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끝난 그 밤...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해변에서 실내로 돌아왔다.
해변에는 한 사람만 남아 있었는데, 재료 더미에 앉아 무언가 연구하고 있었다.
이걸 더하기만 하면...
중얼거리면서 무언가에 불을 붙이자 불꽃이 발사되면서 해수면에서 폭발했다.
그 불빛은 재료 더미 속에 앉아 있는 인연을 비췄다...
어? 이렇게 늦었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딱 보면 몰라?! 불꽃을 연구하고 있잖아.
카레니나가 엄지를 세우며 뒤의 재료 상자를 가리켰다. 그 위에는 불꽃 모양의 도안이 찍혀 있었다.
여기에 화약이 이렇게 많은 데다 잘 만들어졌으니, 차라리 연구해서 실전에서...
거하게 터트려보려고!
뭐? 지금 싸우고 싶어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빨리 가서 쉬어. 좀 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와서 나에게 불평하면 어쩌려고 해!
쯧, 한가하다고 하니 차라리 나랑 같이 재료나 찾으러 가자.
에탄올이 부족해. 그...
어느 버려진 바에서 본 것 같아. 그때는 바빠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자, 나랑 함께 다녀오자!
카레니나에게 끌려와 버려진 바에 들어섰다...
전력이 회복되자 이곳도 어두웠던 등이 밝혀졌다. 서비스 로봇 일부도 작동되면서 바 카운터 앞에서 전기가 끊기기 전과 같은 행동을 이어갔다.
설문 조사를... 부탁...
너무 오래 방치된 탓인지 이 구식 로봇들의 발성기가 다소 손상되어 말속에 잡음이 섞이기도 했다.
무엇이... 불만인지... 알려주십시오.
저리 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
로봇은 카레니나의 외침에도 녹슨 몸으로 휘청거리면서 그녀 앞까지 다가와 각종 술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여줬다.
쯧, 멀리 꺼지라 했잖아!
하지만 카레니나의 외침에 더 많은 서비스 로봇만 몰려왔다. 그녀를 둘러싸면서 각자 설문조사를 이어갔다.
아악!! 성가셔죽겠네! 다 답하면 되는 거지?!
그녀는 글자로 빽빽이 채워진 설문조사를 보면서 눈썹을 찌푸렸다.
다 음료에 대해 묻는 거잖아?! 너희들이 만든 거 먹어본 적도 없거든?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바 카운터 주변에서 새로 만들어진 음료를 발견했다.
비켜!! 마셔봐야 답하지!
그녀가 힘으로 눈앞의 서비스 로봇을 옆으로 밀치면서 바 카운터로 걸어가 알록달록한 음료를 한잔 마셨다.
괜찮은 것 같네.
하지만 한입 마신 순간 뿜어냈고, 카레니나는 음료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맛에 속사포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는 빠르게 잔을 내려놓은 후 눈앞의 서비스 로봇을 확 붙잡았다.
이 [삐——]는 무슨 [삐——] 냄새야? 기름을 섞은 순환액보다도 역겹잖아?
이런 게 팔릴 리가 있겠냐!
카레니나의 말을 듣자, 주변의 로봇이 또다시 빠르게 그녀 곁으로 모여들었다.
뭐야? 뭐 하려는 거야?
설문 조사를... 부탁...
이렇게 맛없는 걸 만들다니, 하루빨리 공장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
설문 조사를... 부탁...
서비스는 계속해서 잡음투성이 그 말을 반복했다.
쯧, 답하면 되잖아!
의미 없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카레니나는 설문조사를 끝낸 후 제출을 꾹 눌렀다.
어? 조사 기록?
우측 하단 모서리의 표식에 끌린 그녀가 눌러서 살펴보니 지난 설문조사는 아주 오래전에 이루어졌으며, 모든 설문조사의 시간 간격이 길었다.
보아하니 이 바는 대철수 후 오랫동안 방치된 것 같았다. 시간 간격이 긴 설문조사는 모두 그 후에 방문한 사람이 답한 걸까?
이 설문조사의 요청사항은 왜 이렇게 이상해? "오렌지즙에 신선한 먹물을 추가해주세요"?!!!
이걸 쓴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강제로 20통을 마시게 하겠어!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이 제조법으로 만들어서 직접 마셔보긴 했어? 너무 맛없잖아!
쯧, 구형 모델은 없는 게 너무 많아.
갑자기 자정 0시의 종소리가 바에서 울려 퍼지자 서비스 로봇이 동작을 멈췄다.
또 뭐야?!
결산 시간... 오늘의 영업액... 기준 미달성... 개선이 필요합니다.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로봇이 알림을 보내자 다른 서비스 로봇은 바로 바 카운터 뒤로 이동해 음료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설문조사... 요청사항에 따라...
제자리에서 잠시 분석한 후, 서비스 로봇은 카레니나의 요청사항에 따라 음료를 다시 제조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들은 우리가 오기 전에 계속 이걸 하고 있었던 건가?
또? 정말 지긋지긋해!! 인간은 대철수 전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로봇을 버린 거야?!
손님도 없는데 이런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하고 있다니!!
맛보세요... 새롭게 출시한... 요청사항에 따라... 맛보세요...
낡은 서비스 로봇이 새롭게 음료를 제조해 다시 카레니나 곁으로 몰려들었다.
[삐——]! 끝이 없잖아!
카레니나가 욕설을 내뱉으며 눈앞의 로봇을 옆으로 민 후, 그녀가 원하는 재료를 빠르게 찾아내 시끄러운 요청과 잡음을 파헤쳐 나왔다.
어이! 가자!
그녀가 손을 뻗어 하마터면 로봇에 묻힐뻔한 나를 잡고 빠르게 그 오래된 바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미 바를 벗어났는데도 그 로봇들의 발걸음 소리는 하나도 멀어지지 않은 듯 바짝 뒤따라왔다.
빨리! 그들을 뿌리쳐야 해!
하지만 카레니나가 재료를 쌓아두는 곳까지 도망쳐왔는데도 서비스 로봇은 포기하지 않았다.
맛보... 맛보세요...
쯧, 싸울 수밖에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