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에서 날카롭고 따끔한 통증이 전해져왔고, 웅성거리는 소리는 아무런 규칙도 없는 첼로 소리처럼 귓가에 어지러운 불협화음을 울렸다.
마치 물밑에 있는 것처럼 귀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희미하고 아득히 멀어졌다.
침식체가 던진 섬광탄은 나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근접 폭발로 발생한 강한 빛과 접촉해 일시적인 실명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눈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심한 통증이 전해졌고 작은 빛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이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빨리 시야를 회복하지 않으면 그 후가 위험했다.
기억에 의지해 가능한 한 빨리 철문과 벽의 사이를 더듬어 바닥에 기대앉았다. 그리고 폭발을 피하다 쇠붙이에 긁힌 팔을 임시로 치료했다.
왼손 장갑은 보호 기능을 잃었고 장갑과 손끝의 틈은 젖은 피로 가득 차 오히려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러고 손의 버클을 풀어 장갑을 한쪽에 벗어 놓고 항상 들고 다니던 소형 레이더 탐지기를 켰다. 다행히 작동이 됐다.
무언가가 가까이 왔을 때는 몸에 있는 탐지기가 자기보다 한발 앞서 감지할 수 있었다.
켜지는 순간 탐지기에 경보가 울렸다.
여기 있었구나.
흐릿한 시선에서 끊임없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두 눈의 통증은 여전히 신경을 괴롭혔고 방금 잠깐 눈을 뜬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직감에 의지해 총을 들어 시야에 점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가리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초라하군.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내 앞에 쓰러져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든데.
그 그림자는 내 앞에서 몸을 숙였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참 무섭네.
너의 대원들은 네가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 안 들리나. 이런 부상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청력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어.
어쩔 수 없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그 사람은 다짜고짜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한 걸음 한 걸음 어느 방향으로 걸어갔다.
너랑 같이 감옥을 탈출한 동료. 벌써 잊은 거야?
그럴까?
그 사람은 순종적인 태도로 나의 팔을 놓았다.
이명 증상이 완화되어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말하는 사람은 어떤 장치로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시킨 것 같았고, 다소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귀에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는…… 왜 목소리를 변조했을까?
침식체가 다가오고 있어. 우리는 지금 함께 이곳을 돌파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무기는 사용할 수 없으니 네가 나 대신 이 까다로운 적들을 처치해야 돼.
내가 네 눈이 될 테니 넌 사격해.
그 사람은 총을 쥔 나의 손을 부축했다.
준비됐어?
탐지기가 요란하게 울렸고 주변에 정체불명의 개체들이 여러 명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응답했다.
오른쪽.
1시 방향, 팔을 높게 들어.
4시 방향…… 두 명이 있어. 두 번째 샷은 45도로, 비스듬히.
권총을 잡고 옆 사람의 지시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내 손을 안정적으로 부축하고 있던 그는 총구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었다.
실명 상태에서 총을 쏴본 적이 없어서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났지만,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손은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었고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믿고 따르는 쪽을 택했다.
마지막 총성이 울리고 주변의 요란한 기계 소리가 그치자 연속된 사격으로 인해 팔뚝이 저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네가 이렇게 정확하게 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알고 있어.
이런 상황까지 다 고려한 건가…… 참 믿음직한 사람이야.
다시 물었다.
한 사람의 이름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도저히 확신할 수 없었다.
…… 앗.
그 사람은 가볍게 외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 후에는 내가 아무리 물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에 옆에서 침묵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웃었다. 맹목적인 믿음이 잘못됐음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그럼 넌 얼굴도 못 본 낯선 사람을 믿는 거야?’
아까 감옥에서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뭔가 말하려다 옆 사람의 동작에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왼손을 붙잡혔다. 거절할 수 없으면서도 강하지 않은 힘으로 들어 올렸다.
누군가 자신의 손바닥에 글씨를 쓰고 있는 것 같은 간지러운 감촉이 손바닥에서 전해져왔다.
천, 만, 에.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에 쓴 글자를 읽었다.
또, 봐.
손을 놓으니 손안의 간지러운 감촉이 사라졌다.
피로로 인해 몸에 난 큰 상처와 작은 상처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을 부축하는 팔은 힘이 있었지만 차가웠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비교적 안전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신비한 사람은 사라지면서 떠나는 발자국 소리조차 내지 않아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손에 든 단말기만이 소리 없이 방금 일어난 일을 증명하고 있었다.
화면 속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날이 올지 또 그 신비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올지 모른다.
생각하던 중 외각에서 지상 운송 장비의 굉음이 들렸고 공중 정원의 지원이 도착했다.
단말기를 허리춤에 거두고 벽을 짚고 일어섰다.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지 다음에 만날 때는 더 이상 같은 입장이 아닐 것 같았다.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