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롤랑·희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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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희염·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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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이것은 롤랑이 이 감옥에 들어간 직후의 일이었다.

그를 움직이게 한 건 복잡한 이유나 신비로운 임무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일 뿐이었다.

교도소에 있는 로봇들은 여전히 출고 때부터 설정된 역할을 반복하고 있었으며 범인들의 적대심을 줄이기 위해 교도관은 모두 생체공학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이나 다름없는 외모를 가진 생체공학 로봇들은 명령을 따를 뿐 범인에게 매수 당하지 않았고, 휴식이나 교대도 고려할 필요가 없어서 당시 교도소로서는 값싸고 유용한 존재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침식된 감옥의 근절하기 어려운 질병이 되었다. 원칙적으로 침식된 로봇은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전과 같이 설정된 작업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감옥의 침식체는 마치 퍼니싱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이미 수감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는 관객이 없는 공허한 연극에 한없이 가까웠다. 종말의 세계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연극처럼.

롤랑은 줄곧 이런 종류의 웃긴 연극에 참가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절도죄로 수감되는 죄수를 흉내내며 침식체에 의해 감방으로 '압송'되는 동안 모든 로봇의 행동을 관찰했다.

청소형 로봇은 같은 곳을 반복해서 청소했고 바닥은 반질반질 빛이 났다. 교도관은 감방 구역의 복도를 순찰하는데 뒤로 돌 때마다 동작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하, 여기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고장 난 바보가 계단을 빙빙 돌고 있다.

낡고 손상된 침식체 대열 속에 웃고 있는 '죄수'가 서 있는 것은 기괴한 장면인 것이 틀림없지만 롤랑은 즐거워 보였다.

기계적인 작업은 상당히 융통성이 없게 설정되어 있었고 서로 맞물려 있어 인간의 정기적인 정비가 없으면 사소한 소동만으로도 가뜩이나 붕괴 직전의 질서를 깨기에 충분했다. 연이은 행동 오차는 나비효과처럼 더욱 심해졌다.

교도관형 생체공학 로봇이 누군가가 탈옥한 것으로 판단하자 명령을 발동해 교도소 전체에 경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모든 것의 시작은 롤랑이 '교대'하려던 침식체 교도관 손에서 그의 경찰봉을 빼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만화경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멋진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휴면 상태였던 수비 로봇이 활성화되었고 빨간색 경고등이 계속 깜빡이며 교도소의 모든 출입구가 경보와 함께 닫혔다. 롤랑은 탈옥에 실패한 죄수처럼 복잡한 구조의 교도소에 갇혔다.

물론 이런 구시대적인 자물쇠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무차별적인 폭격 후 롤랑은 유유히 감방에서 나왔다.

이 움직임의 대가로 교도소에 있던 침식체들이 모두 소란스러워졌지만, 롤랑에게는 큰 일이 아니었다. 설령 문이 봉쇄된다 해도 이 감옥을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었다.

바로 이때 롤랑은 침식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자신 외에 또 다른 재수 없는 놈이 이 감옥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재밌어지네…… 어떻게 해야 하지?

더 말할 필요가 있나? 나의 친구.

당연히 이 인간이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을 버리고 탈출하는 것을 지켜봐야지.

——마치 황금시대의 따분한 영화에서나 보던 것처럼 말이야.

불쌍한 롤랑, 또 이렇게 한 사람 때문에 위험에 빠지겠군.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라. 넌 더 이상 힘없는 인간이 아니야.

넌 선택할 수 있어. 생사 여부는 네 손에 달렸어.

그 사람이 버림받은 쪽은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일그러진 표정은 매우 재미있을 거야.

내가 왜 그런 일을 해야지?

왜냐면 넌 지금 너무 심심하니까.

심심한 사람이 심심한 일을 찾는 것은 정상 아닌가?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황은 롤랑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맞은편의 사람은 두려움도 절망도 없이 여유롭게 두 사람의 탈출 계획을 짜고 있었다.

롤랑은 그 사람과의 교류에서 비록 메시지였지만 어떤 친숙함을 느꼈다.

즈는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침착하게 탈출 계획을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까지 대비했다. 심지어 위기에 처했을 때 남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이 모습은 청소부보다는 오랫동안 전장을 겪은 군인 같았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그 사람의 선한 마음에 더욱 소름 돋았다. 롤랑은 갑자기 여러 번 인연이 있었던 인간이 떠올랐다.

——그 인간에게는 여러 번의 인연이었겠지만. 롤랑은 사실 오랫동안 사적으로 상대방을 관찰해 왔다.

절반은 호기심 때문이었고 절반은 자신의 '목적' 때문이었다.

…… 혹시 같은 사람일까?

롤랑은 순간 그 생각을 부정했다. 근거 없는 추측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이 녀석에게 관심을 갖고 회유할 마음까지 생겼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진짜 점점 궁금해지는데…… 말해봐, 너 도대체 누구야.

협력으로 외각과 통하는 문을 연 뒤 롤랑은 만남이 예정된 식당을 찾았다.

그는 식당 2층으로 올라가 난간을 넘어 A구역 입구를 보았다. 그 사람은 이 방향으로 올 예정이었다.

마침내 복도 끝에서 인간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모습을 본 순간, 롤랑은 자신의 내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쥐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다소 두껍게 보이는 외골격과 보호 장비를 입었지만, 롤랑은 그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그는 [player name](이)였다.

근거 없는 추측이었는데 그 결과가 실제로 롤랑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가상의 '동료'가 이 순간 자신의 반대편에 서있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내딛으려던 발걸음을 거두고 롤랑은 무의식적으로 벽 뒤의 그늘로 물러났다.

그에게는 영원히 단 하나의 결말뿐이었다. 그건 바로 버려지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동료'에게 버림받았고 실패작으로 버림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혼자였다.

너와 '같은 부류'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웃기지 마. 넌 항상 혼자였어.

모든 생각은 너의 착각이야.

너는 다른 사람이 아니며 다른 사람도 네가 될 수 없어.

너는 자신의 발걸음을 엮어서 만들어낸 미로 속을 걷고 있어.

……

그런 우스운 생각을 버리고 그것을 바로잡아.

하하하……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좋아. 좋아. 이게 내 현실이지.

모든 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