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님, 전투가 이미 끝난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공중 정원의 새 장비를 시험한다는 명분으로 주위의 침식체들을 처치해도 정말 괜찮을까요?
뭘 그렇게 신경 써.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가장 리얼한 데이터 아닌가? 그렇다면 실전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지.
이미 쓰러진 침식체가 갑자기 다시 가동되더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와타나베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침식체의 머리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수행 지원 유닛"이라고 불리는 보조기가 공격을 두 번 더 발동하여 침식체를 완전히 부숴버린 뒤 신속히 와타나베 곁으로 돌아갔다.
그래, 잘했어...
와타나베는 보조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
저기, 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와타나베님께서는 우리보다 고철 덩어리를 더 부드럽게 대하시는 것 같은데...
젠장... 그만해. 더 말하면 울지도 모르니까.
보조기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더니 전방을 향해 빠르게 비행했다.
이게 뭐야? 고장이라도 난 건가? 왜 갑자기 혼자 날아가는 거지?
하지만 와타나베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수행 지원 유닛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전체 휴식 중단. 어서 따라가!
무, 무슨 일이시죠?!
어서 타! 보조기가 순찰 구역 밖에 숨어있는 침식체를 발견하고 빠르게 전진하고 있어. 목표는--
와타나베의 말에 모든 망각자들은 서둘러 각자의 운송 장비에 탑승해 "수행 지원 유닛"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와타나베가 영지를 떠나자 아이들은 공중 정원에서 온 낯선 이에게 주의를 돌렸다.
남자아이 두 명이 먼저 움직이고 낯을 가리는 듯한 여자아이가 뒤를 이어 앞으로 걸어갔다.
성함이 [player name]라고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망각자 예비 부대 K-107" 1소대 대원들이에요~
저희는 예비 부대 소속이에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코드가 107번으로 바뀌겠죠.
어쨌든 와타나베 아저... 장관님께서 외출하신 동안 저희와 함께 움직이시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안전하게 지켜드릴게요.
별말씀을!
좋아! 이제 다같이 움직이자!
그럼... 방금 전 작전을 계속해 볼까? 아니지. 이제 [player name]도 옆에 있으니...
우리 작전에 합류할 수 있도록 허락할까? 어차피 곧 끝나는데...
임무도 완수하고 장식도 마쳐야 해! 일석이조라고!
일석이조라는 단어를 이럴 때 쓰는 거였나?
아닐걸? 하지만 별다른 방법도 없는 것 같네.
세 아이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지더니 뭔가를 숨기 듯 돌아서서 자기들끼리 의논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의논을 끝낸 아이들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욕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여기요.
남자아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절대 정교하다고 할 수 없는 등불을 들고 있었다.
비록 공예는 볼품없었지만 아이들이 들고 있으니 왠지 더 소중해 보였다.
우리는 지금 이걸 준비하고 있어.
그래요... 와타나베 아저씨를 비롯한 모든 아저씨들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
하하~ 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니까요~
당연히 장식용이지!
생각해 봐, 방금 와타나베 아저씨께서 또 외출했잖아?
이 장식품을 영지 문 앞에 걸어놓는 게 어때? 작전 소대가 돌아왔을 때 바로 보이게 말이야!
야야야,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 우린 영지 밖에 나갈 수 없잖아!
뭐가 걱정이야. 와타나베 아저씨는 이미 나가셨는데.
그래도 그걸 말하면 어떡해! 임무 대상이 이 사실을 알아서 좋을 게 뭐야!
너희 둘!
괜찮아! 등불을 장식하는 것뿐이잖아! 한 사람 더 늘어난다 해도 별일 없을 거야!
시간을 더 합리적으로 배당할 수 있고 [player name]도 우리 시선 범위에 둘 수 있지!
공범이라니!
그쪽 때문에 와타나베 아저씨께서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신 거잖아!
그리고 우리가 임시 임무를 맡게 된 것도 그쪽 때문이잖아요!
이게 바로 그쪽이 해야 할 일이에요. 저희를 협조해 주는 거죠!
남자아이는 거절의 여지는 없다는 듯 진지하고도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남자아이 뒤에 숨었던 여자아이는 어느새 숨겨두었던 물건들을 다시 펼치더니 개수를 세어보고 있었다.
지금 따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까 "물자 상인"도 같이 움직일 수밖에.
하지만... 이제 뭘 더 만들어야 하는 거지... 장식품 그리고 등불...
지금부터는 영지 문주위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우리가 만든 것들을 전시해 둬야지.
말을 마친 여자아이는 분류를 마친 장식품을 3인분으로 나누어 모두의 손에 쥐어주었다.
음, "물자 상인", 그쪽도... 그러니까 그쪽이 사는 곳에도 새해에 집을 꾸미는 풍습이 있나요?
그럴 줄 알았어요!
정말 예상치 못한 대답이네요...
그런 풍습마저 없으면 정말 너무 불쌍한걸...
여자아이는 고개를 숙여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음... 만든 김에 하나 더 만들자. 장식이 끝나면 "물자 상인"에게 보수로 지급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