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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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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명·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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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과 곡은 공중 정원의 고층에 위치한 천체 관측소로 향했다.

지상 시설에 비해 이곳은 외장 영역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도착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군. 그럼, 우주와 더 가깝다는 건가?

천문대는 밀폐된 방 안에 있어서 안전해요.

들어오세요. 여기가 형저 선생님께서 설계하신 천체 관측소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군.

곡이 말할 때, 지휘관의 배에서 갑자기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침 안 먹었어?

그래? 내가 네 우선순위에서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보군. 적어도 네 아침밥보다는 말이야.

곡은 정성스럽게 사탕 포장을 벗겨낸 뒤, 네모난 사탕 하나를 꺼냈다.

엿당이야. 구룡 특산품인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지.

꼭 아이들만 먹으란 법은 없잖아. 너도 한번 먹어봐.

그럼, 입 벌려.

곡은 남은 손으로 엿당을 집은 뒤, 지휘관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순간, 곡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지휘관의 모습이 비쳤다.

어때, 맛있어?

구룡의 특산물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지. 게다가 내가 직접 먹여줬잖아.

나 아무한테나 이러지 않아. [player name]. 더 기쁜 표정을 지어야지.

내 동반자라면, 자신의 몸 상태에 신경 써야 해. 인간은 아주 약하니까...

지휘관이 엿당을 먹고 있을 때, 로봇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왔구나?

환영합니다. 관람객님. 저는 천체 관측소 소속 로봇A입니다. 관측, 식별 및 도면 작성이 가능...

로봇A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기라가 로봇의 머리를 발로 찼다.

쾅 소리와 함께 로봇A의 배 부분이 바깥 방향으로 열리자, 따끈한 관측 도면 몇 장이 나왔다.

아뇨. 이 녀석은 원래 이런 구조예요. 버튼이 고장 나서, 물건을 꺼내려면 힘을 써야 하거든요.

함부로 취급하시면 로봇의 손상 확률이 증가합니다!

닫는 방법도 같은 원리인가?

네. 거의 비슷해요.

곡이 로봇A를 향해 발길질을 한 번 더 하자, 로봇A의 배 부분 덮개가 다시 닫혔다.

정말 빨리 배우시네요.

기라, 네가 손에 든 게 관측 장비로 찍은 성상도인가?

기라

네. 그런데 화면이 짙은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아요.

혹시 그 로봇의 문제는 아닐까?

아니요. 시각 이미징 부분은 천체 관측소 외부에 설치돼 있고, 로봇은 단순히 데이터를 받아 전달하는 역할만 하고 있어요. 단말기 같은 거라 보시면 돼요.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난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 하는 성격이야.

곡은 관측소 중앙의 조작 콘솔로 다가가 능숙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내부 홀로그램 투영이 시작되었지만, 나타난 것은 별이 가득한 하늘 아닌 검은 화면이었다.

이래서 커플들이 오지 않는 거였군. 이렇게 새까만 화면을 보고 감동을 느낄 사람이 있을 리 없지.

맞아요. 투영이 안 되면 연구 작업도 못하고, 데이트 분위기도 반감되죠.

내부 고장이라면 당연히 고칠 수 있죠.

하지만 외부 시설에서 고장이 발생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중 정원의 외장 영역으로 나가 수리를 해야 해요. 그리고 손상된 부품을 새로운 광학 부품으로 교체해야 하죠.

보통 이런 외부 작업은 정비 부대에 맡겨요.

하필 며칠 전에 공중 정원의 중력 시스템 정례 점검 바람에 정비 부대의 모든 멤버가 거기에 투입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상황인데다가, 일정을 잡으려면 최소 몇 달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공중 정원도 인력 부족 상황이 있다고? 의외인데.

방금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으니까, 지켜야겠지. 여기서 외장 영역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나?

가능하지만, 그곳은 거의 진공 상태에 가깝고 중력이 미치는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운석우가 지나가거나 긴급 제동이 발생하면 심하게 흔들리면서 요동칠 거예요.

기라, 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이 정도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무엇보다 이 관측 장비는 선생님의 유산이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난 네가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천체 연구를 계속하길 바라. 이 자원을 활용해서 미래를 탐구해 줘.

예전에 선생님께서 날 도와주신 것처럼, 나도 최대한 널 도울게.

고마워요. 선배님. 선배님 말씀 덕분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부품은 2인 1조로 교체해야 해요.

2인 1조?

하나가 언제든 자동으로 닫힐 수 있는 외부 케이스를 지탱하고 있으면, 다른 하나가 교체 작업을 진행해야 해요.

제가 같이 갈게요.

농담하지 마. 넌 몸집이 작아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거다.

[player name], 네가 수석이긴 하지만, 그곳은 인간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야.

아무리 독한 훈련을 받고, 일반인보다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능력"으로 이런 작업은 너무 위험해.

난 내 동반자가 눈앞에서 위험에 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아무튼,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어.

가능하긴 해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상태를 고정할 수는 있지만...

그 부분도 전자 부품의 손상으로 할 수 없어요.

지금 수동 모드로만 관측 장비의 외부 케이스를 열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수동 모드에서 케이스가 열린 상태를 감지하게 되면 누군가가 그것을 지탱해 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10초 안에 자동으로 닫혀버려요.

감지식 수도꼭지 같은 건가? 역시 공중 정원의 기술이야.

기라

24시간이요. 오늘 실패하면 내일이 돼야 다시 시도할 수 있어요.

참 치밀하네. 겉보기엔 안전한 설계인 것 같지만, 고장 난다면 악몽이라는 거군.

외장 영역에 산소는 없겠지?

거의 없어요. 구식 휴대용 산소 발생기가 있긴 한데, 효율이 너무 낮아요.

원래 인간을 위한 산소 발생기가 아니어서, 착용해도 불편함을 심하게 느끼게 될 거예요.

조건 한번 열악하네.

그래도 가겠다는 거야?

수석으로서 뛰어난 용기를 가지고 있는 건 알겠는데,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좋겠어.

나 혼자 가더라도 난 너에게 실망하지 않아.

애처럼 고집부리는 거 같긴 한데, 미워할 수는 없네.

알았어. 네 뜻대로 해보지.

같이 올라가서 천체 관측 기기를 수리해 보자고.

그럼,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하지?

선배님은 가벼운 장비만 챙기시면 되고, 수석님은 알맞은 작업복이 필요해요.

제가 장비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예전에 준비해 둔 물자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예산 문제 때문에 쓸모없는 오래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가끔은 세리카가 예산을 좀 더 넉넉하게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항상 "다른 부서도 예산이 부족해요"라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 하거든요.

걱정 마. 내가 옆에 있으니까 문제없을 거야.

내가 위험해지더라도, 네 안전만큼은 최우선으로 지킬 거니까.

난 말한 건 꼭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