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재가 파괴된 건가?
네, 비록 아딜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역시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싸웠던 것들이니까 그렇겠지. 어쩔 수 없지 뭐.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회수해.
네.
망각자의 안신처에서 와타나베가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다음.
이 거점 근처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젠...
정찰병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하라고 해. 만약 이번 정찰 결과도 똑같다면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정찰병 대열에 합류하겠습니다.
철수해야 할 땐 철수해야 해. 알겠어?
그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
망각자는 비록 꽤나 큰 규모의 조직이지만, 자원 부족으로 인해 장기간 열세에 처한 상태였다.
와타나베와 망각자 멤버들은 마치 얼음장 위를 걷 듯 모든 업무를 진행했고 모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다음.
……
자, 다음?
여기에요! 와타나베님!
동시에 여러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와타나베는 이번에 찾아온 사람들은 허리를 숙여야 볼 수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윽. 이 꼬맹이 녀석들이...
저희 꼬맹이 아니거든요! 저희도 훌륭한 멤버라고요! 캔을 나누는 것도 도왔어요!
휴...그래,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인데? 사탕은 따로 쓸 데가 있어. 더 이상 너희들한테 줄 수 없어.
사탕 같은 거 가지려고 온 거 아니에요!
와타나베가 꼬맹이라고 부른 아이들은 불만 섞인 얼굴로 와타나베에게 항의했다. 그제야 와타나베는 아이들이 평소처럼 "정의의 철권"으로 자신을 공격하지 않음을 눈치챘다.
왜 다들 손을 등 뒤에 숨기고 있는 거야...또 장난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아, 그게...
아이들은 물건을 등 뒤에 숨기려고 애썼지만 아이들보다 키가 훨씬 더 컸던 와타나베는 아이들이 뭘 감추고 있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먼지가 묻어 있었지만 그건 꽃다발이었다. 긴장한 탓에 잔뜩 눌려버렸지만 말이다.
꽃...?
음,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고 했는데.
들켰으니까 어쩔 수 없네. 다들 준비해!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 와타나베님.
윽...아직 크리스마스는 아니지 않나?
왜 그런 점에서 놀라는 거죠? 어서 고맙다고 하셔야죠.
어서 고맙다고 하세요!
그래, 그래...그러니까 더 이상 차지 마...고마워. 고마워. 됐지?
아이들의 폭행에 와타나베는 꽃다발을 받고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왜 지금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건지 물으시려는 거죠?
이런 곳에서 꽃은 곧 시들거든요. 시들기 전에 드리고 싶었어요.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요.
그랬구나...
고마워.
흥, 알면 됐어요. 그리고 이 꽃은 먹을 수도 있는 거예요. 당직 서는 아저씨들한테 디저트로 만든 후 저희한테도 나눠주는 거 잊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와타나베가 선물을 받은 걸 확인한 뒤에야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꼬맹이 녀석들...
아이들의 "영리함"에 와타나베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받은 꽃다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 사람을 부르려고 하는 순간...
……
와타나베님, 여기 공중 정원의 서명이 담긴 통신이 도착했습니다.
공중 정원?
내용은? 어디 보여줘봐.
……
……
그렇군. 우리 쪽에서도 대응을 해야겠어. 위성에 연결할 수 있는 장치가 있나?
장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와타나베님, 이렇게 스크린에 나타나실 생각이십니까?
응? 왜, 안 돼?
물론 안 되죠...당신은 우리 망각자들의 수령이자 이미지잖아요. 공중 정원 사람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당신을 보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뭐 그렇긴 해도...평소에 거의 이런 상태라.
평소는 평소고 지금은 평범한 통신이 아니잖아요? 적어도 제대로 앉으셔야죠. 메이크업도 해드릴게요.
난 남자인데?
메이크업은 남녀 상관없이 하는 거예요. 립스틱을 바르라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제 말 들으세요.
휴...그래. 그럼 얼른 불러와.
네, 저한테 맡기세요.
강경한 태도의 동료를 내보낸 뒤 와타나베는 몰래 위성 연결 장치를 작동시켰다.
아무래도 메이크업은 아니야…흠
연결 성공 후 와타나베는 사무적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스크린을 향해 말했다.
자, 여기는 와타나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