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지휘관에게 곧 대규모 전투에 참여한다고 들었어. 언제 출발하는 거야?
노안은 바 카운터의 시계를 곁눈질로 봤다. 빈티지한 시곗바늘은 오후 5시 45분에 멈춰있었다.
지휘관은 휴식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거야?
파티? 이런 시기에?
뭔지 알 것 같아. 관리층에서도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회의하면서 필연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싸웠을 텐데, 그걸 저녁 식사를 통해 풀어보려고 하는 거군.
지휘관에게는 중요한 파티야?
그 지도자들은 오늘 밤에 준비할 것도 없고, 내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면서, 지휘관한테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난리를 함께 해달라는 건가?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대더라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남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난리가 맞아.
지휘관은 이렇게 많은 날을 바쁘게 보내고 있는데,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거야?
그럼 가지 마.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른다면, 차라리 이렇게 해.
주목받고 있는 악당에게 지휘관을 공격할 기회를 주는 거야. 그럼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돌아가서 쉴 수 있잖아.
어차피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니잖아.
노안은 방금 만든 음료를 지휘관 앞으로 건넸다.
내 말이 맞지?
앞에 있던 지휘관은 바 카운터 앞에 서서, 반복적으로 심사숙고한 후, 잔을 들어 안에 담긴 음료를 두 모금 마셨다.
그렇게 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더니, 쉴 새 없이 단말기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노안은 상대방이 단말기에 어떤 메시지를 받았는지 묻지 않았다. 살짝 찌푸린 눈썹만 봐도, 절대 수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0분이 지나서야, 상대방은 단말기를 거두고, 음료수를 한 모금 더 마신 후, 천천히 걸어왔다.
응?
왜?
이 말을 듣자, 노안은 두 눈을 감은 채 웃음을 지었다.
고맙긴 한데 내가 가면 이따가 누가 지휘관의 병가를 책임져야 할까?
이곳엔 감시 카메라가 있고, 내 몸에는 위치 추적 장치가 있어서, 어딜 가더라도 잡힐 거야.
혼자 돌아가서 휴식해. 필요하다면, 휴게실 문 앞까지는 데려다줄 수 있어.
그럼, 지휘관이 좋아하는 곳에 가서, 기분전환 좀 해.
조금만 더 있으면, 그들이 "빌런"을 잡으러 올 텐데. 그때가 되면, 지휘관은 강제로 끌려가서 휴식하겠지.
잘못하면, 바로 생명의 별로 갈 수도 있어.
지휘관과 함께 도망가면, 마주하지 않을 수도 있나?
…………
지휘관...
그렇다면...
노안은 바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웃음을 지은 채 지휘관 앞으로 두 손을 뻗었다.
위치 추적 장치는 손목에 있는데, 해제해 줄래?
노안의 말투는 진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언제든 거절당할 준비가 돼 있다는 듯, 장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휘관은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지 분명히 알잖아.
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땐, 바로 거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설마 정말 잘 믿을 지 고민하는 건가?
내가 위치 추적 장치를 해제한 뒤, 하늘과 지면을 오가는 수송기에 잠입했다가, 착지 즉시 승격자에게 연락을 취해 선별에 통과하는 흑화의 정점이 될 거라고 믿는 거야?
당시 난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어. 지휘관을 따라가거나, 죽음을 맞이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적어도 의심을 자주하는 사람은 늘 이렇게 생각하더라고.
그럼...
노안은 벌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표정은 여전히 자조로 가득 차 있었다.
감시 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알고 있어. 내가 지휘관을 데리고 도망칠게.
응. 우연히 발견했어.
배신의 잠재력으로 가득하지 않나? 그래도 날 믿어?
지휘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긴 통신과 절차 끝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신원 식별 카드에 추가 권한을 부여받아, 노안의 손목 위에서 흔들었다.
띠.
맑은 알림음이 난 후, 생체공학 피부 표면에 달라붙은 팔찌가 바 카운터 위에 떨어졌다.
충분해. 금방 돌아올게.
믿어줘서 고마워.
노안은 손목을 움직이고는 바 카운터 뒤에서 나오더니, 지휘관에게 구속이 풀린 손을 내밀었다.
가자.
두 사람은 광장을 가로질러, 좁고 긴 안전 통로로 들어갔다.
벽 쪽에 붙어서 내 뒤를 따라와.
사실 이곳은 감시 카메라가 없는 게 아니라,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거였어.
이건 비밀인데, 말하지 않아도 될까?
사실 난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관찰하는 것에 뛰어나거든.
어렸을 때, 내 비밀 아지트는 감시 카메라를 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창고였어.
응, 도서 보관창고였어. 안에 있는 책들은 판매하려고 내놓을 상품들이었고, 그것들을 훼손하지 않는 한, 아무도 내가 그곳에서 책 읽는 걸 발견하지 못했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은 통로를 넘어 Z 구역의 버려진 함교에 들어섰다.
이곳까지 왔으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거야.
계단에 앉아서 좀 쉬자.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안의 옆에 앉았다.
노안은 아무 말 없이,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 한 권을 꺼내 펼쳤다.
이곳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라, 조명과 온도 제어 시스템은 이미 정지된 상태였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표시등만이 어둑어둑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휘관과 이야기하고 싶지만, 지휘관을 데리고 나온 목적은 휴식이니...
내가 계속 말을 걸면,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는 것 아닐까?
잠이 안 오더라도, 이곳에선 자신을 내려놓는 게 좋을 거 같네.
걱정하지 마. 난 이곳에 있을게.
지휘관이 조금 회복되면, 다시 데려다줄게.
미안. 가져온 코트나 담요가 없는데, 가까이 와서 앉을래?
자...
노안은 한 손으로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있던 망토를 인간의 몸에 걸치고, 책을 보며 태연하게 지휘관을 안았다.
노안에게 이 동작은 친한 동료나 어린아이를 위로할 때 취하는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좀 쉬어.
먼 별하늘을 바라보며, 지휘관은 점점 긴장을 풀었다.
노안도 이 텅 빈 함교와 함께 조용히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노안이 책을 반쯤 읽고 고개를 들었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
정말 잠들었네.
이렇게 무모한 결정을 하다니...
원래 이런 사람인 건가? 아니면 정말 날 믿어주는 걸까?
노안의 목소리는 눈이 내리는 것처럼 가벼워서, 귓가의 평온한 숨소리에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