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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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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아라시네·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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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후로 A라는 소녀가 아이리스의 편지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편지로 절친을 찾은 아이리스의 기쁨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니 또 다른 소녀의 윤곽도 점점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녀와 아이리스는 가끔 사소한 이념 차이로 대판 싸우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공감대로 밤낮없이 토론하기도 했다.

이런 세상에서 아직도 그런 것들에 얽매이는 사람이 있었다.

믿기지 않는 동시에 흐뭇하기도 했다.

가시 벌판인 이 땅에, 아직도 여린 한 꽃이 피어 있다니.

폭풍우가 뭔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그냥 둘 다 잘 지내는 것으로 충분했다.

아이리스, A, 모두 점점 바빠졌다.

그들은 꿈을 좇는 길에서 잔혹한 시대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항로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랜만이네요, [player name].

요즘 제가 너무 뜸했죠? 모든 게 안정되니 개인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빠졌어요.

예술 협회의 사람들이 얼마 전에 찾아와 제 오페라가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그들은 저에게 공중 정원의 대극장에서 오페라를 상영할 기회를 마련해줬어요.

그래서 밤낮없이 이 오페라를 준비하는 중이에요.

각본을 쓰고 곡을 만들고... 아카디아 대철수를 모티브로 한 오페라를 만들려고 해요.

A도 많은 도움을 줬어요. 우리는 매일 어떻게 연출해야 완벽한 공연이 될지 논의하거든요.

충분한 경험도 있고, 재능을 의심한 적도 없고, 모든 것에 자신감도 넘쳐요.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두려워요.

점점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보러 오고 제 오페라를 칭찬해요.

하지만 두려움은 늪처럼 저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가고 있어요.

왜 이런 두려움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생각해왔는데 뭐가 부족한 지도 모르겠고요.

A한테는 털어놓을 수가 없어요. 자신의 창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전에는 수많은 별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별을 보면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와요.

내일모레면 오페라가 시작해요. 하지만 전 지금 두려움에 물러서려 하고 있죠.

너무 막막해 이렇게 편지를 써서 조언을 구해요.

정말 너무 이기적인 것 같네요. 어떻게 비겁하게 제 문제를 당신에게 던져버리죠?

하지만 저는 당신을 믿어요. 무조건 믿어요. 당신은 늘 강하고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니까요.

알려주세요, [player name]. 대체 뭐가 부족한 걸까요?

편지에 오페라 티켓을 넣어놨어요. 시간이 된다면 보러 와주세요.

첫 만남을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이루긴 싫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네요.

전 지금——

이어지는 말은 몇 번이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망설임과 간절함은 종이 한 장 사이로 갈라졌다.

모든 모순적인 감정은 결국 간곡한 부탁으로 바뀌었다.

지금 만나고 싶어요, [player name].

하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았다.

뒤따라오는 임무와 긴 시간의 작전 훈련으로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약속은 커녕 우편함을 살펴볼 시간과 기회조차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개인 우편함을 열어보니 이미 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아이리스의 편지였다.

하나씩 뜯어 천천히 읽어보았다.

제 관객석에 나타나지 않았네요. 이것만은 확실해요.

만난 적은 없지만 저는 그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하거든요.

공연은 끝나도 당신은 오지 않았죠. 아마도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믿을래요.

군인이니까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지 못했겠죠...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있어요.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오페라를 보러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미숙했어요. 당신에게 보여주기 싫을 정도로요. 만약 와서 직접 봤다면 엄청 실망했을 거예요.

그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저는 두려움의 원인을 찾았어요.

——자기 생각을 각본과 음악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건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편지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죠?

하지만 저는 앞으로만 나아가느라 제가 제일 혐오하는 부류의 사람이 됐어요.

저도 모르게 바랐던 것을, 원했던 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대본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수정하는 것조차 잊었어요. 제 오만함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것 같아 너무 고통스러워요.

오래전부터 저는 공중 정원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어요.

편지를 주고받아도 우편을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요.

그제야 나는 우편함이 너무나도 작다는 걸 깨달았다.

여긴 편안하고 쾌적한 정원이에요. 저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죠.

저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점으로 우스운 세상을 써 내려갔고 그게 진짜인 줄 알았어요.

진실한 세상을 써 내려가고 진정한 예술을 창작하려면 이곳에 있지 말아야 해요.

"지옥의 시련을 겪은 자만이 천국의 힘을 만들 수 있고, 피를 흘렸던 손가락만이 절세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었죠.

저는 그 말이 맞다고 봐요. 그래서 제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렸어요.

그대가 제 앞에서 모든 걸 들어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이번에도 기다릴 순 없어요. 제 책임과 선택을 그대에게 떠밀면 안 되잖아요.

기다리는 시간은 달콤한 게 아니라 고통스러운 거였어요.

"계속해서 나아가라, 꽃을 꺾어 보존하기 위해 멈출 필요는 없다. 길을 나아가는 동안에도 꽃들은 계속 피어나니까."

——이런 말을 해주었죠.

저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게요, [player name].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 편지가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건 새로운 저일 거예요.

언젠가는 우리도 만날 거라고 믿어요. 반드시 말이죠.

편지에 제가 계속 쓰던 만년필을 보냈어요.

저는 아침저녁으로 만년필을 꼭 쥐고 어떻게 편지를 써야 할까 고민했어요.

이 만년필을 쓸 때마다 제 손을 잡는 것처럼 우리는 함께일 거예요.

진심을 담은,

아이리스

이 편지는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즉시 만년필을 들고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리스:

예술은 인간성을 지키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이야.

지금의 자신을 의심해도 되지만,

모든 걸 부정하지는 마.

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대는,

이미 충분히 밝게 빛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우리도 만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