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곡·계명·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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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명·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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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스 군사 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는 천체 연구소는 낮인데도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고요하고 깔끔하지만 텅 빈 느낌의 곳으로, 굳이 표현하자면 조금 쓸쓸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다.

천체 연구소... 좀 썰렁한 것 같지 않아? 연구소만 보면 괜찮은데, 옆의 파오스 군사 학교와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가 확 느껴지는군.

파오스 군사 학교는 시설 수준이나 건축 구도 모두 천체 연구소보다 훨씬 뛰어나.

곡이 말한 대로, 방금 지나온 길에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파오스 군사 학교 앞에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오갔고, 지휘관도 인사하는 후배들에게 답하느라 바쁠 정도였다.

반면, 천체 연구소는 학교 다닐 때 이름만 들어봤을 뿐,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다.

안에서 누가 다투고 있는 거 같은데, 들려?

역시 인간의 듣기 능력은 구조체와 많이 다르군.

듣기 능력이 꽤 좋군.

들어가지. 분쟁을 해결할 중재자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곡이 연구소 문을 살짝 밀어서 열자, 학생 세 명이 있었다.

의자에는 마른 여학생이 흰 가운을 입은 채 앉아 있었다. 이곳의 연구원인 듯했다.

그 옆에는 단정한 제복차림의 키 큰 남학생 두 명이 서 있었다.

네 후배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천체 연구소에 나타났다는 건, 이해하기 쉬운 상황이야.

굳이 내용을 듣지 않아도,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겠어.

지휘관은 곡과 함께 더 가까이 다가갔으며, 세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기라 선배님, 천체 연구소는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요? 차라리 공간을 좀 비워서 개조 작업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 지금도 정상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기라... 보아하니 그녀가 형저 선생님의 제자겠군.

세 사람의 논쟁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연구소 책임자가 이제 없다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연구소를 더 유익한 용도로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후부터는 내가 이곳의 책임자야.

그러니까 저희가 이렇게 설득하고 있잖아요. 보세요. 파오스의 임대 계약서도 가져왔어요. 물론, 선배님의 동의가 있어야만 해요.

저희가 여기를 3개월만 임대하면, 연구소는 1년 동안의 연구 자금을 벌어들일 수 있어요. 손해 볼 것도 전혀 없고, 나중에 기라 선배님도 우리 파오스 학교의 공간 연구소에 합류할 수도 있어요.

……

역시 파오스 군사 학교답네. 말 잘하는 엘리트 인재들을 많이 길러내셨어.

얘기 중에 실례 좀 하지. 이 연구소는 형저 선생님께서 남기신 소중한 유산이다.

어찌 됐든, 선생님의 본래 의도와 어긋나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돼.

두 남학생이 곡 목소리에 이끌려 이쪽을 바라봤다.

누구시죠? 여기 다른 천체 연구원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난 몰라도, 내 뒤에 서 있는 이는 알겠지?

두 남학생의 시선이 지휘관에게로 향했다.

혹시! 그 전설의 수석님 아니신가요? 아니면 그냥 닮은 분이신가?

아니, 진짜인 것 같아요! 이런 곳에서 수석님을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럼, 당신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새 대원이신가요?

내가?

곡이 예고도 없이 지휘관의 손을 들어 보였다.

난 너희가 말하는 이 전설의 수석의 동반자다. 알겠나?

곡의 대담한 행동에 두 남학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오오, 알겠어요. 그러니까...

수석님도 사랑에 빠지셨군요.

그렇다면, 수석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천체 연구가 이 시대에 큰 가치가 없고, 차라리 더 유익한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파오스 군사 학교는 여기를 디지털 시뮬레이션 전장으로 개조하고 싶어 해요.

연산에 따르면, 신임 지휘관들의 시뮬레이션 훈련 전투 효율성과 전장 인지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대요.

천체 연구처럼 투자 대비 성과가 낮은 프로젝트보다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모든 연구는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이 있는 법이다. 이 시대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게 있다면...

역시 우리 머리 위의 별들이겠지.

머리 위의 별들이요?

전장을 향해 바라본다면, 퍼니싱에 휩싸인 고향밖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밤하늘을 바라본다면, 이 좁고 궁지에 몰린 전장 너머에도 광활한 공간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너희들이 있는 이 공중 정원은 처음에 어떤 목적으로 설계됐는지 잊지 마.

저 드넓은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꿈은 어느 시대에도 포기한 적이 없어.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그렇다는 건가? 아니면 단지 현재의 상황 때문에 하는 말인 건가?

내 생각엔 우주를 미래로 향하는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비전이라 할 수 있어.

그렇군요.

결국 제 생각이 짧았었네요.

일리가 있네요. 수석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아, 괜히 헛걸음했네요. 그래도 수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걱정 마세요. 수석님. 여친 생기신 건 비밀로 해드릴게요!

굳이 숨길 필요 없어.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니까.

너희 수석이 훌륭한 동반자를 찾았는데, 그게 부끄러운 일인가?

맞는 말이네요. 그럼, 두 분의 데이트 방해되지 않게 이만 가볼게요.

파오스 학생 둘을 보낸 곡은 방금 전까지 단호했던 모습과는 달리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저를 대신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두 분 덕분에 이 연구소를 지킬 수 있었어요.

그것보다도 기라, 방금 말한 천체 관측 장비가 손상됐다는 건 무슨 일이지?

천체 연구는 원래 공중 정원의 핵심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연구비가 항상 부족했죠.

그나마 천체 관측대의 입장료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는데...

최근 관측 장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렸어요. 그나마 있던 수입도 끊긴 셈이죠.

네. 천문대 장비는 홀로그램 투영을 통해 먼 별들을 관측소 안으로 비춰줄 수 있어요.

그래서 커플들이 항상 찾는 명소가 됐죠. 데이트 분위기를 내는데 밤하늘의 별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주말 밤마다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아이러니하군. 현대인들이 천체 연구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데이트 때문이라니.

뭐, 평범한 커플들이 평범한 취미를 가지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수입 문제도 문제지만, 관측 장비가 손상된 뒤에 정상적인 연구도 못하고 있어요.

가뜩이나 천문학과에 학생도 잘 안 들어와서, 상황이 더 나빠졌어요.

천문학이 이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분야가 된 거야?

저 혼자만 남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역시 선생님의 제자답네. 널 보니 그때의 내가 떠오르는군.

옳다고 믿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실행에 옮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후회따윈 하지 않았지.

내가 공중 정원의 일에 끼어들어선 안 되지만, 너의 열정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아.

인간의 미래를 위한 일에 네가 가진 그 집념이 필요할지도 몰라.

솔직히 저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관측 장비도 손상됐고요.

장비를 고칠 수 있다면, 계속 연구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요즘 정비 부대가 너무 바빠서 시간도 나지 않고...

그럼, 그 관측대로 데려가 줘. 분명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야.

정말요? 두 분께서 관측대를 고쳐주신다면, 감사의 표시로 앞으로 입장료는 받지 않을게요!

네가 나중에 천문대를 독점할 수 있는 시간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만 하면 돼.

하하, 그 정도는 일도 아니죠.

하지만 내가 외부인이라, 공중 정원의 일을 처리하려면 지휘관이 동행하는 게 좋을 거 같군.

외교 문제로 번지는 걸 원치 않아. [player name], 같이 가줄 수 있겠나?

천문대를 고치면, 뭇별을 보면서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둘만 있을 때 말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