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오블리크·재율·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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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크·재율·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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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건 구룡 홍차, 딸기 팬케이크, 치즈 소시지 오믈렛…

거기에 바나나 허니 토스트, 토란 크루아상, 단호박 팬케이크까지. 그리고 또...

음식을 나르던 소녀가 손을 멈추고, 무슨 일이냐는 눈빛으로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달콤한 향을 풍기는 접시들이 어느새 식탁을 가득 채웠다. 막 나온 단호박 팬케이크까지 합치면 벌써 여섯 접시째였다.

지휘관, 그리고 크솔리와 함께 작은 가족을 이룬 며칠 동안, 오블리크의 하녀로서의 신념은 갈수록 투철해졌다. 아침 식사는 점점 풍성해졌고, 때로는 과할 정도였다.

지휘관님, 크솔리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셔야 해요.

멍!

크솔리의 밥그릇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사료가 담겨 있던 그릇은, 이제 작은 산처럼 수북이 쌓인 스튜로 가득 차 있었다.

크솔리는 오블리크의 손에 얼굴을 비비고는, 곧장 머리를 박고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네, 예전에 학대를 당해서 영양 상태가 많이 안 좋았었어요...

임무 중에 사냥한 고기는 식량고에 보충하고, 남은 건 크솔리의 식단을 조절하는 데 쓰고 있어요.

소녀는 두 손으로 식판을 공손히 받쳐 들고, 지휘관을 향해 돌아섰다.

직접 만든 음식은 마음을 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지휘관님께도, 크솔리에게도요.

로프라도스의 사람들은 너무 차가웠고, 정화 부대 동료들은 식사가 필요 없는 구조체들이었죠. 바렐리아 님도 늘 임무로 바쁘셨고요.

정말 오랫동안...

이렇게 누군가를 돌본 적이 없어요. 주인도, 전우도 아닌... 뭔가 더 특별한 감정 같아요.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을 바라보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따스한 빛이 감돌았다.

푸짐한 아침 식사에는 소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은 발걸음이었다.

소녀는 의지와 동경이 섞인 마음을 음식 속에 조심스레 담아냈다. 지휘관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그 마음이 헛되지 않게 받아주는 것이었다.

다행이에요… 몇 가지는 서툴러서 걱정했는데, 실망시켜 드리지 않은 것 같네요.

자신의 요리가 이렇게 환영받을 줄 몰랐는지, 소녀는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멍!

사람과 강아지, 모두 행복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

아... 지휘관님이랑 크솔리의 영양을 챙겨야 한다고 한 게 그만 과했네요.

네.

푸짐한 아침 식사에는 소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은 발걸음이었다.

훈련사가 된 첫날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크솔리는 늘 잔뜩 긴장한 채 우리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

훈련서에서 본 기억이 난다. "보호자"인 내가 [player name] 님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면, 강아지도 그 분위기를 느끼고 긴장을 풀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제안했다. 곁에 조금 더 가까이 가 앉아도 되겠냐고. 그러자 거짓말처럼 크솔리도 우리 옆에 다가와 몸을 뉘었다.

크솔리도 이곳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할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5일째. 주최 측에서 제공한 사료는 입에 대지도 않더니, 내가 만든 음식에는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각 모듈의 기록을 보니, 털에는 윤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팔다리는 여전히 앙상하다. 영양 분배에 문제가 있는 걸까?

지휘관님은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하셨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크솔리는 그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라고.

10일째. 며칠간 크솔리를 데리고 보육 구역을 함께 산책했다.

처음에는 긴장하면서도 들떠 보였다. 사람을 보면 내 등 뒤로 숨고, 다른 개를 만나면 으르렁대며 사납게 짖었다…

간식도, 장난감도, 훈련 지시도...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player name]님이 말씀하셨다. 상처의 회복은 본래 긴 여정이며, 나선처럼 오르내리며 조금씩 나아가는 거라고. 인간도, 구조체도, 그리고 강아지도 모두 똑같다고.

크솔리가 더디게나마 적응하려는 것이 느껴져, 오늘도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렸다.

(겁에 질려 짖는다.)

... 너무 많아. 은 싫어.

찾아오라고 한 향료는 어디 있어? 네놈 코는 장식이야?

(겁에 질려 짖는다.)

저 향신료를 담그려던 을 네놈한테 부어야겠군. 네 코가 뭘 찾아야 하는지 제대로 기억할 수 있게!

끼이잉...

악몽같은 시퍼런 물이 코와 입으로 파고들어 숨통을 조여왔다.

끄으으윽...

숨... 숨을 쉬어야 해. 입을 벌려...

으으으윽!!!

위로,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해!!

첨벙—거친 손이 머리를 짓눌러 다시 물속으로 처박았다.

보육원이 거저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인 줄 알아?! 앞으로 닥칠 극한 임무가 얼마나 많은데, 고작 속에서 숨 참는 걸로 컥컥대? 한심한 놈.

가만이 있어. 계속 버둥대면 아예 확 눌러버릴 거니까!

차가운 어둠이 ""속에서부터 사지를 타고 올라와, 시야 전체를 집어삼켰다.

으으으윽!!!

추워... 너무 추워. 도망쳐야 해, 여기서 도망쳐야 해!!

야!!

추워... 빨리 뛰어야 해! 뒤돌아보면 안 돼! 은 싫어, 은 너무 무서워!

크솔리!!

크솔리?

으으으윽!!!

크솔리!

잡혔어! 또 속에 들어가야 하는 건가?

괜찮아... 이제 괜찮아...

물... 물은 없어. 따뜻한 느낌이야. 이제 춥지 않아.

우린 여기 있어.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푸른 머리의 소녀가 떨고 있는 크솔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회색 옷을 입은 인간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창가에 묵묵히 서 있다가, 망토를 벗어 흠뻑 젖은 녀석의 몸을 덮어 주었다.

...

눈앞의 인간과 소녀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는지, 크솔리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조용히 푸른 머리 소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소녀는 조심스레 크솔리의 이름표를 만졌다.

이런 상황이에요.

크솔리는 과거에 임무 수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물에 처박히는 학대를 당한 적이 있어요. 방금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 같아요.

순간적으로 저희를, 그때 물속으로 밀어 넣었던 사람으로 착각한 거죠.

사실 저도 어릴 적, 보육원에서 특공대 예비 인원으로 비슷한 훈련을 받은 적이 있어요.

푸른 머리 소녀의 시선이 살짝 내려갔다. 전신이 흠뻑 젖은 인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아무 말 없이 곁에 조금 더 바싹 다가앉았다.

지휘관님도, 크솔리도 흠뻑 젖어서, 우선은 이렇게라도 온기를 나눠야 해요.

하지만 이 골목만 벗어나면 사방이 물웅덩이어서… 크솔리가 또 겁을 먹지 않을까 걱정돼요.

...

웅덩이 깊이를 알 수 없어서, 만에 하나 잘못 디뎠다간 위험해요.

제가 앞장서서 살필 테니, 지휘관님은 크솔리를 안고 물에 닿지 않게 해주세요.

오블리크는 혼자서 물웅덩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블리크

네… 알아요.

오블리크

하지만 크솔리는 제게 아주 소중한 동료예요. 꼭 구조견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오블리크는 그렇게 말하며, 혼자서 물웅덩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멍!

지휘관의 품에 안겨 있던 강아지가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멍멍!

녀석은 이내 품을 벗어나, 물 위에 비친 푸른 머리의 실루엣을 향해 달려갔다.

크솔리?

처음에 크솔리는 물웅덩이 가장자리를 맴돌며 망설였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뒤를 돌아보며, 오블리크를 향해 애타게 짖어댔다.

이리 와, 여기로 와.

그녀는 놀란 듯 몸을 돌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동료를 불렀다.

인간도 크솔리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물웅덩이로 발을 내디뎠다.

멍멍멍!!

그 후 약 반 시간 동안, 크솔리는 계속해서 물웅덩이 가장자리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나와 [player name] 님은 계속 쓰다듬어 주며 묵묵히 기다렸다.

동료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동료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거의 체념하려던 순간, 크솔리가 품으로 확 뛰어들었다.

앞발을 떨고 있는 게 느껴져 꽉 안아 주었다… 뜻밖에도 녀석은 스스로 몸을 빼내더니, 우리를 물웅덩이 밖으로 끌어내려 애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웅덩이가 있었다. 크솔리는 여전히 두려워하면서도, 기어코 우리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우려 했다. 그러다 보니, 그게 마치 놀이가 되어버렸다.

뭐가 됐든... 녀석이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한 건,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일이었다.

며칠 뒤면 모의 테스트가 시작된다. 부디 모든 게 순조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