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1.3km 떨어진 곳에 매우 강한 퍼니싱 반응을 보이는 개체가 나타났어요!
이 정도 농도라면... 절대 평범한 침식체는 아니에요.
어서 가봅시다.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목표를 향해 달려갔지만 결국 희미한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저 사람은...
롤랑이에요.
제 추측이 맞았네요.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저 녀석들과 연관이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목표가 있어요. 신호의 좌표는 찾았나요?
네. 신호가 약하긴 하지만 지휘관님의 좌표를 분석하기엔 충분해요.
리브는 자신의 단말기를 리에게 건넸다.
이 위치라면...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안전한 루트를 짤 수 있을 것 같아요.
갑시다. 지휘관님을 모시러 가야죠.
네!
이 섬에 갇힌 지도 벌써 3일째다.
"시종"들에 이끌려 "궁전"으로 돌아왔다. 아무런 의미없는 진료가 이어졌고 다시 억지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왕자 예복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겹게 "만찬"을 끝낸 뒤 난 도망치듯 "궁전"을 떠났다.
"꼬리가 잘린" 루시아를 찾기 위해 난 어젯밤부터 모래사장 주위를 배회했다. 이 행동은 스토리 속 왕자의 모습과 모순되지 않았으므로 주위의 경계도 많이 풀린 듯했다.
자유로워진 틈을 타 단말기를 작동시킨 뒤 루시아를 찾으며 리와 리브에게 반복적으로 신호를 보냈다.
곧이어 짧은 여름 밤이 지나고 하늘에 첫 서광이 밝았다.
새벽녘 햇살이 구름을 뚫고 해수면에 굴절되어 찬란한 은빛을 내뿜었다.
시야의 끝에서 푸른색의 그림자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루시아를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그녀는 이야기 속 인어공주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시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의견을 묻는 듯 날 힐끗 바라보았다.
루시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님!
루시아와 미처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시종이 눈치 없이 나타났다.
아, 참 아름다운 아가씨군요. 왕자님, 이분을 궁전으로 데리고 가실 건가요?
로봇은 과장스러운 말투로 대사를 읽었다.
루시아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시종의 안내에 따라 그녀는 조용히 나와 함께 "궁전"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곧 그녀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비록 루시아는 고통에 대한 인내력이 뛰어난 구조체였지만 고통의 수준이 일정 정도를 벗어나면 평소보다 더 세게 칼자루를 잡는 습관이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싸워 온 동료가 아니었다면 이런 디테일은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야기의 전개대로라면 지금쯤 루시아는 "칼날 위에서 걷는 듯한" 아픔을 느낄 것이다.
루시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앞으로를 위해서, 체력을 보존해 두었으면 하는 것 같다.
아주 오래 전에도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루시아는 곧 있을 전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통각 모듈을 꺼달라고 요청했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이 정도 움직임에 고통을 느낄 정도면 꽤 심각한 부상인 듯했다.
루시아는 잠깐 망설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민을 이미 눈치채고 앞으로 벌어질 전투를 준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루시아는 해수면 아래를 가리켰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숫자 1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했다.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마녀"가 무슨 수를 썼기에 루시아가 말을 하지 못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정도는 우리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억지로 인어공주와 왕자의 비극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함께한 덕에 극소량의 정보만으로도 상대방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었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내가 낮은 소리로 속삭이자 루시아는 바다를 등지고 끌어내는 제스처를 취했다.
루시아는 내 말에 긍정의 표정을 보여주었다.
루시아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는 스토리에 따라 아무런 의미 없는 "리얼 체험"을 이어갔다.
별다른 사고가 없다면... 내일이 바로 당신과 저의 결혼식이에요.
그 동안 스토리에 그나마 잘 협조한 덕에 꼬마 로봇들과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
꼬마 로봇들도 임무를 이미 완성한 듯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스토리를 빠르게 진행시켰다.
운명이 우리 두 사람을 만나게 한 그날부터 제 마음은 당신에게 있었답니다. [player name] 왕자님.
스스로를 안나라고 부르는 꼬마 로봇이 달콤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었다.
화려한 액세서리들도 안나의 부드러운 말투와 분위기와 어우러져 오히려 우아하게 느껴졌다.
내일 있을 축제를 위해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로봇이 우아한 동작으로 나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player name] 왕자님.
시종이 돌아서자 난 뒤돌아 식탁 구석에 앉아있는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식기를 들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꼬마 로봇들이 제공하는 음식에는 모두 썩은 내가 진동했고 정화된 물을 제외하고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루시아가 처한 환경이 훨씬 더 위험했다.
이대로라면 루시아는 오늘 밤 "바닷속 거품"이 되어 사라질 테니까.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루시아는 기다리라는 표정뿐이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피해야할 유일한 고통은 만찬에서 인어공주가 직접 춤을 추는 부분이었다.
말을 할 수 없으시다면 왕자님을 위해 춤을 선보이시죠.
그래야만 왕자님께서 아가씨를 더 사랑하게 되시고 곁에 두실 겁니다.
…………
강요하지 마세요. 오늘 연회를 위해 제가 왕자님께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시종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고 그 덕에 만찬 공연은 "이웃나라 공주" 안나의 노래로 변경되었다.
왜 멍하니 계십니까?
밤이 깊었습니다. 어서 쉬시죠, 왕자님.
…………
루시아의 시선을 받으며 로비에서 나가 시뮬레이션 덕분에 화려하게 보이는 침대로 향했다.
시종이 대사를 더 읊기 전에 난 빠르게 눈을 감았다.
내가 잠에 든 걸 확인한 로봇은 침대를 정리한 뒤 자리를 떴다.
밤이 서서히 깊어 거대한 "궁전"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누군가 이곳을 방문하기 전 꼬마 로봇들이 얼마 동안 이런 시간을 견뎠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로봇들도 인간처럼 슬픔을 느낄까?
아니면 바닷속에 숨어있는 "바다 마녀"만이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걸까?
무더운 밤에 옅은 잠을 잤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밖에 달이 천천히 떠오르고 다시 지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새벽이 오기 전 텅 빈 복도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 밖에서 멈추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니 시종인 듯 싶었다.
동시에 누군가 아무런 기척없이 "침실"문을 열고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얼굴에 차가운 촉감이 전해져 여름 밤의 더위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
루시아...
상황을 더 묻고 싶었지만 문 밖에 서 있는 시종을 떠올리며 계속 자는 척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귓가에 날카로운 칼이 뽑히는 소리가 전해왔다.
"왕자를 죽이면 꼬리를 되찾고 바다로 돌아갈 수 있어."
예전에 구조체가 배신하고 도망갔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구조체라는 새로운 육체를 얻은 이들 중 일부는 끝없는 전투와 무거운 책임 대신 방랑을 선택했다.
극소수 인간들의 악행이 모순을 격화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구조체들의 배신행위가 나타남에 따라 편견도 격화시켰다. 그렇게 정화 부대가 창설되었다.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날까?
루시아가 완벽하게 날 믿어줬던 것만큼 지금 이 순간 나도 루시아를 믿기로 했다.
만약... 그녀가 그런 방식으로 자유와 목소리를 되찾고 싶다면...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가슴팍에서 부드러운 타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붉은색 액체가 떨리는 그녀의 손을 따라 흘러내렸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 순간, 루시아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눈을 뜨고 상처를 움켜쥔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난 대사를 말하며 금방이라도 루시아에게 복수를 할 것만 같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루시아의 얼굴에 초조함이 피어올랐다. 그녀가 변명을 하기 전 난 비틀거리며 다시 침대에 풀썩 쓰러진 뒤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가슴쪽에서 다시 충격이 느껴졌지만 즉은 듯이 침대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자신의 이마를 감쌌다.
잠시 후 문 밖에서 시종이 떠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는 일어나서 대충 손목의 상처를 처리했고 나와 함께 방을 나섰다.
아주 잘했어.
그녀는 모래사장 끝에 서서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롤랑 님이 곧 오실 거야.
선별 통과 여부는 너 자신에 달렸어, 아무튼 난 이미 기준에 부합하는 인원수를 채웠으니, 그 배후의 리더를 만날 수 있고, 승격의 시련을 받을 수 있게 됐어.
……!
바닷속에 있을 때 네가 나한테 물었었지? 혹시 숨기는 게 더 있냐고.
그래. 난 롤랑 님을 도와 적합한 타깃을 찾는 일을 해왔어.
어떤 사람은 길을 잃었고, 어떤 사람은 여기에 이상이 있는지 정찰하러 왔었고, 어떤 사람은 먼 곳에서 잡혀왔지...
내가 사냥감을 잡아야 롤랑 님이 회수하러 오지. 그분께서 이 섬을 지켜주고 있거든. 지금까지 아무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이 시련을 통과를 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난 알 수가 없었어.
…………
지금까지 진행된 게임은 시간을 끌기 위한 거였지만 그래도 즐거웠어. 고마워.
나의 오랜 숙원이... 곧 이루어 질 거야.
그녀는 이 섬 전체를 안으려는 듯 두 팔을 벌렸다.
사람들을 충분히 바치면 롤랑 님이 날 "그 아가씨"에게 추천해 줄 거라고 하셨어.
난 퍼니싱을 제어할 힘이 필요해. 그래야 이 섬에 있는 동료들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지금은 롤랑 님의 힘을 빌어 이곳의 퍼니싱 농도를 제어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 곧 내 힘으로 할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그리고 주인님께 우리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거야.
…………
하, 그 표정 뭐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정도에 놀란다면, 너는 운이 좋은 편이야.
루시아는 고개를 저었고, 바다 마녀는 여전히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말을 못 하니 불편한 게 많네. 네가 약속을 지켰으니, 장치를 제거해 줄게.
그녀는 루시아의 뒤로 걸어가 간단한 인증을 끝낸 뒤 피부로 위장한 작은 칩을 해체했다.
이제 말을 할 수 있을 거야.
전 아무런 시련도 겪지 않은 행운아가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 묶여서 홀로 모든 걸 감당하는 당신이... 참 불쌍하다고 느껴질 뿐입니다.
그때의 난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어.
당신의 선택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금... 당신이 이곳에 남아 여기에 발을 들인 낯선 이들을 죽이는 건, 잠시 시간을 끌 수는 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나도 생각해 봤어. 동료들을 밀폐된 지하로 보내고 내가 직접 나가 희망을 찾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침식된 로봇인 내가 여기 말고 어디를 갈 수 있었겠어?
세상을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좁게 볼 필요도 없어요.
너희같은 구조체는 인간들과 동원이잖아, 당연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
과연... 그게 그렇게 쉬웠을까요?
……?
제가 구조체가 된 이후, 대부분 사람들은... 배척과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구조체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우리의 전투는 희망을 가져다주지만, 공중 정원에서 지내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 굳이 다시 지구를 되찾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심지어 일부 "예언가"들이 존재했는데, 저희가 핏줄을 이어갈 수 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구조체 기술은 결국 인류를 멸종시킨다고 하며 도처에 유세했어요.
이외에도 구조체처럼 작전 능력이 뛰어난 존재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그리고 구조체로 개조되면 공중 정원에 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게다가 일부 구조체들의 배신은 그들의 편견과 공포가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란 걸 입증해 주었어요.
하지만 지휘관님처럼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고, 동료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계속 나아갈 거라고요.
동료를 믿는다고?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들은 주인님이 돌아가신 순간 이미 무너졌어.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거야. 얼마를 희생하든 난 끝까지 버틸 거라고!
그리고 넌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설교를 하는 거지? 넌 그 인간을 죽였어. 이미 그 신뢰를 저버렸다고!
뭐?!
총알이 정확하게 바다 마녀를 명중하고 코어에 있는 단단한 방어막을 무너트렸다.
바다 마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붉게 물들었지만 뚫리지 않은 왕자 예복을 바라보면서 모래사장에 쓰러졌다.
이 근처에 잠복하고 있었던 건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시종이 분명 널 계속 감시했고, 네가 죽는 모습을 녹화까지 했었는데...
하... 죽은 척한 거였어?
누군가 자신에게 칼을 겨루었는데 아무런 소통없이 협력을 할 수 있었다고?
당신...
그래... 믿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날... 나도 그분을 조금 더 믿었다면... 어쩌면...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드니 장난스러운 표정의 청년이 그곳에 서 있었다.
롤랑 님...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또 보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
……!
이번에는 너 혼자야? 보기 드문 기회인데.
그럼 시작하자.
뭐?!
바다 마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붉게 물들었지만 뚫리지 않는 왕자 예복을 발견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아직도 살아있었다고? 시종이 네가 죽는 모습을 녹화했는데...
압도적인 공격력을 가진 누군가가 너에게 검을 겨누었는데 그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다고? 자신의 계획을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지휘관님은 날 믿으시니까.
하... 믿음...
이게 너희 둘 사이의... 신뢰... 믿음이라고?
………………
바다 마녀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 듯 섬 깊은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그때 내가……
아니, 날 파괴하려는 건지, 지키려는 건지,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없지.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모두를 밀폐된 지하실로 옮기고 여길 떠나요.
당신은 퍼니싱을 면역하는 능력이 있잖아요,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구를 다시 되찾는다면 이 섬도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그럼 난...
바다 마녀는 손을 들어 루시아를 향해 한발 더 다가섰다. 그녀의 얼굴에 희망이 피어오르던 그 순간 등 뒤에서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
총알이 정확하게 바다 마녀를 명중하고 코어에 있는 단단한 방어막을 무너트렸다.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그녀는 곧 중심을 잃고 모래사장에 쓰러졌다.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장난스러운 표정을 한 청년이 그곳에 서 있었다.
롤랑?!
또 만났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왜 죽인 거죠?!
그럼 너희들에게 현혹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뭐 원래 계획대로라면 바다 마녀를 회수할 거였거든. 우리 사업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얘들은 이 섬에 너무 오래 갇혀있었어. 가끔씩 와보는 것도 이제 귀찮다고.
애초에 승격자가 되게 할 생각도 없었던 거죠?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라, 저런 꼴로는 승격자가 될 수 없는 거야.
그럼 왜 그런 약속을 했던 겁니까!
허황된 희망이라도 누군가에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거니까. 안 그래?
그런데 너 말고 다른 그레이 레이븐 소대 대원들은 없는 건가? 아주 좋은 기회군.
그럼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