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재건 보육 구역에서 2.7km 떨어진 지점.
그것은 무너진 건물 속에 숨어 있는 작은 길이었다.
서로 뒤엉킨 잔해들이 머리 위로 빽빽하게 쌓여서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간혹 햇빛이 틈을 통과할 때가 있었는데, 걷다 보면 어떤 부분은 햇빛이 들어왔다가 어떤 부분은 들어오지 않았다 했다.
……
그렇게 한 명은 앞에서 한 명은 뒤에서 걷고 있었다.
이동 경로가 30분 이상 겹치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혹시 이 행동을 추적 행위로 인식해도 됩니까?
……
걸음을 늦추지는 않았다. 시야의 각도 관점에서 보면, 신체 기능이 더 우수한 구조체를 앞장세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이곳은 정찰 부대가 "통신 지옥"이라고 부르는 "스캐빈저의 작은 길"이었다.
보육 구역 근처에 동작 감지 장치를 충분히 설치하기만 한다면, 야외 구역은 통과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공중 정원의 지시에 따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다른 대원들을 일손이 부족한 곳으로 재배치시키고, 나 혼자 이 긴 통로를 통과하는 길에 올랐다.
하지만, 하카마와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혹시 은밀한 특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물어볼 수가 없게 된다.
믿음의 전제는 증거입니다. 논리와 판단의 토대 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주관적 성향...
갑자기 말을 멈춘 하카마는 고개를 돌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곳에는 잔해 속에서 자라난 백합꽃이 있었다.
백합꽃은 잔해 틈에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햇빛에 의지해, 죽음의 문턱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꽃의 기진맥진한 모양이 언제 시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에, 난 그 꽃이 곧 활짝 핀다고 묘사할 수 없었다.
어둠이 깔린 세상에서 쌓여있는 "시체"는 무대가 되었고, 죽어가는 주인공은 무대 위에서 죽기 전, 마지막 장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완고한 자세를 씹어 삼키기 위해, 폐허 전체가 그의 커튼콜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하카마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미 늦었어요.
한없이 안타까운 속삭임은 어떤 선고 같았다.
적절한 구조 방안을 검색할 수 없습니다.
그럴 수가?
뿌리는 썩지 않았고 해충도 없었다.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줄기와 잎이 심하게 손상됐고, 토양에는 수분이 부족합니다.
옮겨심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고, 현재 구역은 식물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예상 생존 시간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살짝 흔들었다가, 눈금을 보니 마실 수 있는 정제수가 약 300ml 들어있었다.
그리고 테스트 장치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보호막을 꺼내 고리 모양으로 부드럽게 말았다.
온도와 수분 모두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다시 위쪽을 확인했을 때, 햇살이 들어오는 틈새 주변에 "개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쓰러진 기둥에 올라가, 표식용 형광 신호봉을 꺼내 한쪽 끝을 뜯은 후, 액체를 비수 끝에 묻혔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과 주야간 변화를 고려한 공간을 계산한 뒤, 비수로 적당한 크기를 그렸다.
폭발물을 가지고 있었지만, 폭발의 충격파로 연약한 생명을 죽일 수도 있었기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권총을 사용할 경우, 탄이 튕기는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철근 콘크리트에 구멍을 정확하게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군용 단검은 말할 것도 없었다. 칼로 이곳을 뚫을 때쯤이면, 이곳에 새로운 꽃이 싹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결국, 혼자선 햇빛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해도 이 백합이 꽃을 피울 때까지 살아있을 확률은 1% 미만입니다.
폭우, 광풍, 벌레, 꼭대기 잔해의 붕괴, 물어뜯는 야생동물...
거기에 스캐빈저의 망토에 살짝만 스쳐도 이 백합꽃은 죽을 가능성이 있었다.
기적, 1% 미만의 확률, 의미가 불분명합니다.
난 벽에 동그랗게 그린 부분을 두드렸다.
거부합니다.
4시 방향의 튀어나온 부분과 우측 가장 안쪽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 요청을 거부합니다.
조심해서 피하세요.
"쾅."
날카로운 칼날이 단단한 물체를 긁으며 귀를 아프게 하는 소리를 냈다가, 무거운 물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을 흔들며 밀려오는 먼지를 밀어내자,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러면 됐습니까?
한 손으로는 햇빛을 차단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먼지투성이인 가장 바깥쪽 막을 걷어냈다.
눈 부신 빛에 내 눈은 아직 적응하지 못했지만, 여린 백합꽃이 햇빛을 받은 후에도 괜찮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떨어지는 파편 속에 서 있던 하카마는 자기가 만든 틈 사이로 망가진 세상을 바라봤다.
이 "스캐빈저의 작은 길"을 벗어나면, 더욱 처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기적이라는 건 어디에서나 계속해서 존재할 수는 없었다.
이 식물의 사망 확률은 99% 이상이며, 꽃이 죽게 되는 방법만 해도 200가지가 넘었다.
시각 센서가 그 모습을 잡을 수 있는 한, 로봇의 계산은 더 진실한 결말을 하카마에게 보여줄 것이었다.
로봇은 실수하지 않는다.
하카마는 돌아서서 다시 그 백합꽃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산들바람이 꽃봉오리를 받쳐주고 있었고, 그늘을 쫓아낸 빛도 점점 꽃의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움, 단아함, 순결... 그 어떤 말도 앞에 있는 이 식물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활짝 핀 꽃의 자태가 현실과 겹치는 것만 같았다.
도감처럼, 티 없이 흔들리며 펼쳐진 꽃잎을 마음껏 햇살에 담았다.
……
이층 막에 들어있는 대량의 액체가 하층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한쪽이 무너져 내려서 차이가 벌어진 것뿐이니 조금만 조절하면 된다.
조절 완료.
0.0714%, 0.0717%, 0.07184% 수치가 상승하고 있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매우 미세한 폭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한강에 돌 던지기에 불과할 뿐이었다.
두 사람이 떠날 때까지도 계산 수치는 0.08%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씩 다시 만날 확률과 같아지고 있었다.
야심한 밤, 빛을 잃은 도시의 소리가 사라지고, 하카마는 홀로 화판 앞에 앉았다.
고민도 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 물어도 봤지만, 캔버스 중앙의 빈 곳을 채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두 손으로 감싼 꽃줄기였다.
하카마는 그것의 가장자리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당신의 상상 속 백합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
하카마는 붓끝으로 도화지를 누르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침이 되자, 한 줄기 햇빛이 창문을 통해 조용히 들어왔다.
집안을 누비며 조금씩 방 전체를 환하게 밝힌 뒤, 약속이나 한 듯, 한 폭의 그림에 모여들었다.
그 그림의 중앙에는 활짝 피어난 흰색 백합꽃이 아침 햇살 아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