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롤랑·희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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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희염·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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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한 지 이미 수십 분이 지났다.

이곳은 아직 나 혼자뿐이었다.

단말기를 통해 몇 차례 상대방의 상황을 물어봐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은 상대방이 위험에 처했다는 상상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먼저 이곳을 떠나 바깥에서 구조 요청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에 계획한 경로를 따라 직접 상대방을 찾을 것인가.

잠시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출구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고 지도 속 침식체 수를 파악할 수 업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상대방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군다나 그는 말했었다.——

만난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의 협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고 혼자였다면 지금보다 더 까다로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지금 상대방이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나는 더더욱 이대로 떠날 수 없었다.

전에 단말기로 대화할 때 상대방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용 가치를 잃으면 버림받아.'——당연하다는 듯 이미 익숙해진 말투였다.

그냥 두고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제야 나는 상대방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간이 어두운 복도에서 앞을 향해 뛰고 있었다.

회색 머리의 그림자가 한 층 더 높은 복도에 서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이색적인 두 눈에 인간의 모습이 비쳤고 상대의 피로가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총을 든 손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또한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롤랑은 그동안 그의 예상을 벗어난 횟수를 세지 않았다. 그는 그 사람이 떠날 줄 알았다.

정말로 놀랐어. 지휘관.

보고 싶어졌어…… 네가 배신당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것이 너의 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고독하게 이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결말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에게는 가장 큰 아이러니가 아닐까.

시선 속 인간은 여전히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었으며 단말기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계속 전송되고 있었다.

인간이 가는 방향은 이 감옥에서 침식체가 가장 많은 구역으로 한번 포위되면 절대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

정말 귀찮군.

통신 단말기

'여기까지 하자.'

세 번째 구역을 찾았을 때 갑자기 단말기가 다시 업데이트되었다.

통신 단말기

'네가 찾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통신 단말기

난 그저 지나가던 마음 좋은 사람일 뿐이야. 네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했어.'

'방금 그 사람은 너의 적이야. 나는 너의 시간을 절약해 준거야.'

'내가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줄까?'

네가 구하려는 사람이 적이었다면, 그래도 넌 그를 구하려고 그렇게 집착했을까?'

통신 단말기

'맞아. 적. 하지만 내가 이미 해결했어.'

통신 단말기

'그럼 넌 얼굴도 못 본 낯선 사람을 믿는 거야?'

통신 단말기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맞은편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고민한 뒤 단말기를 통해 자신의 답변을 전송했다.

통신 단말기

'나는 그를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

네 말대로 그가 나의 적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지금 내가 사람을 구하겠다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나는 정확한 판단을 할 거야.'

어쨌든 그가 적이라면 내 임무 목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테고, 내가 여길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은 더더욱 없겠지.'

롤랑은 단말기에 전송된 답장을 한 글자씩 읽어낸 뒤 손을 들어 손등을 눈 위에 덮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그는 어깨가 떨릴 정도로 웃었다.

역시……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답네.

여태까지…… 이런 말을 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건 정말…… 하하하……

한참이 지난 후에야 롤랑은 웃음을 멈추었다.

참——재미있군. 난 네가 여기서 죽는게 좀 아까워.

마지막 답장을 보낸 후, 단말기 건너편의 사람은 다시 침묵에 빠진 듯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의문이 가득하지만 여기에 낭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저 끝에 있는 것이 위험한 적이든 구조를 기다리는 동료든, 이제는 직접 확인해 봐야만 알 수 있었다.

현재 위치는 교도소에서 강력범들을 수감하는 감방으로 봉쇄가 더욱 엄격했고 교도관형 생체공학 로봇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금 이 순간 복도를 가로막고 있던 4개의 침식체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순찰을 하는 듯했다.

주위를 둘러본 뒤 가장 가운데 있는 감방을 목표로 고정시켰다.

전술 가방에서 연료봉을 꺼내 불을 붙인 뒤 각도를 맞춰 던졌다. 연료봉이 눈부신 곡선을 그리며 감방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침식체는 격렬하게 타오르는 강한 빛과 고온에 이끌려 일제히 몸을 돌려 감방으로 들어갔다.

바로 지금!

외골격의 힘을 빌려 철문을 세게 닫자 침식체는 좁은 감방에 갇혔다. 그들은 연료봉을 둘러싸고 잠시 멈췄다가 무기를 들고 그들을 가로막은 철문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철문에서싀 충돌로 인해 경보음이 울렸다.

알림 소리

시설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감지되었습니다.

스캔 시작——교도관형 T8760, 교도관형 T8761, 교도관형 T8763, 교도관형 T8764, 확인 완료.

스캔하는 붉은 빛의 광선은 네 개의 로봇을 넘어 내 몸으로 이동했다.

알림 소리

낯선 생체 식별 신호, 당신의 행동은 이미 감옥 관리 규정을 위반했고 곧 강제 집행 절차를 시작합니다.

처치 목표의 위치 확인.

자신의 가슴에 나타난 붉은 점을 보고 안 좋은 예감이 떠올랐다.

몸이 먼저 반응해 왼 측후방으로 한 발짝 물러나자 붉은 점이 따라왔고 그 덕분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로 가느다란 붉은 빛을 볼 수 있었다.

곧바로 빛이 나오는 곳을 빠르게 추적했고, 시선의 왼쪽 위에서 번쩍이는 붉은 빛을 발견하고는 총을 들어 그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

——!

만약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다면 그것은 두 발의 총성이었고 거의 동시에 울렸다.

앞에 있던 처형 장치는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자신이 쏜 총알에 의해 파괴됐고, 다른 한 발의 총성은 자신의 측후방에서 날아왔다.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수십 미터 뒤 수비형 로봇 침식체가 서 있었다.

움직이려는 순간, 침식체는 투척하려는 자세를 유지한 상태로 쓰러졌다.

그 순간 로봇 뒤로 또 다른 검은 그림자를 본 듯했다.

그러나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쓰러진 침식체의 손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것을 먼저 발견했다.

삐삐, 점점 빨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섬광탄이었다!

좁은 복도에서 굉음이 터졌고 눈을 꼭 감고 있어도 뜨거운 빛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