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마치 잔잔한 시냇물처럼 흘러갔다.
세레나는 새 기체의 적응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아, 감사원의 지시에 따라 당분간 지상 임무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그녀는 여유가 생기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듯, 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공중 정원을 거닐었다.
[player name] 님~ 여기예요!
오늘의 목적지는 한때 <아카디아 대철수>가 공연되었던 오페라 극장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시 오페라 극장에 상영을 위해 배치되었던 장식들은 모두 사라졌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화려한 무대 세트도 자취를 감췄다.
오페라 공연이 없는 현재, 예술 협회는 공간 활용을 위해 홀로그램 시뮬레이션 장치를 도입했다. 황금시대의 걸작과 예술 협회에서 창작한 오페라 작품들이 대량 저장되어 있어, 공중 정원 주민들은 언제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여기…
세레나는 조심스럽게 무대에 발을 디뎠다.
이곳은 그녀의 영광과 방황을 함께 지켜본 무대였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것도 좋지만, 제가 이곳에 초대한 목적은 따로 있어요.
세레나는 무대 가장자리에 앉더니, 옆에 둔 가방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제가 "방랑"하던 시절의 기록이에요.
수첩을 펼치자, 글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낡은 편지 한 장이었다.
아... 죄송해요.
세레나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황급히 편지를 주워들었지만, 지휘관은 이미 첫 문장을 읽어버렸다.
그 문장은 과거, 지휘관이 세레나에게 썼던 편지의 일부였다. 하지만 이 편지의 필체는 지휘관의 것보다 훨씬 더 가늘었다.
그때 전... 의식의 바다에 혼란에 빠져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지상을 떠돌고 있었어요.
진실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헤매던 중, 저를 도와주신 "대행자"께서 말씀하셨죠. 제 이야기는, 오직 저만이 되찾을 수 있다고요.
조각난 의식의 바다에서 구절들이 띄엄띄엄 떠오르기도 했어요. 저는 정신이 또렷할 때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옮겨 적어뒀었죠.
의식의 바다가 불타는 듯한 고통으로 밀려올 때면, 이 편지들을 읽으면서 고통을 잠재웠어요.
세레나의 볼은 점점 더 붉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오늘 정말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니에요.
세레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이거예요. 제가 직접 기록한 "이야기"들.
세레나는 누렇게 바랜 수첩을 한 장씩 넘기며, 마치 그 안의 영혼을 어루만지듯 조심스럽게 펼쳤다.
"수격자"와 적조의 능력을 통해, 저는 수많은 잊혀진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어요.
허상과 진실이 얽힌 공간 속에서, 세레나는 적조에 잠긴 수많은 희로애락을 마주했다.
사고가 대지에 뿌리를 내리며, 세레나는 고통스러운 절규와 순진한 예언을 들었었다.
그동안 저는 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기록했어요.
누구도 보지 못하는 이야기라면, 제가 대신 기록하고 전하고 싶었어요.
세레나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간결하게 기록된 이야기 속에서 먼 대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부락의 멸망에서부터 도시의 소멸까지, 적조에 잠긴 폐허에는 수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고, 짧은 문장 하나로도 그 비극이 가슴을 깊게 울렸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82호 도시죠.
세레나는 사과를 쫓는 소녀의 이야기를 넘기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대철수를 기다렸어요.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상상도 못 할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그들이 마주한 건 다가오는 적조뿐이었어요.
저는 한때 전쟁에 대해 피상적으로 노래하며, 이상적인 인간성의 빛나는 면만 칭송했어요. 그리고 교만하게도 "지옥 같은 시련을 겪었다."라는 구실로 "진실한 세상을 써내겠다."라며 자만했었죠.
그러나 진실한 세상은 애초에 글로 담아낼 수 없는 것이었어요. 모든 순간이, 제각기 고유한 선율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가고 있으니까요.
막막함 너머에서, 세레나는 마치 세계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았다.
저는... 이 세계에 깃든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기록자가 되고 싶어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세레나가 이를 기록하고 전할 것이다.
그들은 한때 이 지구에 존재했었어요. 전, 지구가 그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도록 남길 거예요.
...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는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칸이었다. 표지를 넘기자, 서장에는 오선지 몇 줄이 조용히 그려져 있었다.
무대 위의 홀로그램 장치가 작동하면서, 황금시대 오페라 극장의 웅장한 연주 홀이 눈앞에 펼쳐졌다. 세레나는 천천히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들어주세요. 그들을 위해 쓴 저의 자작곡이에요.
곡 제목은 <이름 없는 자를 위한 레퀴엠>이에요.
세레나의 손끝이 건반 위를 누를 때마다, 음표들이 별빛처럼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