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북과 징... 휘날리는 나뭇잎과~ 흩날리는 꽃잎..."
"미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지척이 바로 절벽이구나~"
구룡의 야항선 위에는 쇼핑을 하거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소란스러웠다.
아딜레 상업 연맹이 구룡의 야항선을 잠시 맡은 뒤부터 야항선에는 여과 장치가 탑재되었고, 배 위의 상업 활동은 다시 부흥하기 시작했다. 그저 불법 거래만을 금지했을 뿐이었다.
화려하고 북적이는 분위기는 종말의 세계에서 너무나 진귀한 모습이었다.
한편, 임무를 마친 그레이 레이븐 소대도 다시 야항선에 올랐다.
제길... 내 음악의 가치가... 이렇게 떨어지다니... 흑흑흑.
모두의 야유를 받으며 남자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아하하하... 참, 참 안타깝군!
한 여성 구조체가 "동반자"를 찾는다면서 무대에 올랐어. 사례도 많이 준다해서 포뢰가 MC를 맡기로 했어.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포뢰가 날 이곳으로 불렀어... 온 김에 돈도 좀 벌고.
다들 그게 궁금해서 몰려드는 중이야.
그럼 다음 후보자분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비록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오직 소피아만이 손을 들었다.
몰라. 아무튼 돈이 많은 게 분명해.
안... 안 돼요. 사람을 못 찾으면 돈이 깎일 거라고... 아가씨를 모십니다!
여성 구조체가 의자에서 일어났고 무대 아래 관객들은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
상업 지식, 기계 조립, 천문 계산, 전투 실력까지...
소피아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있어, 시험해 봐도 돼.
여성 구조체는 소피아를 훑어보더니 천천히 앉았다.
키가 너무 작군. 탈락.
윽... 소피아... 졌어.
소피아는 멍한 표정으로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충격을 꽤 많이 받은 듯했다.
그뒤로 꽤 많은 사람들이 무대로 올랐지만 제대로 무대 아래로 내려온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수모를 당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때 방금 전 노래 공연을 했던 남성 구조체가 무대로 올라와 욕설을 내뱉었다.
당신은 애초에 동반자를 찾을 생각이 없었어! 그저 사람들을 놀리고 싶은 거야!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해야 하지? 당신들의 실패의 이유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야. 내가 정말 모두를 놀리고 싶은 거라고 해도 네가 뭘 어쩔 건데?
도저히 못 참겠어! 내가 당신을 혼내주겠어!
무대 아래 관객들은 화가 난 채 소리를 질렀고 남성 악사는 여성 구조체에게 달려들었다.
여성 구조체는 싸움을 말리려는 포뢰의 앞을 막아서더니 직접 공격을 맞이했다.
끄윽...
여성 구조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였고 남성 악사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여성 구조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화려한 킥에 쓰러진 남성 악사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거야.
잠깐, 어딜 가려는 거야?
맹렬한 공격에 남성 악사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고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하... 너였어? 이제 모르는 구조체도 지키려는 건가?
좋아. 이 폐물을 지휘해서 날 이긴다면 내가 네 "동반자"가 되어주지.
그럼 당장 무대 아래로 내려가. 여긴 내 "동반자"를 선발하는 자리야.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당신은...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이런, 저 여자 때문에 다들 화가 단단히 났어요. 지휘관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저는 모두를 위해 저 여자를 이길 거예요!
비록 악사와 바로 의식 연결을 할 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약점을 안 이상 이길 가능성은 충분했다.
됐어. 임시로 복구는 했지만...
걱정하지 마. 이 정도면 충분해. 이번에는 지지 않을 거야.
아까 악사의 귓가에 뭐라고 말했어? 왜 갑자기 자신만만한 표정인 거지?
분명 질 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다니. 참 멍청해...
여성 구조체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달려들었지만 이번에는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 말을 알아들은 남성 악사는 큰 킥으로 인해 생긴 허점을 공격했다.
하...
남성 악사는 몸을 돌려 오른쪽 팔로 킥을 막아냈다. 여성 구조체도 공격의 반작용으로 인해 뒤로 물러났다.
으윽...
비록 공격을 막아냈지만 킥 한방에 남성 악사의 팔은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흥,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야...
하지만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여성 구조체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그녀는 방금 전 공격했던 다리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음을 발견했다.
공격을 막는 동시에 반격한 건가... 역시...
하지만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계속해.
왜?! 난 아직 싸울 수 있다고!
계속 싸운다면 손실이 한계를 넘어갈 거야. 그럼 아주 귀찮아져.
이 자식의 몸 때문에 패배를 인정한다는 건가? 황당하군!
이런 전투는 전혀 아름답지 않아. 내 "동반자"로서 모든 걸 내 걸로 만들 정도의 각오는 가지고 있어야지.
넌 여전히 순진하네... 하지만 단순히 방금 전 대결만 본다면 내가 졌어.
여성 구조체가 손가락을 튀기자 의자 뒤에 있던 큰 상자가 열렸다.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쏟아졌다.
[player name]님 축하드립니다! 이곳의 모든 돈... 아니, 제 몫을 제외한 돈을 [player name]가 가지게 될 거야...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쏠린 사이에 여성 구조체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난, 5% 밖에 가지지 못했는데... 5%면 얼마지!!?
잠깐! 어딜 가려는 거야!?
부랴부랴 무대를 벗어나니 여성 구조체가 배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따라나왔군...
하, 알면서 왜 물어? 싸우면서 내 신분은 이미 알게 되었잖아?
내 기술을 이렇게 정확하게 분석하다니...
계속 싸웠더라면 이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번 승부는 저의 완패이며, 참담한 몰골을 보이게 되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여성 구조체는 부상을 입은 다리를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지휘관이 목에 "항쇄"로 만든 원격 연결 장치를 보고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어? 마침 잘 됐네. "항쇄" 좀 빌리자.
목에 고통이 느껴지고 시야가 흐려졌지만 곧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떠보니 여성 구조체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네 시각 감각을 좀 바꿔봤어. 내가 누구로 보이지?
같은 기술이니 결함도 같겠지. 나도 "항쇄"로 이 구조체를 통제했던 거야.
예상 밖으로 그 질문을 받은 곡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도 "동반자"를 찾는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우리 가문의 가훈에 따르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뒤엔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를 찾아야 해.
비록 구조체인 나에게 이젠 나이의 개념은 없지만 가훈은 거스를 수 없어.
왕이 된다는 건 고독해진다는 걸 의미하지...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이 없어도 될만큼 강하고.
하지만 전통은 반드시 지켜야 해.
곡은 차갑게 비웃은 뒤 돌아섰다.
흥미가 생겨 너에게 모욕을 주려고 했었는데 네가 이길 줄이야...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날 따라와. 예상치 못했지만, 넌 지금부터 내 "동반자"야. 너에게 보여줄 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