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네티아·만가·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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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아·만가·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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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구역의 차갑고 어둑한 빛 아래, 네티아는 지휘관의 뺨을 어루만지며 눈웃음을 쳤다.

괜찮아, 좀 피곤해서 그래. 너한테 의지해서 "긴급 충전"을 좀 하려는 거야.

네티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폐기된 기계체는 여전히 불꽃을 튀기고 있었고, 그녀가 한때 밤낮없이 작업했던 실험대 위에는 먼지가 수북했다. 주변은 깊은 적막에 잠겨 있었고, 기체 작동음과 지휘관의 호흡 소리만 들렸다.

그냥 여기서 보자.

레노아가 남긴 유언이라면... 그녀가 온 마음을 바친 이곳에 남겨두는 게 맞겠지.

네티아는 단말기를 열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홀로그램이 투영되자,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작은 체구의 연구원이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임스탬프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이 메시지가 언제 해제되든, 제 유산이 올바른 분에게 전달되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잘했어요, 네티아. 그리고 네티아의 동료분도 잘하셨어요.

지휘관과 네티아는 똑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상 속의 여성은 말을 마치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여러분이 놀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했어요. 동료와 함께해야만 풀 수 있는 시 안에 단서를 숨겨놓았으까요.

물론 단순히 암호화를 위해서만 그렇게 한 건 아니에요. 사실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취미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죠.

참고로,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시인과 창조자가 같은 어원이라더군요. 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잊어버리세요.

지휘관 옆에 있던 네티아가 가볍게 웃었다. 지휘관을 향한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깨달음과 따스함이 서려 있었다.

레노아도 참...

영상 속 레노아는 카메라를 향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래는 직접 만나서 이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끝내 입을 열지 못했어요.

네티아, 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저를 말리든 경고하든, 언제나 주저 없이 직언해 주었죠. 연구자로서, 또 동료로서의 책임과 도리를 다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마지막까지 원망하는 건, "지름길"로 너무 멀리 가버린 저 자신이에요.

시간이 촉박하니 실험 단계를 줄여도 된다... 실전에 투입해도 오차는 아무도 모를 거다... 자금이 부족하니 순도 미달 자재를 써도 된다... 사고만 통제되면 아무도 추궁하지 않을 거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저 자신도 그걸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어요. 큰 잘못을 저질러서 이곳으로 온 그 외부 여자아이가 모든 걸 캐묻기 전까지는 그랬죠.

당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가요? 그저 "왜"라고 물었을 뿐인데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게 잘못이 되어버린 걸까요?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가끔 당신을 보면, 비틀린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오로지 자신이 믿는 것을 쫓아가는 그 결단이 참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진 건 해방감이 아니라 후회였어요.

이루지 못한 생각들,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 그리고 감히 내밀지 못했던 손길...

이게 바로 당신이 지금까지 짊어지고 살아온 세상이었나요, 네티아?

네티아는 멍한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상은 그저 혼잣말을 이어갈 뿐, 더 이상 그녀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진실을 좇는다는 건... 비가 오는 밤에 먼 길을 걷는 것과 같아요. 동행자가 있다고 해도,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이 따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행운이 없더라도, 저는 떠나야만 해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다시 이 길로 이끌어 준 새예요. 당신과 당신의 동료는 이 모든 행운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

만약 이것이 아직 의미가 있다면, 제 축복이라 여기고 이 시를 받아주세요.

영상이 흔들리며 점점 희미해져 갔다. 고요 속에서 따스한 온기가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손끝을 조용히 맞댄 네티아의 붉은 눈동자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검은 새여, 세상의 비바람이 당신을 덮쳐올 때, 부디 혼자 울지 마세요.

눈물로 화살을 주조해 그대에게 주노니, 그대의 결정을 기다릴게요.

눈물의 바다가 거꾸로 뒤집혀 납빛 하늘을 뚫고 나갈 때,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우리는 마침내 함께 걸어가겠죠.

말끝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세상을 떠난 자는 영원한 침묵 속으로 돌아갔다.

네티아는 꺼져 가는 단말기를 쥔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의 낮은 부름에 네티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 걸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말없이 지휘관의 어깨에 기댔다.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고, 주변의 어떤 소리나 모습도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았다. 오직 품 안에 모든 방어를 내려놓은 이 기체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player name], 그 연구소 앞에서 네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지금껏 혼자 걸어오며 겪은 일들 가운데, 가장 좋고 가치 있는 일이었어.

말없이 이어지던 애도는 깊고도 엄숙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는 사이, 네티아는 고개를 숙이더니 눈가에 맺힌 반짝이는 물기를 조용히 닦아냈다.

고마워. [player name]. 이렇게라도... 레노아를 잘 배웅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