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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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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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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사람들의 흥은 줄어들지 않았다. 시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시끌벅적해졌다.

골목길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색상의 전등이 심야 강변의 반딧불 떼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점차 하늘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만든 밸런타인데이 분위기가 드디어 무르익기 시작했다.

식품, 공예품, 일용품... 형형색색의 가판대가 줄줄이 늘어섰다. 질도 양도 공중 정원의 상품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거칠고 날 것의 상품들은 공중 정원과는 전혀 다른 순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주최 측은 사람들이 쇼핑할 때, 일정 수량 별의 조각을 받을 수 있게 했고, 이걸로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기를 바랐다.

거리 공연을 하거나 간단한 거리 게임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여기서도 모두 별의 조각을 주고받았다.

자자, 한 번 보고 가세요. 놓치면 후회합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입니다. 별의 조각 하나만 있어도 할 수 있습니다. 눈썰미만 좋으면 다 이길 수 있어요!

멀지 않은 곳의 가판대에서 우렁찬 고함이 들려왔다.

그 사람은 구룡의 옷차림을 한 길거리 마술사였다. 그의 가판대 앞에는 낡은 도자기 그릇 두 개, 플라스틱 공 세 개와 젓가락 한 개가 놓여 있었다. 한 남자가 그의 맞은편에 서 있었고,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마술사는 먼저 두 개의 공을 각각 두 개의 그릇에 넣고 마지막 공을 손에 쥐었다. 그런 다음, 젓가락을 잡고 오른쪽 그릇 바닥에 살짝 댄 후 손목을 한번 흔들더니 손에 있던 공이 사라졌다.

오른쪽에 두 개, 왼쪽에 하나! 틀림없어. 내가 봤어!

마술사는 그릇을 집어 들었다. 실제로는 오른쪽 그릇에는 공이 하나만 있었고, 왼쪽 그릇에는 공이 두 개가 있었다. 남자가 맞혔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 안타깝게 틀리셨습니다. 고객님. 별의 조각 한 개는 제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에도 몇몇 사람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한 명도 맞추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는 마술사의 수작이라는 걸 알지만, 이건 단순한 미니게임인 데다가, 누구도 그가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지휘관도 참지 못하고, 구룡 어투로 말하는 마술사를 직접 상대해 보려고 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한 번 맞춰보시겠어요?

네, 그럼 잘 보셔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리는 무심코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술사의 손은 날렵하게 왔다 갔다 했고, 이번에는 젓가락으로 왼쪽 그릇을 툭 치더니 손에 있던 공이 순식간에 지휘관 눈앞에서 "사라졌다".

마술사는 그릇을 집어 들었고, 결과는 아쉽게도 틀렸다. 왼쪽 그릇에는 공이 하나만 있었고 오른쪽 그릇에는 공 두 개가 있었다.

마술사는 그릇을 집어 들었고, 결과는 아쉽게도 틀렸다. 왼쪽 그릇에는 공 두 개가 있었고 오른쪽 그릇에는 공이 하나만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한 번 더 도전해 보시겠어요?

정말 아쉽네요. 고객님. 그럼, 옆에서 좀 더 지켜보시겠어요?

남은 별의 조각 두 장도 순식간에 잃게 됐고, 그사이 한 번도 맞추질 못했다.

동체 시력만으로는 상대방의 수법을 간파할 수 없었고, 상대는 그 뛰어난 기술로 무적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휘관에게는 "비밀 무기"가 있었다.

리는 조용히 마술사의 움직임을 지켜봤고, 지휘관이 물어보자 비로소 대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리는 "도와달라"라는 소리에 당황했다.

장난치지 마세요.

이건 "삼선귀동"이라고 불리는 오래된 구룡 마술입니다.

수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연습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저 정도 수준이라면, 아마 수년간 연습했을 겁니다.

알긴 합니다만, 전 말하지 않을 겁니다.

마술사는 자신의 수법을 남에게 알려주지 않을뿐더러, 마술사끼리도 서로의 마술 원리를 말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더군다나, 지휘관님께서 그 원리를 알게 되시면 이 마술이 재미있을까요?

사실, 나는 남의 마술을 간파해 본 경험이 없었다.

마술이 도구와 수법을 사용하는 속임수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본질적으로 거짓이라는 겁니다. 각도를 바꾸면 허점이 많이 드러날 겁니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술사가 온 힘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겁니다.

구조체로 개조되기 전에 반응력과 집중력 향상을 위해 가끔 놀았습니다.

사실 손에 익으면 재미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간단한 마술 정도는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승낙이고 뭐고 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술사는 자신의 수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잖아?

지휘관은 이렇게 묻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요.

지휘관은 더 묻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A

어, 낮에 공연했던 마술사 아니야?

그 마술사가 맞네. 엄청 대단해. 모자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꺼낼 수 있어!

진짜? 난 못 믿겠는데. 이 마술사가 그렇게 대단해?

낮에 전시관 공연을 봤던 어린아이였다. 못 봤던 얼굴이 몇 명 있었는데, 같이 놀다가 우연히 리가 있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들은 리를 보자마자, 이쪽을 향해 빙 둘러서서 그를 기대와 숭배의 눈길로 바라봤다.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어요?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맞아요. 맞아요. 제 친구들한테도 보여주세요. 한 번만요. 딱 한 번만요. 네? 아니면 애들이 제 말을 안 믿는단 말이에요.

하지만...

어? 이분도 마술사입니까? 잘됐네요. 저에게도 당신의 마술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길거리 마술사는 이쪽의 대화를 듣고는 리의 마술에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가판대에서 나와, 리에게 초대하는 손짓을 했다.

우리의 마술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보여주시죠.

조용히 해주시죠!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리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그 길거리 마술사의 가판대로 걸어갔다.

알겠습니다.

기념일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눈빛 때문인지 리는 어쩔 수 없는 표정 대신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그 길거리 마술사의 가판대로 걸어갔다.

지휘관님, 이번에 제 조수를 맡아주시겠습니까?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리의 곁에 섰다.

지휘관님, 몸에 있는 물건 하나 빌려주시겠습니까?

리는 건네받은 동전을 손바닥에 놓은 후 앞에 있는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른 손바닥으로 덮고 가볍게 숨을 불어넣은 후 천천히 손을 벌렸다.

그러나 동전은 그의 손바닥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지휘관과 웅성대는 주변 관객들 모두가 당혹스러울 때쯤 리가 손바닥을 확 뒤집었다. 그러자 동전은 중력의 영향으로 땅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떨어지던 동전은 리의 손 5cm 떨어진 위치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 주변의 수군거림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가 그 동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떠들썩하던 축제도 이 작은 구역에서만큼은 일시적인 정적이 맴돌았다.

그리고 이어서 폭발적인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

아이의 목소리가 나팔 소리처럼 울려 퍼지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떠들썩한 소리가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발뒤꿈치를 들어 겹겹이 쌓인 사람의 벽 넘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려고 했다.

이럴 때 거절하는 건 신사의 도리가 아니었다. 리는 동전을 손바닥에 놓았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듯 손을 아래로 눌렀다.

그는 다시 눈길을 돌려, 왼손을 이쪽으로 내밀었다.

지휘관님, 다음에는...

지휘관의 표정을 보던 리는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쪽에 있는 신사분, 포커 카드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리는 웃옷 주머니에서 포커 카드 한 팩을 꺼내 옆에 있는 관객에게 건넸다. 신사는 꼼꼼히 살펴보더니 일반 포커 카드임을 확인시켜 줬다.

지휘관님, 포커 카드를 섞어 주세요.

그리고 지휘관은 포커 카드를 건네받았다. 아마도 카드 맞히기 마술을 선보이려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포커 카드가 일반 포커 카드임을 확인시켜 준 후 지시에 따라 포커 카드를 섞었다. 그리고 포커 카드를 리한테 다시 넘겨줬다.

리는 포커 카드를 테이블 위에 놓은 후, 손바닥으로 카드 위를 덮더니, 포커 카드가 완벽한 부채 모양으로 펼쳐졌다.

이어서 그는 검지로 가운데 한 장을 카드 더미에서 뽑은 뒤, 지휘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휘관님, 어떤 카드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카드를 섞을 때, 미리 정한 카드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리의 얼굴에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카드가 뽑힌 이유는 방금 카드를 섞을 때, 약간의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었고, 방금 뽑은 카드는 지휘관 소매 속에 숨겨져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되기도 했다.

리는 천천히 카드를 열었다.

하트3 한 장이 지휘관 눈앞에 나타났다.

속임수가 발견될 위험을 무릅쓰고 카드를 섞을 때, 몰래 소맷자락에 숨겨둔 포커 카드를 꺼냈는데...

"하트A"였다.

다시 고개를 들자, 장난기 가득한 리의 눈과 마주쳤다.

지휘관님께서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든, 저는 모두 예측할 수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 주위의 관객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카드를 맞힌 승리의 선언인 줄 알겠지만, 지휘관이 듣기에는 분명히 다른 뜻을 담고 있었다.

다음은 또 어떤 공연을 보여드릴까요?

리는 친근한 미소를 계속해서 짓고 있었지만, 지휘관은 리의 의미심장한 말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등불 아래서, 리는 관객들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사람들은 손에 있는 별의 조각을 리에게 던져 주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종잇조각이 노을과 등불을 희미하게 반사하는 것이 성대한 축제의 막이 내리는 듯했다.

리는 관례대로 모자를 이용해 공중에 가득한 별의 조각을 모았다. 그리고 모자를 하늘로 날렸다.

"펑" 소리와 함께 모자가 터졌다.

핑크빛 폭풍이 밤하늘을 맴돌다가 천천히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백지로 접은 장미꽃들이었다.

사람들은 손을 뻗어, 작은 순백 공예품 한 송이를 손으로 잡았다.

젊은 커플들은 리가 만든 기적을 멍하니 바라봤다. 장미꽃 여러 송이를 묶어서 만든 장미꽃다발을 애인에게 선물하는 청년도 적지 않았다.

리의 공연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관객들이 꽃에 취한 틈을 타, 조용히 인사를 하고는 지휘관을 끌고 가판대에서 나왔다.

리는 지휘관을 데리고 아무도 없는 외진 구석으로 가서, 쫓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걸음을 멈췄다.

아무래도 귀찮아질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겹겹이 쌓인 인간 벽이 생각나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것과 미지를 탐색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 때문에 리의 마술이 많은 사람의 가던 길을 멈추게 했고, 구경하게 했을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나도 좀 의기양양해졌다.

그러십니까? 그럼, 말해보시죠.

리는 눈썹을 한번 치켜뜬 후 다음 말을 기다렸고, 지휘관도 리가 보여준 많은 마술을 천천히 해석하기 시작했다.

보기에 신기한 부양 마술은 손바닥 뒤에 보이지 않는 얇은 실이 있었고, 그 실을 움직임으로써 물체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포커 카드로 진행했던 예언 마술은 숨겨둔 카드를 몰래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신기한 숟가락 마술은 아주 짧은 숟가락 손잡이를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

마술 공연을 할 때마다, 조수인 지휘관은 리의 수법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주위 관객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리는 지휘관만 볼 수 있는 각도로 진행한 것 같았고, 이런 정확도는 마술보다 더 신기했다.

둔한 편은 아니시군요.

어떠십니까? 아직도 마술이 신기하십니까?

모든 수법은 다 흔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술은 값싼 "사기"가 아니라, 마술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시간을 들여서 바꾼 "기적"이야.

조금 전에 환영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며, 신기한 빛의 그림자를 엮어낸 은백의 손을 들었다.

닭살 돋는 말 하지 마시죠.

리는 지휘관 손에서 손을 빼내더니 손목을 살짝 움직였다.

그리고 이건 "기적"의 손이 아닙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낸 지휘관은 그의 미간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리는 지휘관의 시선을 느꼈지만, 평소처럼 말을 끊지 않았다.

이 코팅은 그레이 레이븐에 오기 전에 어떤 축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제가 말한 적이 있었죠.

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흔히 마술사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남의 눈을 속일 뿐인 "사기꾼"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런 표현이 이 코팅의 원래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했죠.

네 주위 사람이든 너 자신이든.

그에게 다시 다가가 손을 잡았다. 리는 빠져나오려 했지만, 지휘관은 손을 꽉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물론, 구조체의 힘으로 거친 방법을 사용한다면, 지휘관의 손 정도는 쉽게 뗄 수 있었다.

하지만 리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죽음에서 살아남은 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야.

리의 노고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

마술사한테는 멋진 "마술"일수록, 심혈을 기울여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적"이란 "대가"의 교환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어떤 "기적"은 마술사가 한평생 노력해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마술사가 부족한 부분은 조수가 채워주면 되지 않겠어.

"기적"의 대가는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으니까.

……

지휘관님께서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다니, 앞으로 훌륭한 마술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적어도 댄서보다는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말 그거 하나밖에 없습니까?

지휘관님의 장미를 꺼내 보세요.

주머니에서 종이로 된 장미 한 송이를 꺼냈다. 리도 그 틈을 타 지휘관의 손에서 손을 뗐다.

이 종이 장미는 리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꽃이 흩날리는 마술에서 지휘관이 무작위로 잡은 것이었다.

그러나 종이 장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전히 딴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원래는 꽃봉오리 상태였는데, 지금은 활짝 피어있었다. 그리고 활짝 핀 붉은색은 차가운 흰색을 대체했고, 중앙에는 작은 초콜릿 조각이 꽃술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직도 한 가지만 알아내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왜요? 가르쳐 드릴까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리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평소보다 미간을 더 찌푸렸다.

설마 다른 종이 장미도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가 랜덤으로 잡은 거니까.

……

하...

리는 말없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의 어깨 너머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한 커플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종이 장미를 여러 송이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종이 장미는 계속해서 마술이 끝날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순백의 꽃봉오리가 피어날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리는 계속해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모양이었다.

리가 자신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인 만큼, 사과보다는 진심 어린 감사가 더 적합할 것 같았다.

리가 정성껏 준비한 것을 눈치채지 못해서 벌어진 일인 만큼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당연했다.

……

하...

이때, 난데없는 빛이 미소 짓는 리의 얼굴 옆면을 환하게 밝혔다.

수많은 불빛이 하늘을 향해 질주했다.

지면에서 하늘로 떨어지는 수많은 별 조각 같았다. 연이어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순간에 은하를 만들어냈다.

갑시다. 루시아와 리브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불꽃 아래에서 보이는 리의 뒷모습은 평소보다 더 유쾌해 보였다. 지금의 그는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것 같았다.

리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그동안 본의 아니게, 기지 안에서 마술과 종이접기 연습을 하는 그를 본 일은 잠깐 마음에 묻어둬야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리의 뒷모습을 넘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