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player name]에게:
답장을 받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기까지 이틀도 안 지났어요. 공중 정원은 정말 작은 것 같아요. 그렇죠?
짧은 시간의 기다림이지만 과거의 사람들이 왜 편지로 소통하는 것에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아요.
늦어지는 기다림은 모든 감정을 더 두텁게 해요. 마치 나무 열매가 익어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초조하면서도 기대가 넘치죠.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천천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거든요.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제 필명은 '아이리스'입니다.
두 번이나 강조한 원인은 이 이름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서예요. 이건 첫 번째 편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죠.
이 예쁜 이름을 <폭풍우>에서 처음 들었어요. 이 오페라의 존재를 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발췌해 볼게요.
이어지는 아름다운 필사는 특별히 다른 색깔의 잉크로 이 시적인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케레스, 풍요의 여신이여. 난 하늘의 무지개이자 천후의 전령이니라.
너의 밀, 보리, 호밀, 귀리, 완두콩이 번성하는 비옥한 땅을,
양 떼가 거니는 풀이 무성한 언덕과 먹이로 가득한 평원을,
그리고 4월 정령들의 왕관을 만들 꽃이 무성한 강둑을 떠나라.
그 곳에서 고결한 정령들에게 깨끗한 왕관을 주고,
실연당한 연인들이 좋아하던 앙골담초 수풀을 떠나라.
덩굴진 포도밭, 황폐한 바닷가, 산책하며 거닐던 모든 곳.
그 곳을 떠나, 여기 풀밭에서 여왕님과 함께 노시라.
그 분의 공작새들이 이미 이리로 오고 있으니, 풍요의 여신 케레스여, 어서 나와 여왕님을 환대하시라.
여기까지 적으니, 필체가 더욱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폭풍우 속 아이리스의 대사예요. 아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 신들의 사자죠.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그녀는 희로애락을 신에게 전달하죠. 또 신의 복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하고요.
아이리스가 상징하는 것 외에도 이 부분이 저를 사로잡았죠.
거기에 설명된 사물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수천 번도 상상하고 그들의 모양을 그려보았죠.
글로 된 묘사도 이렇게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는데 실제 모습은 얼마나 환상적일까요.
갑자기, 필체가 바뀌었다.
죄송해요. 또 저 만의 세상에 흠뻑 빠져 버렸네요.
이게 제 단점이에요. 부모님도 그러셨죠.
사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는 오페라를 좋아해요. 각본과 환상 속에만 있는 사물들을 말이죠.
그럼 당신은, 당신은 뭘 좋아하나요?
...
아이리스:
안녕하세요.
이 이름은 저도 들어봤어요.
또 다른 무언가를 상징하기도 하죠.
——제비붓꽃.
제비붓꽃을 본 적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거라면...
아이리스와 펜팔을 하며 편지를 주고받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글에 적힌 정보를 토대로 나는 아이리스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맞추어 갔다.
그녀는 예술, 음악, 문학, 오페라, 연주 그리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퍼니싱이 모든 걸 빼앗아 간 시대에서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사치"의 상징이다.
그는 천진난만한 소녀다. 좌절을 겪어본 적도 없고, 자신 이외의 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런 순수한 마음은 온실에서만 자라날 수 있다.
이 세상의 정체를 모르는 에덴의 꽃.
너무 아름다워서 인정할 수밖에 없거나, 이해할 수도 없지어도 그녀의 환상을 깨버리고 싶지는 않다.
자신에 관한 것도 편지를 오가면서 하나씩 전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심지어 편지로 일문일답을 하기도 했다.
지난번 편지에서 파오스를 언급하길래 한번 알아봤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player name]은(는) 파오스 군사 학원의 학생인가요? 군인인가요?
필체가 특별해요. 시원시원하면서 예쁘고 힘이 실렸어요. 그래서 이런 추측을 해본 거예요.
글에서 사람이 보인다고, 당신은 정말 강한 사람일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당신처럼 굳건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에 대해 얘기하자면... 저는 아직 명확한 인생 계획이 없어요.
하지만 18살이 지나면, 게슈탈트가 에덴 주민들에게 적합한 직업을 정해 준다고 해요.
저는 항상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해왔어요.
절차대로 게슈탈트가 계산한 적합도와 상성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건 너무 따분하다고 생각해요.
전에 말했다시피 저는 오페라를 좋아해요.
자기 생각을 각본과 음악으로 표현하여 전달하는 건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