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항선에서 뜻밖에 곡의 "동반자"가 된 뒤, 그녀는 지휘관을 구룡 순환 도시 앞으로 데리고 왔다.
내 "동반자"가 되면 먼저 구룡의 위대함에 대해 알아야 해.
그래? 하지만 여긴 가본 적 없을 걸?
거기 서세요. 당신들 누굽니까? 순환 도시는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통행증 보여주세요...
하지만 곡은 수비병들을 무시하고 수비병 구조체를 지나 성벽으로 다가갔다.
수비병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그녀를 막지 못했다.
최고 권한——황제급 접속, 문을 열어라...
곡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두 손을 들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감히 내 권한을 복제해? 문을 열어라!
저기... 공중 정원의 지휘관님이시죠? 혹시 동료십니까? 머리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지금 곡은 여성 구조체의 몸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지휘관을 제외하고 그녀가 과거 구룡 도시의 왕이었음을 알아 보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수비병! 내가 말했잖아. 순환 도시의 성벽은 매일 안전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네! 네?
성문의 권한 인식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왜 고치지 않았는가?!
아침에도 문제없이 열렸었는데...
그럼 왜 지금은 안 되는 거냐고?
음... 화서를 빼앗긴 탓에 지금 권한이 모두 재설정되었습니다. 저희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모릅니다... 잠깐, 내가 왜 이런 걸 다 말하고 있는 거지?
구룡의 주인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모르나 보군. 최고 권한으로 명령한다. 성문을 열어라.
구룡의 주인...? 최고 권한...?
곡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휘관은 곡을 한쪽으로 끌어당기고 본인이 직접 수비병과 교섭했다.
뭡니까? 구룡 순환 도시에 들어가시려는 건가요... 임무 수행 때문인가요?
임무 수행 때문이라면 왜 미리 통행증을 신청하지 않으셨죠? 관례대로라면...
음, 대원들도 옆에 없고 정신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구조체 한 명만 달랑 데리고 오시다니... 정말 급하셨나 보군요.
수비병은 한숨을 쉰 뒤 성문을 열었다.
그래요... 어쨌든 순환 도시 수비전의 공신들이니 거짓말은 하지 않으시겠죠.
그래도 신분 자료는 등록하셔야 합니다. 이봐요! 그렇게 들어가면 어떡합니까!
수비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곡은 순환 도시로 들어가버렸다.
순환 도시에 들어온 곡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괜히 어색해졌다.
구룡의 주인인 내가 지금은 성문 하나 열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순진할 정도록 정직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다니.
곡은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채 반박을 하려다가 지휘관에 의해 끊겼다.
이게 바로 "동반자"라고...
곡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별로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았다.
난 못하는 게 없어. 왕으로서 나보다 저급한 사람을 속이고 싶지 않을 뿐이지.
곡은 더 이상 지휘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구룡 순환 도시 안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