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백일몽 속의 순회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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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뒤덮인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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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의 상처가...

전 괜찮으니까 일단 움직이지 마세요.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는 수송기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려서, 우선 수송차로 돌아가서 치료하도록 하죠.

레이난을 일으켜 세운 비앙카는 그녀를 부축하며 천천히 수송차로 돌아갔다.

역시 비앙카 대장님은 대단해요. 그렇게 많은 이들이 몰래 기습했지만, 대장님을 어쩌지 못했잖아요.

미리 준비를 했을 뿐이에요.

그들의 배신을 이미 눈치채고 있으셨나요?

아니요. 이곳에 배신자가 매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설마 그들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게 바로 비밀 요원이 조사한 결과인가요?

다른 단서와 결합해서 추측한 부분도 있어요.

베살리우스의 말처럼 데이터 잔류가 있었던 건, 비앙카가 백업해서 아시모프의 도움으로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비앙카는 데이터의 정확성에 대해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밀 요원"이 보내온 일부 정보를 받은 비앙카는 데이터와 정보 사이에 "일치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방치한다면, 이 사건은 계속 확대돼서 언젠간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낳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추측을 검증하기 위해 비앙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조사 임무에 자진해서 신청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돌아가세요. 전 남아서 계속 조사할게요. 파괴된 지 얼마 안 된 현장이니 실마리가 남아 있을 거고, 그들의 시신도 회수해야 해요.

시신 회수요? 아... 시신 속의 기억 데이터도 조사 가능하니... 더 조사할 수 있겠네요.

대장님은 저보다 더 심하게 다치셨는데... 이런 일을 혼자 다 하시려는 건가요?

괜찮으니까 우선 상처부터 치료해요.

대장님은 참 좋은 분이네요. 항상 저희를 챙겨주시잖아요. 근데 오늘 일은 조금 의외였어요. 전 대장님이 그들을 봐줄 줄 알았거든요.

전 이미 그들에게 기회를 줬어요.

기회를 줬다라... 저도 똑같네요. 대장님과 센 부대장님이 저에게 기회를 한번 주셨는데... 전 또다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네요.

이번의 일은 레이난 잘못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번에도 레이난이 우릴 본·네거트한테 유인한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렌은 저 때문에...

…………

렌이란 이름은 비앙카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는 정화 부대의 일원이었다.

비앙카의 기억 속에 그 과묵한 남성은 딱 한 번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다.

대장님. 전 센 부대장님의 부하로 들어가고 싶어요.

센 밑으로 가고 싶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비앙카는 "대장님보다 부대장님을 더 존경해요"라는 말을 들을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렌은 생각지도 못한 이유를 말했다.

제 소꿉친구가 그쪽에 있어요. 제가 이동하는 게 어렵다면, 그녀를... 레이난을 이쪽으로 오게 할 순 없을까요? 그녀를 만나 보고 싶어요.

센에게 이 일을 말하자, 센은 정화 부대의 입대 선서를 비앙카에게 다시 한번 읽어줬다.

"강한 유대와 사적 감정은 이별을 아쉬워지게 하고,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정화 부대에 있는 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일은 흐지부지됐다. 지상의 전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임무 지점이 떨어져 있는 둘에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건 비앙카도 알고 있었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임무의 위험도 등급이 업데이트되면서 비앙카와 센은 임무 장소를 바꾸게 됐다.

센의 부하 중 일부 인원이 임시 보충 인원으로 비앙카와 함께 행동하게 됐다. 레이난도 그중 하나였다.

드디어 임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됐네. 레이난. 이게 바로 네가 말한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거지?

그 "인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

1년 7개월 11일 17시간...

뭘 또 그렇게 세세하게 기억하고 그래.

우리가 놓친 시간이 너무 길었어. 레이난. 내 마지막 소원이 널 만나는 거였거든.

뭔가 죽으러 가는 것처럼 말하네. 그리고 이번 팀별 조사에 우린 같은 팀에 있지 않잖아. 센 부대장님이...

괜찮아. 이걸로 됐어. 나머지는 돌아가는 길에 얘기해.

레이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면서 렌에게 포옹한 뒤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

저 때문에 이렇게 중상을 입게 돼서 죄송해요.

정화 부대와 대행자 본·네거트가 정면으로 교전한 뒤, 비앙카는 중상을 입게 돼 공중 정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계속 지상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던 센은 그 사고의 보고만 보내왔다.

비앙카 대장.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 간 부대장님이 이 보고서를 대장한테 복사해 주라고 했어.

고마워요.

센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임무 과정에서 레이난은 대량의 침식체 습격으로 중상을 입었고, 침식도가 임계치에 접근했다.

침식체의 이상 행동을 알아차린 렌이 임무 계획을 무시하고 소대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레이난과 후방에서 침식체를 조종하던 보라색 머리의 승격자를 찾아냈다.

그 승격자는 레이난의 침식을 제어하고, 기체 손상을 회복하는 대가로 주력 부대를 지정된 지점으로 유인하라고 렌에게 요구했다.

…………

센은 그 대행자가 비앙카와 기타 정화 부대 대원을 습격하기 위해 렌을 이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앙카는 대행자의 목적이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든 이 일의 장본인인 렌은...

레이난이 직접 처단했다.

이게 바로 센이 레이난에게 "기회"를 준 대가였다.

렌... 나쁜 놈...

레이난은 화난 듯 중얼거리며, 자기 다리의 상처를 끊임없이 긁었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센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기기 전에 비앙카는 통신에서 렌이 그런 행동을 취한 이유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난 그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관해 관심 없어. 그저 그가 자기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센은 대답했다.

범죄를 막을 방법이 폭력과 일벌백계밖에 없을까?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자" 이건 센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어렸을 때 렌은 "어른이 되면 나쁜 놈들을 다 해치우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러면 모두가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었거든요.

그런 렌이...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존재가 되다니…

…………

비앙카 대장님. 방금 그 구조체들은 왜 배신하면서까지 그 계획에 참여했을까요?

전황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배신자마다 각자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유와 고초가 있었겠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배신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준 것이 정당화될 순 없어요.

…………

그렇죠. 배신한 놈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면 되죠. 죄송해요.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렇지만... 레이난. 해와 바람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어요?

해와 바람 중 누가 먼저 여행자의 코트를 벗기는지 대결하는 이야기 말인가요?

맞아요.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하는 거예요?

처벌과 처형만으론 배신을 막을 순 없어요.

가장 견고한 굴레는 쇠사슬이 아니라 안전한 집이에요.

"고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시험하지 마라. 사람의 마음은 너무 여리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말없이 추위를 견디며, 온기가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배신자를 숙청하든 "집"을 재건하든 모두 중요해요.

전 인간 마음의 나약함을 이해한다고 배신자를 용서할 생각은 없어요. 그들이 입힌 상처는 고스란히 남겨져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직도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경멸하지도 않아요. 그들이 발버둥 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장님은 센 부대장님과 완전히 다르네요. 어느 날 갑자기 신이 나타나고 대장님이 신께서 보내고 사람을 구할 성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은 존재하지 않아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신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하하. 그건 그래요. 하지만 대장님은 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기도하시는 거죠?

그건 제 습관이자, 용기를 얻는 방식이에요.

용기를 얻는 방식... "성자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지만, 자신은 용서하기 어렵다"라는 말과 같은 이유로 기도하시는 건가요?

이 말은 센이 해준 건가요?

네. 센 부대장님이 말해줬어요. 근데 우리처럼 두 손이 피로 물든 이가 기도하더라도 용서해 주고 구원해 줄 이가 또 어디 있을까요?

렌의 일로 힘든 거 알아요. 이 일이 끝나면 정화 부대를 떠나 좀 더 편한 부대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게요.

이 일이 끝나면요? 음... 배신자 사건에 대해선 어디까지 조사하셨나요?

너무 많은 정보를 말해 줄 순 없어요. 공중 정원엔 승격자와 암암리에 손잡은 사람들이 있는데, 인체 실험을 재개하기 위해 배신의 혼란을 통해 희생자를 찾고 있어요.

역시 대장님 효율이 높으시네요.

이 말을 들은 레이난은 떨리는 목소리로, 갑자기 웃으며 비앙카 옆으로 다가갔다.

왜 그래요? 상처가 벌어졌나요?

전 괜찮아요. 그냥 이제 와서 대장님을 이해하는 게 너무 늦었다고 생각돼서요. 그때 렌의 일로 대장님, 정화 부대, 센 부대장님 그리고 저 자신까지 미워했었거든요.

그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장님 말이 맞아요. 배신자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어요.

……?

하지만 이제 와서 저 자신만 생각할 순 없었어요.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웅크린 레이난의 뺨에는 응축액이 가득 묻어 있었다.

레이난? 괜찮아요?

레이난의 허약한 모습을 본 비앙카가 상냥하게 말을 걸며, 경계하듯 손을 무기에 갖다 댔다.

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화 부대는 배후를 발견하게 될 거라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든 대장님을 막아야 해요.

비앙카가 경계했던 것처럼, 레이난이 고개를 드는 순간 주위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