관님. 여기서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