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이상한 나라 여행기 / Story
모자 쓴 프로그램이 왜 도와주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덕에 나나미는 이상 프로그램을 따돌리고 빠르게 질주해 이상 공간에서 벗어났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차단층을 넘는 순간, 나나미는 기체 이상으로 인해 평형을 잃고 말았다.
우와!!! 또 오는 거야??
와장창 소리와 함께 나나미는 바닥에 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체인톱도 멀리 날아가 점검 중이던 복구 프로그램 옆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기계적으로 체인톱을 뽑은 뒤 자시 파괴된 지면을 복구시키는데 집중했다.
바닥에서 일어난 뒤 나나미는 다시 기체 상태를 조정했고 한쪽에 버려진 체인톱을 주워 조심스럽게 복구 프로그램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잖아... 역시 이상 구역 안으로 진입한 프로그램들만 이상해지는 거였어.
나나미는 다시 체인톱을 등에 메고 방금 전 이상 구역에서 일어났던 일을 천천히 정리해 보았다.
프로그램이 자주 의식을 가지게 된 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야. 하지만 왜 외부의 복구 프로그램은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인지...
음... 골치 아픈 일인데. 출처를 찾을 수 없다면 나만의 힘으로는 그 구역의 확장을 막을 수 없어...
나나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긴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또다시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개체 나나미, 허가 없이 이곳에 침입하는 건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어서 침입 경과서를 제출하세요.
아, 그게... 그건...
현행범으로 잡힌 나나미는 변명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더 중요한 일을 보고해야 함을 떠올렸다.
참, 이건 됐고. 로봇 할머니한테 중요한 일을 알려줄게!
나나미는 큰 상관 없는 디테일까지 곁들이며 이상 구역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다.
보고 내용을 접수했습니다. 보호 규정에 따라 복구 프로그램 네트워크 지점을 스캔합니다...
나나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스캔이 끝나길 기다렸다. 로봇 할머니의 칭찬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다.
스캔 종료... 이상 수치는 0입니다. 집계 결과 버그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복원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그럴 리가! 다시 한 번 자세히 스캔해 봐...
결론을 수정하겠습니다. 이상 상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역시! 내가 말했잖아!
이상 상황은 당신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당신이 게슈탈트 내부에 불법으로 침입해 데이터 혼란이 초래되었고 복원 작업 진행도 계획보다 0.04% 지체되었습니다.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
아니야! 나는...
데이터베이스 자료와 나나미 개체가 오늘 벌인 행위를 기록, 분석한 결과 나나미 개체는 향후에도 "기만"과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 멈추세요.
내가 그런 거 아니야!
그것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죠.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세요. 정말 버그가 생겼다면 복구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복구를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개체가 점검할 필요는 없습니다.
윽... 내 말을 안 믿네. 됐어!
나나미는 텅 빈 공간을 향해 짓궃은 표정을 날린 뒤 고개를 돌려 위조 공간 차단층이 있는 곳을 힐끗 바라보았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잖아. 나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