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세레나·환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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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환주·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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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소녀의 드레스는 회전에 따라 아름답게 흔들렸고 그녀의 눈빛은 천장에 걸린 등불보다 더 빛났다.

마지막 음절이 천천히 끝나가자 그녀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를 했다.

처음으로 무도곡이 짧다고 느껴졌다.

무대 위의 연주자들은 일어서서 경례를 하고 음악단 지휘자는 박수를 치는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은 다음 뒤돌아서서 준비 자세를 보였다.

지휘봉이 은빛 곡선을 그렸고 이번 연주곡은 경쾌한 선율이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나타였다.

몇몇 손님들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무대에서 내려와 음식이 차려진 긴 테이블로 향했다. 일부 손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다가 다시 춤을 즐기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할까요?

소녀를 따라 한적한 구석으로 왔다. 여기 창 너머로 에덴의 외부가 보였지만 지구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아득한 칠흑의 장막과 별의 길만이 시야가 닿지 않는 곳까지 뻗어있었다.

내 곁을 걷던 소녀가 눈을 감고 가볍게 옆으로 고개를 숙여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소나타였고, 경쾌한 음률은 마치 꽃가지 위로 뛰어오르는 병아리 같았다.

"Gavotte en Rondeaux"

[player name], 이 노래 들어보셨어요?

작품 번호 BMV1006. 황금시대 위대한 작곡가 작곡한 모음곡으로 황금시대 바이올린 음악의 정점으로 불린다.

이리스의 눈은 반짝거렸고 말투가 한결 경쾌해졌다.

맞아요.

네, 맞아요.

고고학 소대의 멤버로써 자신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고고학 소대가 저번 임무에서 회수한 자료로 온전하게 복원시킨 악보예요. 오늘 밤 공중 정원 무도회에서 처음 공개 연주됩니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에요.

제가 이 댄스곡에 관심을 둔 이유는...... 이 곡이 아주 특별한 음반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황금시대에는 디스크에 음악을 녹음해 재생하곤 했지만 지금은 디스크의 실용성이 없어서 벽화, 조각품같이 그 화려했던 시절의 추억과 환상을 담고 있다.

음반의 이름은 <지구의 속삭임>이에요.

이리스는 창밖 뭇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류가 다른 별 나라를 향한 여정의 시점이었다. 그들은 지구의 소리를 도금된 레코드판에 녹음하여 드넓은 우주를 향한 인사말을 담고 이를 탐지기에 탑재시켜 먼 은하 여정을 보냈다.

수십 개의 언어로 된 축복, 지구의 모습을 대표하는 그래픽 자료, 거대한 별이 쓴 자연이라는 시편.

화산의 울림, 대지의 요동, 바람의 외침, 비의 협주, 천둥의 포효.

곤충의 울음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

또한 인류의 발소리부터 시작하여, 기계의 굉음, 무선 전자 펄스까지 인류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유래하는 끝없는 악장과 그들의 음표는 고향 되찾기를 위한 출발점으로 공중 정원이 재조명되고 있었다.

현재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것들은 매우 무의미한 것일 수 있어요.

탐지기가 여정을 시작해서 가장 가까운 별에 접근하고 그곳에 존재할 수 있는 문명에 의해 발견되기까지는 40000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죠.

그 탐지기든 우리든 광대한 우주와 시간 앞에서는…… 한없이 미미하죠.

하지만 그것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저는 엄청난 감동을 받았어요.

"광대한 우주에 이 작은 '표류병'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이 행성의 생명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때 저는 이 방법이...... 참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말끝에는 가벼운 한숨이 따랐다.

구조체가 된 후, 과거에는 몰랐던 또 다른 세계를 봤어요.

전 가끔 생각하게 돼요…… 이 일들을 모두 겪은 후, 과연 제 손으로 진실한 세상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소녀는 시선을 당신에게 돌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은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과 문화를 소유한 우리는 그것을 역사의 먼지 속에 묻히게 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수많은 별을 향해 손을 뻗었고 또 닿았지만 재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무의식으로 중얼거렸다.

네, 자그마한 "표류병"이 우주여행을 하는 것처럼, 인류도 분명...... 항상 희망 가득한 길을 걷고 있을 겁니다.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한 폭의 그림을 떠올렸다. 거대한 행성에 비해 미세먼지에 불과한 우주 탐지기는 희망을 가득 안은 채 홀로 멈추지 않는 항행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 지구와 연락이 끊겼던 그 "외로운 여행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 탐지기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소녀의 속삭임은 의외로 내 생각과 일치했다.

다른 문명이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담고 있었던 예술은 씨앗이 되어 새로운 땅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소녀의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어떤 문제보다도 어려웠다.

순진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런 날이 오리라 믿어요.

그것이 새로운 세계에 도착할 것이고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재회하여 새로운 악장과 노래를 연주하고 부르게 될 거예요.

소녀가 뒤돌아서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player name]. 미래의 언젠가...... 제가 지구에서 노래를 하게 되면 누군가 들을 수 있을까요?

제 노랫소리를 따라 저를 찾으러 올 사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