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무의 목적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관례에 따른 초소 점검을 한 뒤에야 망각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겨울의 사막은 여전히 건조했다. 기온이 조금 내려간 걸 제외하고 누런 모래사막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운송 장비에 시동이 걸리자 먼지가 살짝 날렸다. 공기 속으로 흩날린 먼지는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구름과 같았다.
오늘은 새해 전날이다, 이제 더 이상 명절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이 기간 동안 홀론 작전을 수행한다는 건 나름 신기한 체험이었다.
통신에 접속합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player name], 잠드신 건 아니시죠? 위치 정보에 따르면 이미 안전 구역에 진입했어요. 하지만 경계를 늦추시면 안 됩니다.
잠시 망각자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슨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어쨌든 조심하세요.
그럼 다행이고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멤버들도 곁에 없잖아요.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네. 통신 유지를 잊지 마세요. 순항 시스템의 동향도 항상 체크하시고요~ 약 2km 이후 약속한 합류 구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럼 몸조심하세요.
세리카와의 통신을 끝내자 망각자 측의 통신이 걸려왔다.
숨 돌릴 틈 없이 바로 걸려온 통신에 문득 방금 세리카와 통신을 할 때도 계속 연결 시도를 하지 않았나 의심이 들었다.
[player name], 넌 이미 망각자 영지에 진입했다. 안전 속도를 유지해라. 우리 측 인원이 9시 방향에서 너와 접촉할 거다.
불필요한 외부 활동은 자제해. 괜히 이목을 끌지 않도록.
운전실 안에서 창밖에 피어 오른 안개를 바라보았다. 저녁 노을이 금색의 지평선 위를 비추었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다.
사막은 눈에 보일 정도로 뜨거운 김을 뿜어내고 있었고 햇빛의 반사를 왜곡했고 눈앞의 경치는 마치 용광로 같았다.
수송 목표가 천천히 예정 구역에 진입했다. 깔끔하게 청소된 도로가 시야에 들어왔고 방금 전까지 조금씩 흔들리던 운송 장비도 평온하게 주행하기 시작했다.
와타나베의 명령에 따라 망각자 병사들은 운송 장비를 막아섰다.
운송 장비는 예상대로 바로 영지로 진입하지 못했다. 대충 눈으로 봐도 이곳은 영지와는 거리가 꽤 있어 보였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세리카와의 통신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예상시간 보다 47분 6초 늦었어. 지각이군.
"성의"라고 생각해. 자네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이 근처 상황도 꽤 복잡하니 예외는 아니지.
미리 알리지 않은 건 분명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여기서 막을 수밖에 없어.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도 공중 정원의 사람들을 바로 영지에 진입하게 허락할 순 없어. 지금은 워낙 특별한 때라... 영지에 들어가면 알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네 안전에 위협이 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우리 망각자들은 함께 싸웠던 사람을 절대 잊지 않아.
와타나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위의 병사들과 특이한 제스처로 소통을 했다. 그리고 곧 대장처럼 보이는 병사가 앞으로 나오더니 점검 설비를 꺼냈다.
실례합니다.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주세요——
항상 휴대하던 군용 권총은 말할 것도 없고 만일을 대비해 몸에 지니고 다니던 야외 조난용 불 피우기 세트도 빼앗기고 말았다.
죄송하지만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물품은 영지 내부로 반입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뭐죠?
한 모금 마셔 주시죠... 혹시라도 술이라면...
됐어. 공중 정원 규칙 상, 임무 수행 중인 지휘관은 음주 금지야. 이 사람이 규칙을 위반할 만한 사람 같지도 않고 말이야.
다들 영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공지했겠지?
네, 저희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을 알고 있지만 영지에는 외부에서 온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와타나베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모두와 함께 망각자의 베이스 캠프로 향했다.
평소 차갑고 조용하던 망각자 영지와 달리 지금 이곳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길가의 군용 텐트는 여러 가지 노점으로 개조되어 있었고 망각자들은 평소에 흔히 볼 수 없는 물자들을 교환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수많은 아이들이 망각자 베이스 캠프 옆에서 웃으며 뛰놀고 있었다.
야! 이 말썽꾸러기들! 영지 안에서 뛰지 말랬지! 텐트가 무너질 것 같잖아!
그런 수비 대장의 앞을 지나던 아이들은 그를 향해 "메롱"을 날렸고 더 시끄럽게 떠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아이들은 망각자 소속의 아이들이야.
놀랄 필요 없어. 우리의 영지는 여기 말고도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으니까. 이 세상에서 잊혀진 건... 우리뿐만이 아니야.
영지의 동쪽에 소형 대피소를 세웠어. 항로 연합 사건 이후 세운 거지. 망각자들의 아이들과 외부자들은 모두 그곳에서 지내고 있어.
저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을 담은 존재잖아.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와타나베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물자를 정리하고 있는 망각자 병사에게 무언가를 명령했다.
와타나베 씨, 오셨어요! 아, 물자 정리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합니다. 일단 이분과 함께...
물자 상인. 지금부터 이 사람은 “물자 상인”인 걸로.
아아아! 일단 이 "물자 상인"과 함께 여기저기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
참, 와타나베 씨, 통신 답장을 잊지 마세요! 곧 푸른 머리 형님과 약속한 통신 시간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답장할 거야. 그리고 지각한 건 우리가 아니잖아.
방금 전 영지에 진입했을 때 마주쳤던 아이들은 아직도 뛰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와타나베는 평소의 차가운 표정을 거두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또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으흠... [player name], 일단 일 얘기부터 하지.
이번 테스트에 대해 아주 간단한 보고서 밖에 받지 못했어. 하지만 그보다 난 다른 게 더 궁금한데 말이야.
와타나베의 손짓에 따라 망각자 병사들이 테스트 표식이 적힌 저장 상자를 열었다.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수행 지원 유닛"이 바로 가동되어 와타나베 옆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가동된 수행 지원 유닛은 적색선으로 장식된 기하 형태의 로봇이었고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이게... 전투에 협조할 수 있다고? 외관만 보면...
의심스러웠지만 와타나베는 계속 수행 지원 유닛의 2차 활성화를 진행했다.
전개 후 전투 준비 상태에 돌입한 수행 지원 유닛의 외형은 또 변화되었고 활성화 후, 로봇 본체에 여전히 동물 이미지가 코팅되어 있었는데 유난히 눈에 띄었고... 어딘가 조화롭지 않았다.
눈앞의 광경에 와타나베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고 주위의 분위기도 왠지 이상해졌다.
아무리 전투 보조 용도로 사용되는 거라지만... 이런 외형 디자인은 좀 과하지 않나?
고민을... 거쳤다고?
그렇다면... 받아들이도록 하지.
모든 걸 작전 성능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너무 잔인하니까.
와타나베는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언가를 참는 듯했다.
통신에 접속합니다.
시간 괜찮으세요? 잠깐 얘기 가능할까요?
공중 정원에서 걸려온 통신이 침묵을 깨트렸다. 그리고 통신이 접속되는 순간, 와타나베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제때에 도착하진 못했지만 위치 정보에 따르면 [player name]는 이미 도착하신 것 같네요. 와타나베 씨, 저희가 제공한 지원 로봇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잠시 후에 말해주세요. 이건 공중 정원의 야심작이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아시모프가 설명을 진행하도록 할게요.
사실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과학자로서 이런 화면에는 미숙한 건지, 아니면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아시모프는 여전히 수면 부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수행 지원 유닛"의 사용, 접속 방법은 전에 송부한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저희 측에서 제공한 건 테스트 모델이라 분명 사용감이 완벽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별다른 리스크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접속이 쉽진 않을 겁니다. 의식의 바다와 연결되는 거니까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세요.
테스트 모형의 외형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예술 협회의 전문가를 모셔서 디자인한 겁니다. 실전 능력도 보장되는 디자인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테스트 데이터는 망각자 늙... 아니, 망각자 엘리트 분들께 맡기겠습니다.
평범한 협력 테스트일 뿐이니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전 구형 모델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것뿐이니까요. 여러분의 기체 유지 상태에 미루어 볼 때 현재 작전 수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습니다.
공중 정원은 이 기체의 유래를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네요. 쳇.
그건... 저와 무관한 일입니다. 하산과 연결해 드릴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
외람되지만 이런 방식의 협력은 저도 두 번 다시 원하지 않습니다. 그럼 모든 게 순조롭게 끝나길 기원합니다.
통신은 그렇게 끝났다.
와타나베, 이 "물자 상인"이 가지고 온 물건은 정말 문제없겠죠?
걱정하지 마. 만약 함정이라면 굳이 우리 쪽에 보낼 이유가 없어.
부하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와타나베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난 [player name](을)를 믿어. 입장이 다른 적보다는 함께 싸우는 동료가 더 믿음직스러운 법이지.
하지만 내 부하들이 로봇 조정을 하는 동안, 자네에게 맡길 임무는 따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