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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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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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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택에 있는 모든 의식 데이터를 투입하시겠습니까?

모두 투입했습니다.

타임스탬프가 배치됐습니다. 데이터 구조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하실 겁니까?

리브...

리브는 아직 혼수상태예요.

리브는 지휘관의 기억대로 조용히 병상에서 묵묵히 고난을 견뎌내고 있었다.

겨우 아물었던 상처가 준 고통은 그때의 기억과 함께 머리에 새겨졌었고, 지금 같은 상황을 계속 일깨워 줬다.

왜 이런 일까지 시뮬레이션한 건가요.

아마도 데이터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위해서겠죠.

과거의 이때, 리브는 확실히 식암 기체로 바꿔, 생명의 별에 있는 병실에 누워있었거든요.

리는 리브의 병상 앞에 있는 난간을 꽉 붙잡고 있었으며, 그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었다.

리는 이 고요한 상황에서 마음이 무겁고 복잡했지만, 최대한 그 감정들을 마음속에만 담아뒀다.

전 센도 만났어요.

비앙카가 그 이름을 입에서 꺼내자, 병실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실제 역사 속에서 병실에 있는 모두, 심지어 "지금"은 혼수상태인 리브까지, 해변에서 벌어진 그 전투를 경험했었다.

지휘관은 비앙카가 꺼낸 그 이름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전 니콜라 사령관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센을 지구로 보내 조사를 하지 않고, 공중 정원에 남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아직까진 니콜라 사령관님이 제 요청을 거절하시지 않으셨어요.

다시 한번 침묵이 병실을 뒤덮었다.

비앙카, 지금 저흰 게슈탈트의 데이터 공간에 있고, 주위의 모든 건 데이터일 뿐이에요. 이곳에서 일어난 어떤 변화도, 이미 일어난 일엔 어떤 영향도 주지 않죠.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이렇게 하고 싶어요.

비앙카는 살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전차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역사의 시뮬레이션과 재현일 뿐이지, 실제로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야.

네. 센의 성격대로라면 분명히 화를 낼 거예요.

현실 세계에서의 선택이 아니더라도, 전 지금의 결정을 바꾸지 않을 거예요.

저희에게 있어 "평소"는 주로 임무와 전투를 의미해요.

저희에겐 여가 시간이 별로 없어요. 거의 모든 게 임무와 전투를 위해서 존재하죠.

그거면 될까요?

비앙카의 착잡한 눈빛엔 과거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담겨 있었다.

다만 과거와 미래가 뒤엉킨 지금, 그걸로 괜찮은 걸까?

그래서 리는 니콜라 사령관에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공중 정원에 남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과거에 우린 제대로 리브 곁에 있어 주지 못했어요.

그 전투 이후, 복원과 테스트를 거쳐, 저와 리는 바로 다른 소대와 협력해 임무를 수행했어요.

과거의 침입 결과로 보아, 실제 역사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돼요.

역사에 따르면, 저는 아직 기체 적합 상태에 있어서, 초각 기체를 사용할 수 없어요.

리브도 과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누워있어야 해요.

전차장이 주장하는 논리의 핵심은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에요. 즉, 이러한 기정사실들이 역사 재현의 전제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기정사실 외의 일은 아직 저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비앙카는 마지막으로 리브를 본 후,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고 조용히 떠났다.

정화 부대의 대원들도 임무가 없을 때 집행 부대처럼 대기실에서 대기하곤 했다.

평소와 같이, 센은 대기실에서 대기하며, 다음 임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센?

네.

뭔가를 놓쳤지만, 겉잡을 기회가 있었다.

같이 영화 보러 가요.

네?

센이 들고 있던 브리핑 서류를 내려놓으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영화를 보자는 건가요?

우린 평소에 가끔씩 같이 영화를 보기도 했잖아요. 오늘은 임무도 없거든요.

안될 건 없지만...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 건가요?

예술 협회에 새로 개봉한 영화가 있어요. 가보면 알 거예요.

센은 비앙카를 바라보며, 그녀가 이렇게 이상하게 행동하는 이유를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비앙카의 확고한 시선을 받은 센은 결국 항복했다.

센은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시죠.

저희는 영화를 보러 갈 때만 이 길을 함께 걷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평소엔 여가 시간이 딱히 없으니까요.

기억하세요? 한 번은 비앙카가 영화를 보고 싶어 해서, 표를 전투 보고서에 끼워 사령부에 제출했었잖아요.

그건 소중한 영화표잖아요.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쉬워하던 게 보였어요.

기억나네요.

그날 상영한 심야 영화는 <바닷가 마을 다이어리>였잖아요. 영화에서 다룬 평범한 일상은 정말 흥미로웠죠.

매실주가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해요.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새콤달콤한 맛이겠죠?

마셔본 적 있어요?

아니요. 공중 정원에 매실주를 본떠 만든 알코올 전해액이 있을 거예요.

그럼, 언제 한번 같이 마시러 가요.

비앙카가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 보답이라고 치죠.

센은 이런 "이상적인 삶"을 싫어할 줄 알았어요.

싫은 건 아니에요. 제겐 그런 생활이 너무 멀게 느껴질 뿐이에요.

황금시대처럼 바닷가에서 생활하고, 별장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런 삶을 바라는 건 너무 뜬구름 잡는 게 아닐까요?

인파 밖에서, 비앙카와 센은 난간에 기대,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것이 에덴의 인공 천막에서 내리쬐는 허상의 햇살일지라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해양 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나요?

엄청나게 긴 유리 터널이 있고, 거대한 유리 벽 뒤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무슨 일 있나요?

센은 비앙카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아진 걸 눈치챈 듯 설명을 멈췄고, 고개를 돌려 비앙카를 바라봤다.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영화에서 그들이 바닷가에서 생활했던 게 떠올라서, 해양 박물관이 생각나더라고요.

전에 제 여동생이 고래와 성게를 보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고래와 성게요?

이 둘의 체형 차이가 너무 큰데요?

왜 그랬는진 몰라요. 그땐 동생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죠.

언젠간 그럴 날이 올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비앙카와 센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사실 전 비앙카가 취소한 조사 임무의 요약을 봤어요. 장소는 해양 박물관이었죠.

왜죠?

센, 제게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전 여전히 당신이 그 임무를 받는 걸 막을 거예요.

어째서죠?

……

비앙카의 침묵에 센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비앙카의 눈을 조용히 응시할 뿐이었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요.

센의 안색은 바뀌지 않았지만, 비앙카는 센의 말투에서 익숙한 부드러움을 느꼈다.

맞아요. 그렇다 해도 당신은 변함없이 그 임무를 맡으려 하는 것도 알고 있죠.

……

"어둠을 배척할 수 있다면, 죽음도 비웃을 수 있다."

센은 천천히 포스터에 적힌 영화 대사를 읽었고, 이 대사로 자신의 대답을 대신했다.

당신은 항상 그랬어요.

비앙카는 허상의 천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앙카는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에서 감출 수 없는 슬픔이 묻어 나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당신은 과거의 비앙카가 아니죠. 제 말이 맞나요?

맞아요.

비앙카, 제가 이 임무를 맡은 건, 당신이 저와 함께할 걸 알기 때문이에요.

센은 허상의 햇살을 맞으며, 보기 드문 진심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어둠을 배척할 수 있다면, 죽음도 비웃을 수 있다.

어둠과 작별할 수 있다면, 여명과도 작별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희망 속에 기억될 거다.

갈까요? 입장할 시간이에요.

비앙카가 멀리 있는 개찰구를 바라보자, 스크린에 그녀들이 볼 영화의 제목이 나타났다. 그 후, 센은 난간에서 멀어져 비앙카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센은 이번에도 비앙카의 앞에서 걸어갔다.

??

이따가 4번째 업데이트로 돌아가서 다시 시도해 보자.

???

잠깐만!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소녀가 눈을 비비자, 그녀 앞에는 계산식으로 가득한 전자 벽이 있었다.

여기는...

깼어? 넌 이제 폐기됐어.

폐기는 무슨. 휴면하다 막 깨어나서 잠깐 정신이 없는 것뿐이야.

역시 야근하느라 머리가 타버렸구나. 아니지, 원래도 정상은 아니잖아.

카레니나는 테디베어와 계속 말다툼하는 걸 그만두고,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스스로를 "전차장"이라고 부르던 로봇이 그들을 재현된 역사 속으로 데려간 지 6시간이 지났다.

전차장은 가상 공간의 체감 시간은 현실과 같지 않다고 했었다. 이곳에서 보름 정도 머무른다고 해도, 게슈탈트 밖의 현실에선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카레니나에겐 가상 공간 속의 6시간도 아주 길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전차장이 카레니나만 달 기지로 데려갔기 때문이었다. 전차장의 말로는 "조금 더 운전했을 뿐입니다."라고 했었다.

아합 님, 공중 정원 쪽에서 보낸 인원이 도착했어요.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이 있는 아합이 한 무더기의 데이터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또 보낸 거야? 지난주에도 보냈잖아?

이번엔 보급을 가져온 것 같아요. 공사와 관련된 기본 건설 재료표 같은 것도 가져왔어요.

음...

아합은 슬쩍 테디베어와 카레니나를 바라봤다.

공사의 관점으로 볼 때, 아무래도 이 분야에 더 익숙한 세계 엔지니어 연합인 둘이 물자를 분배하면 더 좋을 것이었다.

야, 가서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보고 가라고? 가는 김에 너를 연합에 신고해 주길 바라는 거야?

뭐?

예를 들어 규정에 따라 3급 방사능 물질을 처리하지 않았다거나, 실험에 사용되는 소모품의 파손율이 너무 높다거나...

네 저장 공간엔 그런 것만 저장하는 거야?

반박할 힘이 있는 걸 보니, 네 머리는 아직 완전히 못 쓸 정도는 아닌가 보네.

그럼, 테디베어 아가씨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거봐. 아합도 그렇게 얘기하잖아.

아합은 그저 네게 화를 낼 수 없어서 그런 것뿐이야.

아니요. 그런 뜻은 없습니다. 제 뜻은 테디베어 아가씨도 일을 그만두신 지 오래됐으니 그러면...

됐어. 가기나 해.

이번 업데이트는 미완성인 거 아녔어? 검증해야 할 새로운 데이터와 구조 실험이 있다고 했잖아.

방금 내가 잠들었잖아. 그럼 해결된 거지?

어?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아하하. 그럼 가볼까요? 방에 오래 있었으니 몸을 좀 움직여야겠죠? 어, 방금 제 척추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나요?

그래, 그래.

카레니나는 아합과 테디베어를 보내고,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실험대에 엎드렸다.

지금 이때의 영점 에너지 엔진은 아직 가동되지 않았고, 달에도 아직 위기가 다가오지 않았다.

흥, 역사를 못 바꾼다고? 가상 환경인데 못 바꿀 게 어디 있어.

저기 카레니나 님, 방금의 데이터를...

알겠어. 여기 둬, 내가 이따 볼게. 너희들도 어서 아합 주임을 따라가.

알겠습니다.

모든 연구원이 실험실을 떠난 게 확인되자, 카레니나도 문 앞에 놓인 헤비 해머를 들고 실험실을 떠났다.

카레니나는 영점 에너지 엔진의 제어실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게 영점 에너지 엔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그것을 파괴하기만 하면 됐다!

카레니나는 한번 성공한 적이 있었기에, 몇 번을 다시 한다 해도,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해도, 자신이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카레니나는 과거에도 실패할 각오를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

난 현실이든 가상이든 신경 쓰지 않아. 다시 해야 한다 해도, 물러서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