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크·재율·그중 여섯
와아아! 정말 멋진 점프였습니다! 크솔리, 1라운드 기록 25초 13으로 현재 1위입니다! 그 뒤를 잇는 건 케이지 님의 훈련견 피즘, 33초 01의 기록으로 현재 2위입니다!
그럼, 잠시 휴식 시간을 갖겠습니다. 10분 뒤, 후반전 경기가 시작됩니다. 잠시 후에 다시 만나요!
멍!
지휘관님.
크솔리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소녀가 애정 어린 손길로 크솔리의 머리를 쓰다듬자, 녀석은 신이 난 듯 지휘관 주위를 맴돌며, 축축한 코로 단말기를 가볍게 톡톡 건드렸다.
모의 테스트를 치른 후로 시간이 꽤 흘렀다. 소녀와 지휘관, 그리고 크솔리, 셋이 함께 보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은 깊어졌고, 마침내 오늘 정식 경기 날까지 오게 되었다.
전반전은 모든 항목에서 순조로웠지만... 여전히 걱정돼요.
네.
케이지 때문에요.
겉으로는 공익 활동을 열심히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의원 선거를 위한 홍보 수단일 뿐이에요.
남들 앞에서 돋보이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쓰고 있어요.
하지만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이 직접 참가하실 줄은 예상 못 했겠죠. 언론의 모든 관심이 단번에 지휘관님께 쏠렸으니까요.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예요.
소녀는 며칠 전 불미스러웠던 일이 떠올랐는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 어찌 됐든, 다시 한번 크솔리를 해치려 들면...
신사 숙녀 여러분, 중간 휴식 시간이 곧 종료됩니다! 각 팀 훈련견과 훈련사는 준비를 마치고, 저와 함께 후반전이 펼쳐질 경기장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이번 후반전 경기장은, 케이지 님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새로운 경기장은 새로운 도전,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것입니다!
실내조명이 환히 켜지자, 사람들 눈앞에 길게 이어진 수로가 나타났다.
경기 시작 2분 전에 경기장을 공개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케이지 님,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이런 종목은 훈련 계획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뭐야? 케이지, 설마 훈련견이 1분 만에 이걸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주최 측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담당자 나오라 그래!
쯧, 담당자가 중요한 용무가 있다며 자리를 비웠어요. 지금은 연락도 안 돼요.
경기장이 순식간에 술렁였다.
진정들 하십시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 또한 실제 구조 현장에서의 필수적인 능력 아니겠습니까?
모든 훈련견이 사전 훈련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공정한 경쟁입니다!
이상, 케이지 님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럼 후반전 종목을 소개합니다! 수중 구조, 특정 향료 탐지, 그리고 수중 미로 탐색! 총 세 가지입니다!
이걸로 크솔리의 발을 묶으려는 속셈이에요.
오블리크는 본능적으로 크솔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눈앞의 수로를 보지 못하게 막았다.
경기보다 중요한 건 크솔리예요. 이 아이를 다시 그 악몽 속에 밀어 넣을 수 없어요.
멍멍!
뜻밖에도, 크솔리는 오블리크의 손 사이로 고개를 빼내며 신난 듯 짖어댔고, 표정은 기대와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물 건너편에 있는 구조용 인형을 보고,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
좋아, 크솔리. 네가 원한다면 우리도 함께할게. 제가 옆에서 이끌고, [player name] 님이 뒤에서 경로를 잡아 주세요.
멍멍!
역시 케이지 님의 훈련견답습니다! 새로운 종목을 단 3분 03초 41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마쳤습니다! 2위와 무려 2분 차이를 내며, 다시 한번 1위를 차지합니다!
자, 이제 마지막 주자, 크솔리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훈련사, 훈련견 모두 준비하시고... 시작!
크솔리, 이리 와!
멍멍!
오블리크의 뒤를 따라 물에 발을 들인 순간, 크솔리는 당황한 듯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거침없이 질주하던 크솔리가 물에 들어서자마자 멈춰 섰습니다!
훈련사 오블리크 양도 더 나아가지 않고 훈련견의 곁을 지키고만 있는데요! 이러면 시간만 흘러갑니다!
낑...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머리 위 시계 초침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오블리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며칠 전 지휘관과 물에서 함께 놀던 때처럼, 장난스레 물을 튀기며 크솔리를 안심시켰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건 긴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크솔리가 물앞에서 다시 주저하는 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오블리크와 지휘관에게 있어서, 크솔리는 경기의 승패보다 훨씬 중요했다.
지휘관도 자리에서 일어나 목청껏 그들을 응원했다.
멍멍!
오! 크솔리가 안정을 되찾고 다시 나아갑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훈련사 오블리크 양의 보폭에 맞춰 힘차게 물살을 가릅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과거의 악몽을 벗어나듯, 크솔리는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균형을 잡고, 물살을 가르고, 목표를 향해 헤엄치며... 마침내 관중의 환호 속에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이후 이어진 두 개의 종목 또한, 오블리크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훌륭하게 완주해 냈다.
이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영예의 우승은... 피즘! 총 기록 3분 36초 42! 그리고 준우승은... 크솔리! 총 기록 4분 1초 37! 3위는...
자, 우승을 차지한 케이지 님과 그의 훈련견 피즘에게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공익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케이지 님! 당신이 경기 종목을 멋대로 바꿔치기하고, 당신 훈련견만 미리 훈련시킨거 아닙니까?!
며칠간 밤낮으로 훈련한 우리는 다 뭐가 되는데? 사람들을 전부 바보로 아는 거야?
내 훈련견은 물을 잔뜩 마시고 쓰러졌다고! 당신이 책임질 거야?!
자, 자,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케이지 님은 단지 실전과 같은 돌발 상황을 연출하려던 것뿐입니다. 이번 경기가 여러분의 노력을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훈련사와 훈련견의 노고를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오늘의 시상은 그저 형식일 뿐...
하지만 이미 터져 나온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다. 케이지는 시상대 중앙에서, 쏟아지는 비난에 둘러싸인 채, 오만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케이지 님. 유감스럽게도 당신과 훈련견의 대회 자격은 취소되었습니다.
뭐라고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케이지의 앞으로, 세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player name] 님, 수의사, 그리고... 담당자?
반 시간 전, 크솔리의 완주를 지켜본 지휘관은, 케이지의 비리를 밝힐 증거를 찾기 위해 곧장 검진실로 향했다.
케이지,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후원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경기장을 멋대로 변경했더군.
당신 때문에 몇 마리의 훈련견들이 물을 먹고 탈진하고, 정체불명의 향료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쓰러졌는지 알아?!
검진실 안은 고통스럽게 쓰러진 훈련견들과, 그들을 치료하느라 분주한 수의사들로 가득했다.
지휘관은 그들을 설득하여 케이지의 만행을 함께 고발할 것을 제안했고, 고통스러워하는 훈련견들을 내려다보던 수의사들은 주저하지 않고 동의했다.
안 돼... 내가 후원한 돈이 얼만데, 내 훈련견이 우승하지 못하면, 내 체면이...
임시 숙소
오후 4시
오후 4시, 임시 숙소.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이쪽은... 음...
몸을 감싼 부드러운 천 위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이 스치고,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닿았다.
그녀는 지휘관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듯, 계속 중얼거리며 치수를 재고 있었고,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는 듯했다.
허리선은 조금 더 짧게, 등 부분은...
순식간에 재단을 마친 오블리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만족스러운 미소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좋아, 이제 됐어...
무언가에 홀린 듯 분주하던 푸른 머리 소녀가 잠시 숨을 고르는 틈을 타, 궁금했던 질문을 건넸다.
시상식 준비요.
네. 원래는 훈련견과 훈련사를 위한 대회 상품으로, 수제 간식 한 상자와 "꾹꾹이 테마 의상"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케이지 때문에 공식 시상식이 취소되었네요.
그래도 크솔리는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고, 무엇보다 두려움을 이겨냈어요.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해요. 훈련사인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멍멍!
갈색과 흰색 털이 뒤섞인 작은 강아지가 즐거운 듯 뛰쳐나와, 오블리크와 지휘관 주위를 빙빙 돌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크솔리가 먹을 간식은 제가 따로 만들어 두었어요.
그리고 저희 훈련사 의상도, 각자의 체형에 맞게 다시 만들 생각이에요.
"의상"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작은 승부욕을 자극한 모양이다. 방금 그토록 열중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 지휘관님. 이제 크솔리와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시죠.
멍멍!
노을빛이 길게 드리우며, 행복한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두는 듯했다.
꾹꾹이 수호자 이벤트가 막을 내린 오늘은, 곧 크솔리와의 이별을 의미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났다는 건, 훈련견들이 이제 정식 구조견으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는 뜻이었다.
크솔리는 오블리크가 손수 지어준 구조복을 입고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황금빛 노을 아래, 갈색과 흰색 털이 찬란하게 빛났다.
시간 참 빠르네요...
저녁 바람이 소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그녀는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크솔리는 더 이상 인간도, 다른 강아지도… 기억 속의 물과 향료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요.
이번 훈련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상처를 마주한 시간이었어요. 크솔리를 구원하는 여정이, 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기도 했어요.
[player name] 님, 함께 크솔리의 훈련사가 되어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떠돌이였던 아이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었고, 저도 스스로를 구원할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네.
과거를 마주하고, 변화를 선택하는 건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언제나 제 곁에서, 저를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지휘관님과 크솔리가 보여주었어요.
소녀는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고, 곁에 선 지휘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 크솔리랑 오블리크 양, 그리고 [player name] 지휘관님 맞으시죠?
네, 무슨 일이신가요?
"꾹꾹이 수호자" 이벤트 종료 기념으로 훈련사와 훈련견 사진을 찍고 있는데, 두 분도 참여하시겠어요?
크솔리...
멍멍!
자신의 이름을 알아들은 크솔리가 쏜살같이 달려와 둘의 다리 옆에 늠름하게 자리를 잡았다.
자, 다들 자리 잡아주세요...
두 훈련사님은 조금만 더 가까이 붙어주시고요!
조금만 더요! 그렇게 멀리 서시면 한 프레임에 안 담겨요!
음...
선선한 저녁 바람에도, 소녀의 두 볼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훈련사라는 공식적인 관계의 경계선은, 어느새 서로의 마음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전장에서는 무기를 움켜쥐고, 일상에서는 지휘관을 위해 요리를 하고 옷을 만드는, 섬세하면서도 차가운 손이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지휘관의 손을 굳세게 잡았다. 마치 운명의 실이 손끝에 얽혀, 오래전부터 서로를 이어온 듯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블리크는 망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휘관의 팔에 손을 감았다.
전장에서는 무기를 움켜쥐고, 일상에서는 지휘관을 위해 요리를 하고 옷을 만드는, 가늘면서도 차가운 손이었다.
어쩌면 운명의 실은 이미 손끝에 얽혀, 오래전부터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아요!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치즈!
찰칵. 세 존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을 건네받고, 드디어 크솔리와의 이별이 다가왔다.
멍! 멍!
오블리크는 무릎을 꿇고 크솔리를 품에 꼭 안았다. 떨어지기 싫은 마음을 꾹 누르며 잠시 안아주다, 이내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라 손짓했다.
"강아지야, 강아지야, 어디로 갔니?"
멀어져 가는 크솔리를 바라보며, 오블리크는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렸다.
잔잔하고 길게 이어지는 멜로디 속에서, 그녀는 크솔리에게 축복을 건넸고, 동시에 진흙탕 속에서 몸부림치던, 상처투성이였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도 함께 축복을 전했다.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고통과 아픔은 여전히 이어지겠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짧은 귀에 긴 꼬리."
소녀는 [player name]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한때 상처투성이였던 소녀와 작은 강아지는 이제 훌쩍 자라 있었다. 부서진 세계 속에서 흩어진 영혼을 이어 붙이며,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