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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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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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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밤이 깊었지만 수많은 커플들이 야항선을 거닐고 있었다.

그들은 여러가지 도구를 들고 함께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다들... 지금 뭐하는 거죠?

칠석 한정 이벤트야.

연인과 함께 만든 공예품이 예선을 통과하면 로보트 공연의 VIP 입장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VIP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추첨에 참여할 수 있어. 1등은 백만 곤충 코인이야!

열차 내의 이벤트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

입장권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목적이고, 구체적인 이벤트는 내가 구상해봤어.

칠석이라면 대립과 사랑 이 두 가지 주제를 뗄 수 없으니까.

한번 도전해 볼래?

이해했어, 지휘관 지금 주제에 맞는 사람을 못찾겠는 거지?

그렇군... 괜찮아.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공예품을 만들면 돼. 다들 같이 참여해봐.

공예품 제작이라...

루시아는 뭔가 생각하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고 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또 풀었다.

부품 조립에 대한 지식은 탑재하고 있지만, 공예품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꼭 "직접"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야.

사든 교환하든 합격할 수 있는 물건만 가지고 오면 이벤트 완료로 간주되니까 걱정 마.

완성품을 사고 싶지 않다면, 저쪽에서 공예품 재료를 살 수 있어.

두 명의 화려한 티키타카에 넘어갈 뻔했지만 본능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참여할거야?

지휘관은 누구랑 같이 움직일거야?

그건 이벤트 규칙에 어긋나서 안돼, 반드시 두 명이서 해야 돼.

물론 누구와 함께든 상관없어. 그건 규칙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까.

지휘관이 선택을 마치면 남은 두 명은 우리가 함께 가이드를 해줄거야!

평소에 함께 작전 진행하는데 가끔씩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잖아.

특별한 추억이라...

어때? 누구와 함께 기념일을 보낼거야?

그 질문에 남은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휘관님은 그냥 사실 생각인 걸까 아니면 직접 만드실 생각이실까?

루시아는 공예품의 획득 경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휘관님은 아직 부상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하셨으니 무리하시면... 좀 걱정되는데 제가 지휘관님과 함께해도 될까요?

리브는 공예품보다 지휘관의 건강이 더 걱정됐다.

리는 아직 경계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듯 무표정으로 주위를 관찰했다.

전 신경쓰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부품들을 찾아 조립하겠습니다.

결정했어?

[player name]님...

그럼 저희도 부품을 찾으러 가보죠.

그리고 나도 있어. 가이드는 나한테 맡겨달라고.

아! 공예품이라면 추천할만한 곳이 있지! 자자자, 무조건 경험해 봐야해...

포뢰는 아직도 걱정스러운 표정인 리브를 토닥이더니 웃으며 앞을 가리켰다.

네? 알... 알겠어요.

리브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포뢰의 손에 이끌려 인파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명랑한 해설과 함께 점점 멀어졌다.

네.

지휘관님, 공예품은 어떻게 얻으실 생각이시죠? 리브 말처럼 야시장에서 사실 생각인가요?

좋아요.

그녀도 긴장이 많이 풀린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희 처음 야항선에 온 게 아니죠?

여기 왔었다는 게 기억은 나지만 실감은 나지 않아요.

하지만 제 의식의 바다에는 지휘관님이 곁에 없을 때 느꼈던 초조함이 선명하게 저장되어 있어요.

우리는 지휘관님의 신호를 쫓아 야항선에 도착했죠... 그리고...

루시아는 먼곳에 있는 야시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기억 데이터 속의 자신의 그림자를 찾는 듯했다.

네, 돌아오셨죠.

기억 속의 가장 익숙한 부분이 떠오른 듯 루시아는 사색에서 깨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전투를 치뤘어요...

루시아는 과거를 추억했지만 기억속의 어색한 감정에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player name]님, 저랑 같이 좀 걸어요. 기억 속에 있어야 할 그 익숙함을 되찾고 싶어요.

루시아는 옆으로 좀 더 다가왔고, 갑판 위를 함께 걸었다. 주변의 소리가 점점 멀리서 들리는 소리처럼 작게 들렸다.

멀리 떨어져있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루시아가 화려한 복장을 입고 검무를 추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추억을 그녀에게 들려줘야 할까?

네.

루시아는 자신의 눈빛을 따라 먼 곳에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저기 기억나요...

네. 여기서 받은 거라는 거 알아요.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루시아에게 말해주었다.

제가 모든 사람을 이겼어요...

지금의 저에게 그 추억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무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혼란스러움이 담겨있었다. 만약 그곳에 다시 선다면 실감이 날 수 있을까?

하지만 저쪽에는 이미 다른 참가자들이 있잖아요.

음... 지휘관님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않겠어요.

루시아는 천지홍운의 코팅으로 바꾼 뒤 다시 무대에 올랐다. 주위의 무투 꼭두각시들은 누군가 무대에 오르는 걸 보고 따라서 무대에 올라 루시아의 옆에 섰다.

이 꼭두각시가 이번 토너먼트의 챔피언인 것 같네요.

네. 여기 공지가 적혀있어요. 저번 토너먼트 경기에서 누구도 이 꼭두각시를 이기지 못해 상품이 그대로 남았다고요.

그 상품은... 굉장히 아름다운 조각상이라는데요. 이걸로 이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도전해 볼까요?

네.

루시아는 장도를 뽑아 앞에 있는 꼭두각시를 겨누었다. 그들은 공연 시작 신호를 받은 듯 칼을 휘두르며 그녀를 공격했다.

칼날은 그녀의 잔상을 스치고 지면에 두 상처를 남겼다. 루시아는 몸을 휘리릭 돌려 뛰어오르더니 옆에 있는 조각 돌계단 위에 착지했다.

꼭두각시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등 뒤에서 날아온 신월호광의 충격에 비틀거렸고, 루시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높게 뛰어올랐다. 그녀의 검이 남긴 잔상은 마치 홍련처럼 피어올랐고 꼭두각시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했다.

다시 반격할새도 없이 무투 꼭두각시는 쉰 목소리로 기합을 넣더니 몇 발자국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무대 위에 서 있던 루시아는 장도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무대의 조명이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지휘관님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

여기서 다시 한번 너의 검무를 감상하게 될 줄 몰랐어.

고개를 돌려보니 붉은 우산을 들고 있는 구조체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지난 번 전투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잖아요.

전투?

네, 저번 토너먼트 경기 저도... "곡"의 곁에서 보고 있었어요.

……………………

뭔가 생각난 듯 카이사이는 잠시 침묵했지만 곧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당신이 이겼으니 이 조각상을 받도록 해요. 마침 밖에서 진행되는 시끄러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겠군요.

고마워.

루시아는 상품을 받더니 조각상을 두 손에 올려놓고 다가왔다.

이걸 지휘관님께 선물로 드려도 될까요?

네...

하지만 당신의 검무에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시는 건 아니죠? 또 갖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갖고 싶은 거...

루시아는 고개를 숙여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지휘관의 눈을 바라보았다.

난... 새 추억을 만들고 싶어.

[player name]님과 함께한 추억.

카이사이는 맞은 편의 방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칠현금이 놓여있었다.

칠현금을 배우고 싶나요?

칠현금...?

비록 당신이 어떤 추억을 만들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칠현금을 배우던 경험은... 저에게 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죠.

괜찮다면 제가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나랑 칠현금이 어울릴까...?

그래요. 그럼 한 번 도전해 보죠.

칠현금 연주에 관한 자료를 전송할 거예요. 곧 끝날 겁니다.

두 사람은 칠현금 앞에 걸어가 간단한 조율을 끝냈다.

앉아보세요.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칠현금 앞에 단정하게 앉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앞에 있는 현을 튕겼고 그 순간, 마치 꽃잎이 호수에 내려앉은 것처럼 잔잔한 물결과 같은 소리가 퍼졌다.

산들바람과 같은 선율을 연주하던 그녀는 갑자기 손가락이 현 위에서 빠르게 튕기며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웅장한 북소리와 같이 변주를 하였다. 그 음율은 마치 장대하고 불타는 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루시아는 완급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연주를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황망한 전장에 떨어져있는 병기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몹시 구슬픈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곡을 다 연주한 뒤, 루시아는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은 뒤 긴장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마치 감상을 묻는 것 같았다.

그럼 다행이에요. 지휘관님께서 이런 곡 안 좋아실까 봐 걱정했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추가 상품"이 마음에 드셨나요?

응. 고마워.

시간이 촉박한 탓에 몇 곡 못 가르쳐드렸네요. 하지만 이 기회를 빌어 새로운 추억을 만드셨다면 그걸로 다행이에요.

시간이 늦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미 돌아왔을 겁니다. 어서 가보세요.

네, 이제 가요.

지휘관님...?

리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 다른 두 사람의 가이드는 나한테 맡겨.

순찰한다고 하지 않았어?

어차피 순찰이라는 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루시아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묵묵히 이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루시아. 근처에서 쓸 만한 부품을 찾아보자.

응. 공예품을 찾으면 여기서 다시 모이죠, 지휘관님.

루시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먼저 떠난 이들을 따라나섰다.

네... 야시장에 가서 조건에 부합하는 공예품이 있나 보죠.

리브와 함께 야시장 문 앞에 도착했다. 이곳의 건축물은 그전과 똑같았지만 장사치들의 표정은 훨씬 더 온화해 보였다.

어떤 공예품이 예선을 통과할 지도 모르고...

장인

자체제작한 기계 배우——! 한번 둘러보세요. 기념일이라 20% 할인합니다!

장인은 영업을 하며 다가오는 손님들을 향해 미소지었다.

장인

그는 리브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선 잠깐 흠칫할 뿐 곧 평소의 태도를 유지했다.

아름다운 아가씨, 하나 사실래요? 가사도우미, 여행, 보디가드, 보모까지 다 가능하답니다.

지휘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장인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왼쪽의 것은 노래와 희곡도 부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살게요.

다른 곳에 가서 둘러보죠.

장인

어! 가지 마세요! 시간하고 곤총 코인만 좀 더 주시면 원하는 건 다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올게요.

기계 배우를 판매하는 장인과 헤어진 뒤 두 사람은 인파속을 향해 걸어갔다.

저번에 봤던 그런 사람은 다시 못 볼 것 같네요...

아... 죄송합니다. 지휘관님께서는 전에 여기서 왜 분쟁이 일어났는지 모르시죠.

리브는 저번에 야항선에 왔을 때 일어났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제가 너무 무모했어요... 지휘관님이 제때에 오시지 못했다면 팀원들의 계획에 지장이 있었을거예요.

리브는 손을 가슴 위에 얹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님께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만 안 하시면 돼요.

하지만 아픈 사람을 두고 갔다면 분명 더 후회했을 거예요.

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안심이 되네요.

다른 사람들 선물도 골라볼까요?

리브는 웃으며 돌아섰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녀의 발걸음이 왠지 가벼워보였다.

저쪽에 작은 가게가 많네요. 가볼까요?

개구리 태엽 인형 정말 귀엽네요. 이걸로 예선에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 사서 루시아한테 선물할까요?

장사꾼

감사합니다!

루시아가 좋아할까요?

하지만... 지휘관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분명 좋아할 거에요.

리브는 조심스럽게 개구리 태엽 인형을 받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음... 지휘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리브는 조심스럽게 개구리를 내려놓고 미안함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공구는 흔히 볼 수 없는 건데 리가 좋아할까요...

음... 하긴요. 역시 지휘관님은 모두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이 공구 세트로 주세요.

역시 안목이 있으시네요! 자, 잘 챙기세요.

음... 지휘관님 이제 어디 가보고 싶으세요?

리브는 지휘관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더니 기대감 섞인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네? 누구한테 주는 건가요?

네? 저,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

리브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전... 그저... 지휘관님이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휘관님이... 제 곁에... 모두의 곁에 있어주신다면... 그게 제게... 가장 큰 선물이에요.

그러신가요...

그녀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손을 잡았다.

바로 이때, 멀리서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비켜!

깡마른 남자아이

부탁드릴게요...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연약한 두 사람이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낡은 의수를 상대방의 다리에 걸고 있었다.

이거 놔!

깡마른 남자아이

이건... 당신의 동료가 말한 물건이에요. 이미 가지고 왔고... 그녀가 이걸 사겠다고 했어요...

병약한 여자아이

오빠...

다 썩어버린 장기를 누가 가진다고 그래! 집에 가지고 가서 골골대는 네 여동생한테나 먹여!

깡마른 남자아이

이건 금방 적출한 겁니다... 분명 그분이 말씀하신대로 보관했는데 왜, 왜 이런 일이...

글쎄 필요없다니까!

남자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감고 있는 의수를 거세게 차버렸다. 의수는 점점 더 너덜너덜해졌지만 남자아이는 손을 놓지 않았다.

네 몸에 있는 걸 나한테 준다면 생각을 해보지.

깡마른 남자아이

... 그... 그래요.

그 제안에 응할 줄 몰랐는지 거구의 남자도 흠칫했지만 곧 남자아이의 머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깡마른 남자아이

돈만 주신다면... 뭐... 뭐든 팔 수 있어요.

죽은 뒤에 돈이 무슨 소용이지?

깡마른 남자아이

여동생이... 안전구역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만 있으면... 그거면 됐어요...

병약한 여자아이

흑...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차갑게 웃더니 남자아이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

흥, 이걸 사고 싶었던 여자는 벌써 자기가 상품이 되어버렸지.

그는 손에 든 곤충 코인 주머니를 흔들더니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네 여동생을 버리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님! 제... 제발... 허락해 주세요.

거구의 남자는 옆에 있던 금속재료판을 들었지만 내리치려는 순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

뭐야?!

이런 짓은 그만두세요!

남자는 리브처럼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자신을 향해 호통을 칠 줄은 생각지 못한 듯싶었다.

그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침을 뱉더니 일어났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두 사람을 향해 금속판을 휘둘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또 다시 보기좋게 넘어지고 말았다. 비록 리브는 손가락 까딱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휘관님, 아직 부상을 채 회복하지 못하셨잖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

너... 너 구조체였어?! 쯧!!

상대가 구조체임을 알아차린 남자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는 욕설을 내뱉은 뒤 재빨리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무서워하지 마요. 이제 안전해요.

깡마른 남자아이

…………

깡마른 남자아이는 여동생을 안은 채 주저앉아 통곡했다.

여동생을 치료해줄까요?

그는 고개를 들어 리브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망설임이 담겨있었다.

깡마른 남자아이

당신은...?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리브의 미소에 감동을 받았는지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어서인지 남자아이는 드디어 여동생을 안고 있던 두 손에 힘을 풀었다.

리브는 병약한 여자아이를 가볍게 받아 치료를 해주기 시작했다.

가벼운 퍼니싱 감염이에요. 하지만 면역시스템이 너무 약한 탓에 다른 사람들보타 증상이 더 심한 거였어요.

지휘관님, 이 아이에게 혈청을 사용해도 될까요?

깡마른 남자아이

...감사... 감사합니다...

혈청이 천천히 여자아이의 몸에 주사되는 걸 본 아이는 두 사람을 향해 통곡했다.

깡마른 남자아이

저희는 돈이 없어요. 하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깡마른 남자아이

당, 당연하죠! 배 위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하시려는 건가요?

깡마른 남자아이

잠, 잠깐만요. 바로 올게요!

남자아이는 품 속에서 마지막 남은 곤충 코인 두 개를 꺼내더니 부품을 파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폐장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릴 때에야 리브 품에 안겼던 여자아이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애써 일어서 두 사람을 향해 인사했다.

어때요? 좀 괜찮아졌어요?

병약한 여자아이

네... 감사합니다...

이때,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깡마른 남자아이가 낡은 톱니바퀴와 철사로 만들어진 까치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깡마른 남자아이

제, 제때에 도착했네요! 이거 드릴게요!

남자아이가 건넨 까치는 비록 재료도 낡고 심지어 녹까지 쓴 상태였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조립되어 있었다.

부품으로 조립된 까치를 조심스레 넣은 뒤 남은 곤충 코인을 남자아이에게 건넸다.

깡마른 남자아이

이건...

깡마른 남자아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아이는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발견한 듯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곤충 코인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고맙다는 인사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네?

이 사실을 인식한 리브는 낮게 소리를 질렀다.

아, 아직 지휘관님께 선물을 사드리지 못했네요... 시장에서 사려고 했는데...

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지휘관님이라고요... 흑...

병약한 여자아이

언니... 저도 언니한테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조화로 만든 화관이에요. 전에 누군가의 조각상을 고쳐주고 답례로 받은 거에요. 받아주시겠어요?

난...

깡마른 남자아이

제발 받아주세요.

지휘관님...

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기뻐하며 화관을 리브의 손 위에 내려놓았다.

씌워주실래요?

화관을 리브의 머리 위에 씌워주며 손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닿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때요?

...감사해요.

이 화관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네요.

지휘관님은요? 아직 뭘 원하시는지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리브

...아.

리브는 그 자리에서 흠칫하다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해요... 지휘관님...감사해요.

...네...

리브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웠고 표정도 왠지 몽롱했다.

네... 같이 돌아가요.

리는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을 선택할 생각은 없는 겁니까?

저랑 같이 훈련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그걸 공예품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물론이지! 공예품은 형식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정교하게만 만들었다면 괜찮아!

…………

...아닙니다.

이렇게 움직이시다니, 상처는 다 아문거 맞습니까?

그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됐습니다... 최대한 빨리 목표를 완수하고 돌아오죠.

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좋아. 이제 제가 두 사람을 안내해 줄게. 루시아, 리브!

순찰한다고 하지 않았어?

순찰이라는 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니까.

맞다. 저번 토너먼트 공연에 승자가 없어서 상품이 그대로 남았어. 루시아 혹시 관심 있어? 너가 참여하면 분명 획득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럼 한번 가볼게.

리브는 야시장에 가보고 싶지 않아? 지금 여러 가지 재밌는 공예품을 팔고 있어~

네. 모두를 위한 기념품을 사서 돌아갈 수도 있겠네요.

지휘관님, 임무를 완료하면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세 사람이 얘기를 나누며 멀어지는 걸 지켜보던 리는 돌아서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없습니다.

...네.

야항선의 울타리를 따라 파도의 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달이 하늘에 환히 뜰 때까지 걸었다. 달빛은 얇은 구름을 뚫고 은색 빛을 내뿜고 있었고, 침묵하는 리의 옆선에도 부드러운 빛이 드리웠다.

그는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지휘관과 한참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천천히 걸었다.

지휘관님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까요.

저번이요?

그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렇게 무료한 일도 기억하는 겁니까?

……………………

이번에는 전과 달리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요즘 계속 전투가 있었잖아요. 그냥 기념일 이벤트일뿐이라면 굳이 지휘관님이 직접 움직일 필요 없어요.

힘드십니까? 그렇게 하죠.

그는 주위를 쭉 둘러보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자를 쳐다보았다.

저쪽으로 가죠.

정자에 앉은 지휘관은 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피곤하십니까?

그럼 다행이네요.

그럴리가요.

리는 눈길을 거두고 지휘관 옆에 앉았다. 오늘따라 왠지 더 과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시장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밝은 불빛이 밝히는 그곳과는 달리 이쪽에는 달빛과 파도소리와 리뿐이었다.

저랑 여기 온 걸 후회하시나요? 야시장 둘러볼까요? 부품을 살 수도 있고요.

둘러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부상을 입은 채 산책까지 하다보니 이제 더 이상 걷긴 힘들 것 같았다.

공정 이론에 관해 설명해 드릴까요? 시간 난 김에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

………………

조용히 하세요.

저쪽을 한 번 보세요.

리가 가리키는 쪽을 따라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았다.

동남쪽, 은하에 자리잡은 세 별이에요. 백조자리 α, 거문고자리 α, 독수리자리.

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룡에서는 거문고자리 α와 독수리자리 α를 "직녀", "견우"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바로 "직녀성"과 "견우성"이죠.

전 그 두 별이 구룡의 칠석 이야기 속 두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하늘 위의 두 별은 은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던 리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두 항성의 거리는 16.4 광년이에요. 즉 160조km죠.

까치 한 마리의 평균 길이는 40-50cm 정도죠. 물리적 요소를 전부 무시하는 상황에서도 오작교를 쌓으려면 적어도 까치 33조 마리가 필요해요...

……

어쨌든 오작교를 쌓는 건 불가능해요.

과거의 인간들은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닥치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지어내 의문점을 풀었죠.

하지만 지금도 강력한 과학기술과 계산능력이 있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요.

아니에요.

그는 고개를 들어 별바다를 바라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근 빈번했던 전투 탓인지 아니면 갑자기 편안해져서인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자니 졸음이 밀려왔다.

파도 소리와 흔들리는 배는 최고의 요람이 되었다. 멀리 야시장의 북적거리는 소리도 점점 흐릿해졌다.

...당신은.

옅게 잠이 든 그때,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랑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해야 지휘관님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요즘 전투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어요.

비록 그게 바로 우리의 사명이라지만, 자신의 안위조차 걱정하지 않는 사람의 지휘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 말에 대답하고 싶었지만 몰려드는 졸림에 난 또다시 꿈에 빠지고 말았다.

[player name]... 전 더 이상 그런 추억따위 가지고 싶지 않아요.

달이 천천히 하늘에 걸리고 밤바람이 난간을 넘었다. 조용한 이곳에 쌀쌀한 기운이 드리웠다.

갑작스런 추위에 난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곧 느껴지는 따뜻함이 추위를 쫓아주었다.

포근한 따뜻함에 난 또다시 꿈속에 빠져들었다.

꿈을 꾸며 왠지 멀리서부터 시끄러운 경보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뭔가에 가로막힌 듯 그 소리는 또다시 멀어졌다.

그리고 모호한 그림자가 경비 로봇의 추격을 받으며 지휘관과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

도둑 잡아!

칫.

너무 시끄럽잖아!

발버둥치며 잠에서 깨려는 찰나, 귀청을 때리던 소리는 사라졌다.

………………………………

얼마나 흘렀을까?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 잘 주무시네요. 경계심 따위 전혀 없는 건가요?

두 눈을 떠보니 뭔가 따뜻하게 내 몸을 감싸고 있어 쾌적하게 누워있음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여보니 내 몸을 덮고 있는 건 리의 옷이고 귀에는 부드러운 귀마개가 들어있었다.

귀마개를 뽑으니 점점 멀어져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야시장이 끝날 시간이다.

깨셨나요?

그럴 필요 없어요.

리는 배 모형을 나에게 건넸다. 그 모습은 야항선과 굉장히 흡사했다.

지휘관님이 잘 때 만든 겁니다. 이것만 있으면 이벤트를 완료한 걸로 볼 수 있겠죠.

야항선 모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부 부품에는 익숙한 색깔이 섞여있었다. 그것은 배 위의 경비 로봇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그건 비밀입니다.

그는 어두운 달빛 아래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