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오블리크도 크솔리도, 그리고 지휘관도, 더는 출발할 때처럼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머릿속에 얽힌 생각들은 잠시 접어두고, 일행은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목줄이 풀리자마자, 크솔리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구석으로 달려가 몸을 웅크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고자 했던 이름표를 꼭 물고 놓지 않았다.
크솔리...
오블리크는 훈련견의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일단은 지휘관의 말대로 자리에 앉았다.
팔에 난 이빨 자국은 깊지 않아서, 지휘관의 능숙한 응급처치만으로 충분했다. 늘 스스로 상처를 꿰매던 구조체 소녀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지휘관의 손은 상처를 돌보느라 분주히 움직였지만, 머릿속에서는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하나의 추리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검증뿐이었다.
나노 물질이 안정화되기만 하면 괜찮을 거예요. 고마워요, 지휘관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동료를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푸른 머리 구조체는 구석에서 떨고 있는 작은 털 뭉치를 바라보며 자책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건 케이지가 사전에 작업자를 매수해 꾸민 짓이에요. 건강 검진 때, 제가 같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놈들이 크솔리를 괴롭힐 기회도 없었겠죠.
맞아요. 끊어진 실타래를 거슬러 올라가 매듭을 찾아야만, 풀고 다시 꿰맬 수 있겠죠.
제가 맡았던 그 낯선 향기... 그게 단서인 것 같아요. 그 향이 크솔리를 자극해 뭔가를 떠올리게 만든 거예요.
네. 이번에는 절대 어둠에 휘둘리지 않겠어요.
피곤해, 배고파, 아파, 추워, 어두워, 내 거야, 내 거, 내 거라고...
내가 잘못한 건가? 내가 잘못했어…
가지 마, 가지 마.
내가 잘못한 건가? 내가 잘못했어…
버리지 마, 날 두고 가지 마.
안 떠나, 절대 두고 가지 않을 거야.
추워, 어두워. 이 냄새... 그 사람이야.
세 상자! 무려 세 상자나 되는 "서주야풍"을, 그 빌어먹을 괴물 놈에게...
젠장! 이제 내 물건까지 팔아야 구멍 메우겠네! 힘도 못 쓰는 주제에 처먹기는 더럽게 처먹고… 짖어대면 뭐가 돌아와?!
이, 이 빌어먹을... 딸꾹... 천한 짐승 주제에! 내가 술자리에서 그놈들한테 굽실거리는 꼴을 보고도 감히 이빨을 드러내?! 여기! 이 짐승을 두들겨 패라!
아파. 죽을 수 없어. 저항해야 해...
예상은 했지만, 직접 마주하니 정말...
고아든 유기견이든... 목숨줄이 남의 손에 넘어가면, 살아남기 위한 매 순간이 투쟁 그 자체네요.
술과 폭력은 습관이 되기 쉽죠.
아마 케이지의 훈련견에게서 나던 이상한 향도 그것이었을 거예요. 전부, 의도된 거였어요.
배신당하고, 팔려나가고...
오블리크는 주먹을 꽉 쥔 채 일어섰다. 하지만 크솔리에게 향하려던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팔에 남은 선명한 이빨 자국을 내려다보다, 도움의 눈길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크솔리는 자신이 저를 다치게 한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또다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거고요. 함정에 빠진 건 크솔리인데... 지금이야말로 저희가 곁에 있어 줘야 할 때예요.
제 팔의 상처가, 오히려 크솔리에게 더 큰 죄책감을 안겨줄까 봐 걱정돼요.
등 뒤로 숨기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요?
예전엔 그랬지만... 이젠 아니에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얘기하라고 했어요. 몇 번이고 구해주겠다고... 동료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존재니까요.
구조체 소녀가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자, 지휘관은 말을 멈추고 그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기다려주었다.
서로를 지키려는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거였어요.
그렇군요... 지휘관님, 제 생각이 너무 짧았어요.
며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소녀는 지휘관과 함께 조심스레 벽 모퉁이로 다가갔다.
크솔리는 귀를 파르르 떨었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꼬리를 치우자, 물기에 젖은 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오블리크는 크솔리의 앞에 조용히 앉았다.
괜찮아, 크솔리. 우리야, 네 "동료"들이야.
푸른 머리 구조체는 상처 입은 팔을 내밀어, 훈련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크솔리는 그녀의 상처를 바라보며 낮게 흐느꼈다.
낑...
괜찮아. [player name] 님이 벌써 치료해 주셨어.
이름표를 지키려고 그랬다는 거 알아. 네 탓 안 해.
나도 한때는 이름표 하나, 강아지 인형 하나가 전부였어. 너처럼 수없이 이용당하고 버림받았었어.
그래서 남은 것마저 잃을 까봐 두려워 마음을 닫고, 그걸 지키기 위해 폭력에만 기댔어.
피로 피를 씻어냈던 나날들...
홀로 절망 속에서 버텨야 했던 순간들...
기계화된 두 다리에 시선이 스쳤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은 듯, 얼굴을 들어 올려다보았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 사람.
하지만 이제는 달라. 나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우리를 절대 버리지 않는 동료들이 있어.
소녀가 지휘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기대 어린 눈빛에 이끌려, 지휘관도 무릎을 굽혀 크솔리의 따스한 털 위에 손을 얹었다.
소녀의 가느다란 손끝이 털 결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지휘관의 손등을 덮었다.
우리가 항상 곁에서 지켜줄게. 서로를 더 좋은 방법으로 지켜 줄 수 있을 때까지.
넌 더 이상 버려진 유기견이 아닌, 우리의 사랑스러운 강아지야.
구조체 소녀는 훈련견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자신의 코끝을 녀석의 축축한 코에 가볍게 비볐다.
"짧은 귀에 긴 꼬리, 귀여운 우리 강아지."
낑... 낑...
땡그랑—악착같이 물고 있던 이름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솔리는 오블리크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녀의 얼굴을 마구 핥으며 서럽게 울었다.
맑은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나와 입가의 털을 적셨다.
아직 "더 좋은 방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걸 찾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답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일지도 몰라요.
이것 또한, 지휘관님께서 가르쳐 주신 거예요.
지휘관은 오블리크의 옆에 앉아, 바닥에 떨어진 이름표를 집어 들었다.
네.
문득, 어깨 위로 따스한 무게가 실렸다.
코발트색 머리칼이 팔에 스치며 저녁 햇살을 받아, 평소와는 다른 부드러운 빛을 띠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녀의 본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긴 고통으로 잘려 나갔던 삶이었지만, 이제 운명의 가위와 실을 되찾아, 소중한 이들과 함께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player name] 님, 지금 전... 그때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랬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지휘관님에게 기댈 수 없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