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총감의 사무실
과학 이사회
검은 옷차림을 한 구조체가 사무실 내부의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왜 멈춰 있어? 따라와.
응, 맞아.
맞아.
구석에 있는 저 식물이 정말 잘 자라긴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감상은 나중에 하자, 레이븐.
눈앞의 작은 방은 개인적인 특색이랄 게 없었다. 집행 부대의 표준 휴게실과 비교하면, 전신거울 하나가 추가된 정도가 전부였다.
방의 주인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지휘관을 전신거울 앞으로 이끌었다.
신원 정보 등록 시작. 권한: 나와 동등.
짙은 푸른빛이 거울 테두리에서 켜지더니, 곧 지휘관을 스캔했다. 이어 거울은 소리 없이 옆으로 열렸다.
한 걸음 들어서자, 조명이 서서히 밝아졌다. 삼면을 거대한 유리 진열장이 둘러싼 가운데 원형 단이 놓인 밀실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총기에서 단검, 지팡이에서 장신구까지. 모두 검은 무광 도금 위에 보랏빛 까마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장비들은 선회하는 까마귀 떼처럼 둘을 감싸고 출격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드레스룸"에 온 걸 환영해. 여기 장비들은 과학 이사회의 보급품보다 훨씬 재밌거든.
전부 내가 직접 설계하고 테스트한 거라 정밀함과 효율성은 자신 있어. 동작 흐름에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유일한 단점이라면 양산이 안 된다는 거 정도?
원래는 누구랑 나눌 생각도 없었어.
응, 근데 너에게 허락된 예외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아.
두 걸음 앞으로 가, 그래, 원의 중심에 서 봐. 내가 제대로 "검사"해 줄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이 지휘관의 몸을 훑었다. 마치 지휘관이 이 밀실의 소장품 중 가장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은 것만 같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이 널 잘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더라. 하지만 우리가 갈 곳은 과학 이사회의 실험 구역이야. 그곳에 대한 대응책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네티아는 생각에 잠긴 채 전술 벨트 진열대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를 집어 들고는 지휘관에게 다가왔다.
이건 반정찰 환형 벨트인데, 내장된 교란 칩이 현행 버전보다 몇 배나 많고, 특화 보조기의 생체 감각을 겨냥해 설계된 거야.
팔을 좀 들어봐.
네티아는 몸을 기울인 채 가까이 다가왔다.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코끝이 머리카락에 닿을 거리였다. 네티아는 벨트를 지휘관의 가슴에 두르고, 망토 아래로 손을 넣어 어깨와 등의 버클을 하나씩 채워 나갔다.
포옹하는 듯한 자세를 유지한 채, 네티아는 지휘관 등 뒤의 조절 끈을 당겼다.
어때?
음... 조금만 조절하면 딱 맞겠네.
어두운 금빛을 띤 건틀릿이 옆구리를 스치듯 빠져나갔다. 네티아는 자연스럽게 지휘관의 팔뚝을 뒤집어 잡은 뒤, 엄지로 전술 장갑과 소매 사이의 틈을 벌려 소매를 조금 걷어 올렸다.
여기에 초월 디코더를 하나 붙여야 해. 단말기랑 직통으로 연결되어서, 네가 내 암호키를 가진 거나 다름없어. 내가 해석할 수 있는 파일이면 전부 즉시 분석할 수 있다는 말이지.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얇은 장비를 소매 안쪽에 숨긴 뒤, 네티아는 여전히 지휘관의 손목을 놓지 않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랑 맥박이 다 빨라졌네.
그냥 안전 상태만 확인하는 건데, 넌 왜 긴장하는 거지?
음... 맞는 말이야.
그럼 부탁할게.
네티아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지휘관을 힐끗 바라보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긴 머리를 한쪽으로 넘기자, 목덜미와 등 라인이 드러났다.
허리 뒤쪽에 있는 짙은 금색 부품들이 보여?
아주 정밀하게 설계된 부품들이거든. 기체의 균형 조정과 관련된 거라 모든 외갑을 제대로 채워야 해.
난 안 보이니까, 제대로 고정됐는지 확인 좀 해줄래?
지휘관의 손끝이 그 따뜻한 곳에 닿자마자, 네티아의 웃음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좀 세게 눌러도 괜찮아.
몰리간한테 거울을 하나 더 들게 해서 확인했지.
늘씬한 네티아가 몸을 뒤로 살짝 기대자, 날개 모양의 역원 장치가 지휘관의 목 옆을 스쳤다.
근데 몰리간은 지금 조사하러 가서 여기에 없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네티아의 손목에서 통신 알림 불빛이 켜졌다. 그 미묘한 깜박임은 마치 어딘가 망설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으음... 왠지 내가 눈치 없이 이상한 타이밍에 연락한 것 같네. 난 아무것도 못 들었으니까 걱정 마!
자,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자. 증거가 숨겨진 샘플 번호는 다 찾았어. 총 네 개야. 베르테르와 그 녀석들도 참, 평소엔 징징거려도 일할 땐 또 기가 막히게 잘하더라.
맵을 확인했고, 좌표도 잡아놨어. 그럼 이제 목표 실험 구역에 가서 증거를 캐고 스릴도 좀 즐겨보자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
기계 까마귀가 황급히 통신을 끊어버렸다. 네티아는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고개를 젓더니, 이내 눈을 뜨며 다시금 안전 총감의 기세로 돌아왔다.
준비를 끝냈으니, 출발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