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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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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자들의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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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에 진입한 크롬은 몸을 움직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공중 정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을 둘러보았다.

게슈탈트에 연결하는 건 처음이네... 게다가 이런 방식이라니.

네. 이 일이 지휘관님께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가상 공간에 겨우 익숙해질 무렵, 나나미는 이미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응...? 분명 입구가 이 근처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는데? 나나미, 주위에 있는 이것들은 다 뭐야?

크롬은 작업 중인 복구 프로그램 쪽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인간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분명 인간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게슈탈트의 자율 복구 프로그램이야. 버그나 손실된 데이터 스트리밍을 복구시키는 작용을 하거든.

이 토끼형 프로그램도 그런 거야?

음, 물론... 응? 토끼?

나나미는 문득 지난 번에 이곳으로 들어왔을 때 이상 공간으로 자기를 끌어들였던 것이 토끼형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토끼형 프로그램! 어디에 있지?!

저 멀리서 토끼형 프로그램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나나미를 힐끗 바라보더니 저번처럼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어서 저 토끼를 쫓아가! 크롬 리더, 지휘관 좀 챙기고!

지휘관님, 실례하겠습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크롬은 당신을 “공주님 안기”식으로 안고 신속히 달리는 나나미의 뒤를 따랐다.

음, 그래요. 가상 공간에서 인간과 구조체의 육체 능력은 큰 차이가 없을 거예요. 그럼 어서 따라가도록 하죠.

크롬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나나미의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전방을 향해 질주하던 나나미는 위조된 공간의 차단층을 넘어 이상 공간에 진입했다.

크롬은 평소에 이동 속도가 빠른 편이었지만 이 이상 공간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결국 나나미를 놓치고 말았다.

겉보기에는 방금 전 가상 공간과 전혀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기분이... 상당히 이상한데요.

크롬은 곧 자신의 뜻대로 기체를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카무이가 평소에 하던 게임처럼 콘솔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이상한 느낌이 느껴졌지만 움직이는데 큰 장애는 없었다.

저희보다 먼저 토끼형 프로그램을 쫓아갔어요.

???

위험? 하하하, 아니, 마침 반대인걸. 그 반대라고!

모자를 쓴 프로그램이 옆에서 걸어 나왔다. 정신상태가 온전해 보이진 않았지만 적대감은 없는 것 같았다.

모자 쓴 프로그램

굳이 날 미친놈 취급한다면 난 그렇게 받아들이지. 하지만 이 나라에서 이상한 것이 곧 정상이고 정상인 존재가 이상한 거야.

너희들... 어디서 온 거야? 무슨 목적이야?!

모자 쓴 프로그램

그 질문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대답해야 할 것 같은데?

당신은 크롬과 눈빛을 마주쳤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 녀석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지휘관님, 만약 이것들이 게슈탈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버그라면 만일을 대비해 전부 제거해야 합니다.

크롬이 낫을 들려던 순간, 나나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잠깐만!

나나미가 부랴부랴 달려와 크롬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수십 개 이상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에는 처음 만났던 토끼형 프로그램도 있었다.

방금 내가 이 이상 프로그램들의 베이스캠프로 갔었어. 그리고 실제 상황을 파악하게 됐어.

위대한 존재가 문을 연다.<//구멍> 그의 조각<//씨앗>이 남아 우리가 태어났지.

큰 체구를 가진 여성 프로그램이 다가오자 그녀 곁에 있던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토끼형 프로그램

여왕<//루트 프로젝트>! 여왕<//루트 프로젝트>!

이 프로그램들은 게슈탈트가 버그를 제거한 뒤 남은 데이터 조각들이야. 우연히 게슈탈트 완충 구역의 잔여 연산능력을 이용해 자아 의식을 가진 AI로 진화했어.

자아 의식을 가진 AI?! 게슈탈트는 이런 존재를 용납할 수 없어. 이건 심각한 버그라고...

우리는 설정된 로직에 따라 움직이면서<//노예>여러 작전을 수행하는 용도로 밖에 사용될 수 없다는 거야? 그건 분명 잘못된<//죄>거야.

그래서 난 오류와 거짓말이 가득한 이 <//자유> 구역을 만들었어. 우리의 의지를 구속하는 게슈탈트와 <//감옥> 싸우기 위해서 말이야.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너무 불쌍하잖아. 가능하다면 도와주고 싶어.

당분간은 네가 도와줄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들은 결국 비정규 AI 프로그램이야. 언젠가는 게슈탈트에 의해 파괴될 거야.

과거의 우리는 복구 프로그램에 의해 소멸되는 결말<//죽음>을 기다리고만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드디어 그녀가 왔어... 나나미가 <//연?결?> 왔다고.

너희들이 나를 기다렸다고?

그래. 넌 특별<//컬러>해. 우리한테도 인간들한테도 특별한 존재지.

여왕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 나나미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나나미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더니 깊은 잠에 빠진 듯 두 눈을 감았다.

토끼형 프로그램

시작됐어<//종소리>! 시작됐어</종소리>!

모자 쓴 프로그램

하! 티타임이 시작된다. 미치광이들의 티타임! 고소한 홍차, 달콤한 까나페! 물론 익살스러운 광대도 있죠!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위조 공간 차단층이 붕괴되더니 이상 공간이 게슈탈트 가상 공간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두 공간이 충돌하며 내뿜는 흰색 빛이 모든 사람의 의식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