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새해 열차의 밤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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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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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중 정원, 케르베로스 소대의 대기실.

더 높게, 왼쪽, 왼쪽으로!

하. 21호, 너 손을 그 망할 소매에서 꺼내면 안 돼?

안 돼. 21호의 키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녹티스와 21호는 각자 대기실 한쪽에 선 채, 오색찬란한 리본을 들고 있었다.

다만 양쪽에서 잡아당겨 수평을 이뤄야 할 리본이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은 상태가 됐다. 이는 둘의 큰 키 차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제일 볼품없는 건 리본이 아니었다.

내가 졌다. 그냥 아무 상자나 가져와 디딤대로 사용하면 안 되는 거야?

이미 녹티스가 가져온 상자에 올라갔는데도 높이가 부족해.

그게 무슨...

대기실에 쌓여 있던 플라스틱 상자가 와르르 무너졌고, 막 화를 내려던 녹티스는 얼어붙었다.

곧이어 발효된 강한 알코올의 냄새가 대기실 안에 펴졌다. 널브러져 있는 플라스틱 상자에선 정체불명의 주황색 액체가 흘러나왔고, 녹티스의 입에선 욕설이 터져 나왔다.

[삐...]!

녹티스가 욕했어.

어쩔 건데! 빨리 리본이나 걸어.

21호는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가볍게 땅에 착지하고는 늑대같이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았다.

알코올 냄새가 아주 심해.

나도 안다고!

녹티스의 코는 장식품이라고 대장이 말했었어.

어? 왜?

녹티스는 갑자기 넋을 놓은 채 코를 만져봤지만, 21호는 녹티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녹티스의 머리는 장식이잖아. 그럼 코도 장식인 거 아냐?

……

녹티스는 짜증을 내면서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플라스틱 상자를 헤집기 시작했다.

젠장, 어렵게 구한 과일 맛 전해액 음료인데.

과일? 21호는 망고가 먹고 싶어.

아, 이거?

녹티스는 바닥에서 끈적끈적한 찌꺼기를 한 움큼 집어,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21호에게 건넸다.

더러워.

가, 저쪽으로 가버려.

이 상자들을 신경 쓰지 말고, 나머지 스티커들이나 벽에 붙여.

녹티스는 게으름 피우고 있어.

다 너 때문이잖아! 이게 다 네가 상자를 함부로 옮겨서 쓰러진 거라고!

으.

한 방울, 두 방울.

과일 향이 섞인 알코올의 냄새가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베라가 대기실 문을 열자, 눈앞에서 붉은색과 하얀색의 두 그림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베라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고, 그때 문 위의 리본마저 때마침 베라의 머리 위로 흘러내렸다.

……

대장, 으흠... 왔어?

아무리 녹티스가 눈치가 없어도, 베라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너희 둘의 머리를 뽑아버리기 전에, 1분의 설명할 시간을 줄게.

새해 복 많이 받아!

어디선가 튀어나온 21호가 쥐고 있던 꽃가루 폭죽을 잡아당기자, 베라와 녹티스의 머리에 알록달록한 장식이 생겼다.

새해?

듣기론 요 며칠이 무슨 명절이라던데. 맞지? 21호.

새해가 뭔진 알아.

내 말은 이 냄새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이것들은 도대체 뭐야!

녹티스가 과일 맛인 전해액 알코올음료를 많이 숨겨뒀는데, 다 깨져버렸어.

녹티스 말로는 테이블 위에 있는걸, "훠궈"와 "만두"라고 부른대.

그 머리말이야, 안 쓸 거면 미리 말해줘. 내가 도와줄게.

사 오자마자 잘 놔뒀었다고. 원래는 아무 일 없었어.

21호, 너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 거야?

녹티스, 핑계 대지 마.

됐어. 이런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우선 난장판이 된 바닥이나 치워.

네 머리도 이 쓰레기들이랑 같이 버리지 그래?

나 혼자서 이런 난장판을 벌인 게 아냐! 21호도 책임이 있다고!

21호의 대걸레 같은 두 소매는 차라리 바닥이나 닦는 게 나을 거야.

그게 무슨...

베라가 미처 소리를 지르기 전에, 베라는 갑자기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

어...

녹티스와 21호는 베라의 옆에 쪼그려 앉아, 젖은 바닥에 쓰러진 베라를 바라봤다.

야, 베라가 설마?

대장의 바이탈엔 문제없어.

왜 이런 건진 잘 모르겠어.

대장은 아마 녹티스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기절한 걸 거야.

뭔 소리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베라... 베라!? 소용없어. 깨어나질 않아.

녹티스, 그만 좀 흔들어. 기절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베라를 생명의 별로 보내야 해.

쯧. 그럴 수밖에 없겠네. 우선 베라를 그쪽으로 옮기자.

21호가 갈게. 대장이 녹티스에게 대기실을 치우라고 했잖아.

뭐?! 대기실을 치우는 게 왜 내 책임이라는 거야? 니가 어지럽혔잖아.

넌 뭘 할 수 있는데? 그냥 남아서 대기실이나 치워. 내가 갈게!

싫어. 21호는 대장을 보호해야 해. 녹티스는 못할 거야.

뭐라고?!

으.

21호는 온몸이 전해액 음료로 뒤덮인 녹티스가 불쾌하다는 듯 피했다.

베라는 그렇게 케르베로스 소대의 대기실 바닥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21호는 훠궈라고 불리는 음식의 용기를 품에 안고, 녹티스로부터 도망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