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15:15 센터 지휘부 빌딩 작전 연습 훈련소
…………
휴일의 작전 연습 훈련소에는 모처럼 아무도 없었다.
후우... 지휘관!
지휘관 말대로 성능 실험을 했으니 빨리 확인해줘!
리더를 피해 그곳에서 몰래 나왔어! 어때? 잘했지?
카무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이쪽을 바라봤다. 카무이는 임무를 완료할 때마다 바로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후우... 리더는 여전히 내가 이런 성능 실험 하는 걸 불안해하더라고! 난 잘하고 있는데! 지휘관도 칭찬했는데!
하하, 그럼 별일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
나도 지휘관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리더가 또 통신으로 날 혼낼걸?
잠깐... 우와, 지휘관, 설마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야?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내가 카무랑 오래 어울린 사이잖아! 그는 보기와는 달리 무섭지 않아. 사실 아주 귀여운 녀석이라고!
그래도 함께 오~래 어울렸으니까. 뭐, 게다가 지휘관은 타인의 귀여운 점을 잘 알아내잖아. 그건 지휘관의 독점 비법이잖아?
방법이 좀 직접적일 뿐이야. 게다가 내가 이긴 건 지휘관이 있어서니까. 지휘관도 자신감을 가져!
아무튼 그 녀석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전에 매일 내 생활을 엿본 것만으로도 짜증 나는데! 그런 달콤한 고민은 지휘관이 나 대신 짊어줘...
이쪽의 부름을 무시한 금발 구조체는 혀를 날름거리며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생각해보니 카무가 돌아온 후로 카무이는 계속 그런 태도를 보였다. 몰래 카무의 성능 실험 훈련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는 신경 써줬는데, 그걸 드러내지 않았다.
…………
이봐.
이봐!
날 불러놓고 왜 여기서 넋 놓고 있어?
카무는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네가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잖아.
진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카무의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건 뭐야?
성능 실험? 전에 그 전투 말이야?
설마 그때의 시뮬레이션 작전을 또 할 생각이야?
이사회는 그런 훈련을 멈추라고 하지 않았어?
카무가 의심스러운 듯 쳐다봤다. 얼굴에는 불신이 넘쳤지만 그래도 받아들였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하지만 먼저 말해두지만, 또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그건 네 책임이야.
이건 네가 요청한 거야. 네가 어떻게 되든 난 책임 못 져.
며칠 전과 똑같은 흐름으로 몇 십 분 후 카무는 다시 통로에 서게 됐다.
깊이 들어갈수록 카무는 바짝 긴장했다.
...왜?
협조... 라니?
그리고 카무이의 도움과 며칠간 반복해서 되짚고 종합한 경험 덕분에 이번 작전은 전보다 마음이 더 많이 통했다.
하아... 하아...
눈앞의 롤랑과 같은 외형의 적이 빛으로 흩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통로는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서, 성공이다...
알아차렸을 때는 말을 거의 더듬고 있었다. 카무는 기침한 후 몸을 일으켰다. 시뮬레이션 홀로그램 작전 환경도 점점 흩어지면서 훈련실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그래?
말속에 숨겨진 망설임을 단번에 꿰뚫어 본 카무는 혀를 찼다. 가끔 그와 카무이는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조심하지 않아도 돼. 멍청해 보이잖아.
이같이 직설적으로 질문할 줄은 몰랐는지 카무는 조금 놀랐다.
...카무이와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말을 하면서 시선은 휴식실 출구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뭐...? 진짜? 지금 장난치는 거지?
장난치는 거라면 죽인다...
카무는 그런 반응에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럼 빨리빨리 움직여. 종일 기다리게 하지 말고.
너, 태도가 그게 뭐야? 편성된 구조체가 아니지?
지휘관님, 이 녀석은 일반 구조체가 아닙니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
...뭐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침식체와 원격 연결한다는 실험이 사실일 줄이야...
세, 세런, 그런 말 하면...!
누굴 침식체라 부르는 거지? 그런 하급 것들에 빗대지 마!
콜록, 사실이 어떻든... 실험 대상이 이렇게 밖에서 날뛰게 두는 건 안 되지.
그 주둥이에서는 나쁜 말만 나오니 내가 대신 수리해줄까?
정리한 후 훈련소를 걸어 나오자 이런 장면이 보였다.
카무가 복도에서 몇몇과 서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상대 중에 필두로 하는 자는 지휘관 제복을 입고 있었다. 보아하니 무언가 충돌이 일어난 것 같았다.
이 녀석은 네가 관리하고 있나? 사람에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고 욕까지 퍼붓다니, 관리 좀 똑바로 하지?
아. 거기...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이 녀석은 네가 관리하고 있나? 사람에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고 욕까지 퍼붓다니, 관리 좀 똑바로 하지?
...지금 나보고 말조심하라는 건가?
그렇지? 너 같이 난폭한 녀석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거잖아. 주제를 안다면 어서 사과해...
...그리고 돌아가서... 나? 뭐야! 이 녀석이 먼저 우릴 건드린 거거든!
확실해 했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이 녀석이 우릴 먼저 건드린 거죠! 설마 우리보고 그대로 당하고 있으라는 건가요?
게다가 그는 침식체와 다름없는 것 같은데요? 퍼니싱 환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다니, 다른 사람을 침식시키는 건 아닌가요? 이런 위험한 자를 데리고 나온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시.한.번. 말해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무가 상대의 면상에 분노의 주먹을 날렸다.
큭...! 이 자식...!
지, 지휘관님, 피가!
감히 공격하다니!? 공중 정원에서는 구조체가 인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몸집이 거대한 아머형 구조체가 카무를 벽으로 밀자 큰 충격 소리가 퍼졌다.
공중 정원이 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 한마디 더 하면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다!
카무가 포효하며 거대한 몸집의 아머 구조체를 잡은 후 확 밀쳤다. 상대를 땅으로 쓰러뜨린 후 패기 시작했다.
우리 대원을 공격하다니!
카무가 잡히는 대로 잡아 치고받았다.
내, 내 로켓포에 머리가 터지고 싶지 않으면 어서 지휘관을 놔줘!!
너!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거야?
혼란 속에서 이 모든 걸 멈추고 싶었지만 주먹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심지어 누가 공격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비명과 혼란이 뒤섞인 구타로 퍼졌다.
구타 중에 머리를 단단히 보호하자 몸이 분해되는 것 같았다.
경고—— 경고합니다——
멈춰! 그들을 잡아!
……
한 차례 소란이 끝나고, 흐릿한 시야 속에서 눈앞의 카무가 상대가 이쪽을 향해 휘두른 주먹을 꽉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두 남자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만! 내가 공격하기 전에 알아서 손을 내리는 게 좋을 거다!
……
카무가 씩씩거리며 상대의 주먹을 뿌리친 후 뒤로 물러났다.
상대의 부상이 상대적으로 심각했는데, 이쪽도 얼굴이 부은 듯 통증이 느껴졌다.
이유가 뭐든 <공중 정원 일상 행위 준칙>을 위반하고 싸움을 벌였으니 모두 처벌을 받을 거다. 따라와.
내가 먼저 공격했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끊겼다. 카무가 경비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 두 사람만 들릴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
내가 무섭지? 그치?
실망했겠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하지만 답을 무시한 카무는 이 소란을 큰소리로 멈췄다.
내가 먼저 공격한 거 맞아.
하지만 이 녀석들이 내가 침식체라고 비아냥거리더라고. 공중 정원은 그런 태도로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가?
리더인 경비 대장은 그 일을 알고 있는지 고민하는 듯 턱을 문질렀다.
지금의 네 책임자는...
쯧, 지휘관은 없어.
정말... 악랄한 녀석이군!
...아무튼 변명은 됐으니 모두 따라와!
아, 그쪽의 지휘관, 이 일과 관계없으면 구경하지 말고 저리 가.
상대의 말에 화가 나고 불공평을 느껴 온 힘으로 상대 구조체를 제압한 후 주먹을 휘둘렀다.
인간의 주먹으로 강철을 쳐도 묵직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상대도 어느 정도 견제를 받은 것 같았다.
경고—— 경고합니다——
멈춰! 그들을 잡아!
……
한차례 소란이 끝나고, 흐릿한 시야 속에서 눈앞의 카무가 상대가 이쪽을 향해 휘두른 주먹을 꽉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두 남자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만! 내가 공격하기 전에 알아서 손을 내리는 게 좋을 거다!
……
카무가 씩씩거리며 상대의 주먹을 뿌리친 후 뒤로 물러났다.
상대의 부상이 상대적으로 심각했는데, 이쪽도 얼굴이 부은 듯 통증이 느껴졌다.
이유가 뭐든 <공중 정원 일상 행위 준칙>을 위반하고 싸움을 벌였으니 모두 처벌을 받을 거다. 따라와.
카무가 소리 없이 앞을 가로막았다.
야, 경비 대장. 일러바칠 게 있어.
공중 정원의 부탁으로 여기에 머문 게 분명한데, 너희는 이런 무례한 멍청이들이 날 모욕하게 하는 거야?
크윽...
리더인 경비 대장은 그 일을 알고 있는지 고민하는 듯 턱을 문질렀다.
지금의 네 책임자는...
쯧, 지휘관은 없어.
데리고 갈 거면 빨리 데려가 줘. 이런 바보랑 1초라도 더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힐 거 같아.
정말... 악랄한 녀석이군!
경비 대장은 카무를 본 후 이쪽으로 시선을 다시 옮겼다. 그가 사정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시하기로 결정한 게 분명했다.
아무튼 변명은 됐으니 모두 따라와!
그쪽의 지휘관, 이 일과 관계없으면 구경하지 말고 저리 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끊겼다. 카무가 경비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 두 사람만 들릴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에게 폐 끼치기 싫어.
그러니 이번에는 좀 봐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카무를 데려가 버렸다. 카무가 가면서 마지막으로 보인 그 눈빛에...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