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연락하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씩, 심지어 가끔은 편지를 받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답장했지만 아이리스와 연락이 끊긴 적은 없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어리숙했던 소녀도 점점 성장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사이도 점점 가까워졌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한 번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친밀한 교류라고 하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서먹한 사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펜팔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리스는 편지에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다.
대부분 작은 물건이었다.
오늘은 공공 기본 교육 센터의 선생님을 따라 온실로 견학을 갔어요.
현장 교육인 셈인데 식물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예쁜 꽃은 처음 봤어요. 순간 역시 그 말이 맞았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신은 우리가 그에게 보답을 하길 원하시며, 보답은 태양과 땅이 아니라 그가 우리에게 준 꽃이다."
참, 그 중에는 보라색의 꽃도 있었어요. 정말 아름다웠죠.
이게 바로 전에 말한 제비붓꽃이겠죠?
그렇게 예쁜 꽃은 처음 봤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꽃을 꺾어 분해하고 내부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어요.
산산이 조각난 꽃이 배양 접시에 누워있는 모습을 관찰하니 학구열은 커녕 서운하고 속상했어요.
사실, 꽃은 자신의 사명을 완수한 거예요. 우리는 그 존재의 효율을 극대화했으니 슬퍼할 일이 아니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더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용히 폈다가, 관상하다가, 아쉬움 없이 져버리는 것.
그 생명의 순환은 자체로도 기적이에요.
하지만 우린 그 기적을 감상할 시간 따윈 없죠.
우리가 받는 교육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여 종점에 도착하는지만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아름다움을 감상할 능력 따윈 버렸어요. 효율의 극대화만 추구할 뿐이죠.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제 자신이 떠올랐어요.
제 음악, 제 오페라, 제 예술, 제 모든 것... 이 세상을 놓고 말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신경 쓰는 사람도 없죠. 과연 이 길을 걷는 게 맞을까요? 의문스러웠어요.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player name].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해 꽃의 잔해를 달라고 했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말리고 다시 맞춰 책갈피로 만들었어요.
이 같은 아름다운 꽃을 내가 미래에도 볼 수 있을까 해서 편지 속에 끼워 넣었어요.
부디 이 꽃의 마지막 향기를 맡아주세요.
편지에는 마른 꽃 한 송이가 끼워져 있었다.
색깔이 바래긴 했지만 결 사이로 예쁜 보랏빛이 보였다.
책상 위에 두고 펜을 들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리스: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계속해서 나아가라"
"꽃을 꺾어 보존하기 위해 멈출 필요는 없다."
"길을 나아가는 동안에도"
"꽃은 계속 피어나게 될 것이다."
얼마 후, 답장이 도착했다.
[player name], 답장 고마워요. 그 말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를 거에요.
당신 말이 맞아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면 영원히 성과를 낼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장소와 배우가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도망칠 핑계로 삼으면 안 되죠.
저도 제 창작에만 빠져있지 말고 '전달'을 우선시 해야겠어요.
그래서 미니 로봇으로 제가 작곡하고 재현한 오페라를 할까 해요.
시뮬레이션 전시관의 담당자에게 연락했더니 한 구역을 내주어 공연하도록 해주겠대요.
내일이 첫 무대예요. 사실 지금 엄청 긴장돼요.
작품에 자신은 있지만, 비난받거나 이해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이런 모순적인 감정이 뒤엉키니 정말 고통스럽네요.
이 편지를 읽을 때면 전시관에서 제 첫 번째 오페라가 공연하고 있을 거예요.
[player name], 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금 이 순간 그대도 함께 기도해줬으면 좋겠어요.
비록 당신과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순간만큼은 저와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후, 편지 보냈다.
그리고 그녀는 옆에 있는 로봇을 바라보았다.
'전장'에 들어설 때가 됐어.
그녀는 눈을 감고 확고한 눈빛으로 전시관을 바라보았다.
제일 사랑하는 [player name]에게,
어떻게 이 기쁨을 전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글이 너무 힘없어 보이네요.
지금 제 앞에 당신이 서 있다면 달려가서 꼭 안아주는 상상을 계속했어요. 이 기쁨을 전하고 싶거든요.
날아갈 듯하면서도 힘을 준 글씨체에서 그녀의 기쁨과 열정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포옹한다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부적절한 행동일 테니까요.
얼마 전에, 시뮬레이션 전시관에서 제 오페라가 상영된다고 했잖아요.
사실 처음에는 엉망이었어요.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너무 실망스러웠던 찰나, 어떤 소녀가 나타났어요.
그녀는 제 작품을 인정해줬어요. 오페라가 엄청 재밌다고, 다음 이야기도 보고 싶다고.
그녀는 화가였고, 제 작품에 일러스트를 그려주고 연출을 맡고 싶다고 했어요.
제 작품이, 누군가의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킨 거죠.
이것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까요. 정말 너무 행복했고 이보다 더 소중한 기회는 없었어요.
모든 실망스러운 감정이 사라졌고, 지금까지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이 한 명뿐일지라도 저는 계속 창작하고 오페라를 써 내려갈 거예요.
참, 그 화가의 이름은...
그녀는 이 말을 힘껏 지웠다.
아니에요. 그녀의 허락 없이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 되겠죠.
아무튼 우리는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일단은 A라고 부를게요.
정말 A를 당신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요. 분명 서로 마음에 들 거예요.
어쩌면 소개가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이 작은 공중 정원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만나는 그날, 서로를 쳐다보며 감탄할 수도 있겠네요.
"아, 그날의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