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노안·역려·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노안·역려·그중 여섯

손에 들고 있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땐, 한밤중이었다.

지휘관?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노안은 자기 곁에서 깊은 숙면에 빠진 인간에게 조용히 알려줬다.

지휘관?

지휘관, 이곳에서 너무 오래 쉬면 안 돼. 지휘관의 휴게실이나 그레이 레이븐의 대기실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다시 한번 조용히 깨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얼굴에 미소를 띤 노안은 한숨을 내쉰 뒤, 살며시 지휘관을 등에 업었다.

그레이 레이븐의 대기실로 돌아가려고 할 때, 단말기가 다급한 통신 알림음과 함께, 울리는 진동 때문에 상대방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록 받지 않았음에도, 노안은 통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고, 병가까지 냈으니,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었다.

…………

노안은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모처럼의 숙면이 방해받지 않기를 바랐다.

자신도 불면증을 겪은 적이 있어서,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노안은 등 뒤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면서, 단말기를 주워 들고는 알림을 껐다.

휴게실로 방향이...

그러고 보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의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노안은 등 뒤에 업은 사람의 자세를 고치고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기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다시 통로의 감시 카메라를 우회해, 광장으로 돌아갔다.

등 뒤의 평온한 숨소리는 이 길의 평온함을 말해줬다.

지휘관의 몸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리고 발걸음이 가볍게 흔들리면서, 상대의 흩어진 머리카락이 그의 귀를 스치고 있었다.

…………

다시 한번 확인해 봤지만, 상대방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걸까?

오랫동안 자신을 내려놓은 적이 없어서,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진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두렵지 않은 건가?

"노안"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인정하게 된 후, 노안은 공중 정원에서 난처한 처지와 함께 많은 문제를 다시 겪게 됐다.

그렇게 노안은 한 발짝 물러서게 되면서, 수년 전의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

노안은 이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경계를 당할 땐 무의식적으로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수송팀을 떠난 게,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과거 오셀럼호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하지만, 노안에게는 무방비 상태로 사람들과 서로 기대어 쉴 수 있으면서, 경계할 필요 없는 감각이 가장 좋은 휴식 방법이었다.

떠돌던 나그네가 긴 밤중에 익숙하면서도 희미한 빛을 마침내 본 것 같이, 이때의 분위기 또한 노안에게는 일종의 그리움과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이 여유로움 속에, 잠시라도 더 머물 수 있다면, 이 어색하고 외로운 환경 속에서 그를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을 남겨둘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노안은 진정한 동료 곁에 머물며, 자신의 솔직함, 진정성과 온화함을 되찾고 싶었다.

공중 정원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릴리안이 노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도대체 공중 정원과 블랙 램 소대는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갇혀있는 우리인가요?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임시 거처인가요?

모두 아니에요.

이곳은 제게 있어, 절 구원하는 훈련실이자, 저 자신을 깨우치는 여정에 가까워요.

승격자뿐만 아니라, "노안"이라는 이름의 뒤에 있는 일까지도요.

전 이 기회를 빌어서, 더 이상 피하지도, 은폐하지 않고, 원래의 이름과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요.

그것이 노안이 좋아하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레이 레이븐의 대기실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자 노안은 조심스럽게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리, 안에 계세요?

혼날 준비가 돼 있었던 노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다음은...

노안은 한쪽 무릎을 장의자 옆에 꿇고는, 등 뒤에 있던 사람을 매우 가볍고 느린 동작으로 내려놨다.

그런 뒤, 구석에서 지휘관의 코트를 찾아 지휘관의 몸에 덮어줬다.

…………

단말기의 시간을 보니, 이미 자정 12시가 넘어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다 돼 가고 있어서, 노안은 도서관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족쇄"를 차야 했다.

…………

가능하다면, 노안도 이렇게 평화로운 환경에서 좀 더 머무르고 싶었다.

노안은 지휘관의 몸 위에 있는 코트를 정리하고는, 속눈썹 옆에 흩어진 머리를 살며시 귓가로 넘겼다.

그렇게 조용히 일어나, 대기실을 떠났다.

도서관의 위선적인 어둠으로 돌아갔을 때, 모든 것이 떠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광장 깊은 곳에서 함성이 들려왔고, 초조해하는 또 다른 구조체가 전장으로 달려가는 것 같았다.

"몇 명 더 불러, 밑에 상황이 긴박해!"

"신경 쓰지 마.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야!!"

…………

그들은 전투에서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고 있었다.

오직 이곳만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것처럼 적막했다.

구석에 놓인 위치 추적 팔찌만이, 방금 전, 갑작스러운 여행을 증명했다.

그렇게 자신의 멍에를 벗어 버리고, 전장으로 달려가는 무리에게 섞여 들어간다면, 노안이 그토록 기대하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맞아.

하지만 자유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노안은 고개를 숙여 위치 추적 팔찌를 집어 들고는, 다시 손목에 꼈다.

노안은 사람들이 달려가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 깊은 곳에선, 노안을 믿는 사람이 믿음 안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럼, 노안도 그 믿음을 위해, 자신의 결백을 찾아내는 그날까지 참아낼 것이다.

잘자. 지휘관.

노안은 보잘것없는 등불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