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제타비·파효·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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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타비·파효·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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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끝없는 정적을 꿰뚫고 들어와, 의식을 찢어내는 듯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지휘관은 몸을 짓누르던 무거운 잔해들을 밀어내고,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몽롱한 상태로 바라본 눈앞의 광경은 현실과 허상이 뒤섞인 듯했다.

이내 거대한 실내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에 빼곡하게 늘어선 책상에는 각종 전자장비가 놓여있었다.

아무리 두 눈을 비벼봐도, 눈앞의 세계는 *기이하고* *왜곡된* 필터가 씌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멀리서 잠꼬대하듯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지휘관은 긴 테이블을 엄폐물로 삼아 재빨리 몸을 숨긴 뒤, 소리가 나는 쪽을 주시했다.

이렇게 <size=45>늦었는데</size>, 아직도 <size=45><color=#ff4e4eff>야근</color></size>이나 하는 거야?

선, 선배님도 계셨군요. 전 Forever25 선배님이 맡겨주신 교환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주말 출근은 좀 그렇지만, 못 끝내면 선배님들이 다른 분께 부탁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죄송해요.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 금방 끝내고 퇴근할게요.

그 섬뜩한 중얼거림은 불쾌감을 자아냈다. 지휘관은 처음 듣는 언어였지만, 그 말들의 *의미*가 계속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size=45>그래서, 교환 프로그램은 <color=#ff4e4eff>끝났어</color>?</size>

다, 다 끝났어요. Forever25 선배님이 게임에 진입해서 데이터 집합체를 가져오셨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데이터 정보가 함께 반환된 것 같아요.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확인 중이에요.

<size=45><b>그러니까, 우리가 마침내 <color=#ff4e4eff>게임과 현실</color>을 연결할 수 있게 된 거야?</b></size>

네, 이걸 한번 봐주세요. 헤드폰을 착용하고,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만 하면 돼요. 아주 간단하죠. 몇 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다우닝가 99번지의 망령을 참고한 거예요. 아, 또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죄송해요.

폭우처럼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정보가 지휘관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지휘관은 다시 몸을 움츠리고, 뒤엉킨 정보를 머릿속에서 정리하려 했다.

바로 그때, 지휘관은 문득 손목의 커플 팔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비에쨩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삼차원 바이러스(45%)<<<<< >>>>>[임무 보상] 현실 전송 포털 개방<<<<<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의 정화 수치는 계속 감소했으며, 이는 지휘관과 비에쨩이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이를 통해, 지휘관은 자신이 여전히 "화이트 박스"의 게임 세계에 있으며, *귀신 그림자*에 의해 지금 이곳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지휘관은 조금 전 *귀신 그림자*가 나눈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나 들려온 단어들로 추측해 보면, 그들 앞에 있는 장비로 이 시설을 벗어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 전에 가능한 한 빨리 비에쨩을 찾아야 했다.

조심히 움직여야겠어.

윽... 콜록콜록!

작별의 순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녀의 눈앞에 낯선 세계가 펼쳐졌다.

칠흑 같은 회색빛이 감옥처럼 사방을 에워싸며, 비에쨩의 숨통을 조여왔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인 거야?

너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시작점이야.

익숙한 *그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녀도 상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쳇!

이 가증스러운 괴물 앞에서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무기를 들었다.

악의는 없으니 진정해... <color=#ff4e4eff>제타비</color>.

?

익숙한 이름이 날카로운 쐐기처럼 머릿속에 박혀, 그녀를 얼어붙게 했다.

그녀는 천천히 총구를 내리며, 멍한 눈빛으로 서서 상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난 Forever25라고 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는 너를 창조한 <b>게임 각본가</b>야.

믿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빨리 이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해. <color=#ff4e4eff>제타비</color>, 넌 우리가 만든 게임 캐릭터야.

뭐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의 마음속은 짙은 혼돈의 안개로 뒤덮였다.

내 신분을 증명할 수단은 많아. 넌 영리하니까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

Forever25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방이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벽면에는 무수한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만 남아있었다.

그 이미지 속의 인물들은 모두 <phonetic=자신>제타비</phonetic>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놀고 있는 <phonetic=제타비>비에쨩</phonetic>, 노래하는 <phonetic=제타비>비에쨩</phonetic>...

뭔가를 때려 부수는 <phonetic=제타비>비에쨩</phonetic>, 뭔가를 창조하는 <phonetic=제타비>비에쨩</phonetic>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억 속의 모든 장면이 사진이 되어, 이 감옥을 장식하는 전시물이 되었다.

너의 생명과 기억은 우리가 창조하고 포장한 결과물이야.

네가 경험한 모든 게 우리가 계획한 <color=#ff4e4eff>이야기</color>라는 거지.

...

불안과 당혹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비에쨩은 평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가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리는 수많은 <color=#ff4e4eff>게임</color>과 <color=#ff4e4eff>캐릭터</color>를 창조했어. 너도 그중 하나인 거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면밀한 검토와 협의 끝에 네가 있는 그 게임은 상업적 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

그래서, 나는 너의 세계에 회수 협정을 가동해서 삭제 및 회수를 진행했지. 네가 알고 있는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가 바로 그거야.

그래서... 네가 모두를 힘들게 한 진짜 원흉이야?

너를 현실로 불러들인 건, 네 행동이 우리의 설계를 벗어나, 회수 작업을 크게 방해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네 곁에 있는 <color=#ff4e4eff>[player name]</color>(이)가 변수로 작용하여, 너를 잘못된 스토리 라인으로 이끌었다고 봐.

<M>그</M><W>그녀</W>와 떨어지게 된 순간이 번뜩 떠오른 비에쨩<//제타비>은 가슴이 옥죄어와 숨조차 제대로 내쉬기 힘들어졌다.

레이븐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진정해. 나는 <color=#ff4e4eff>[player name]</color>(을)를 해칠 생각이 없어. <M>그</M><W>그녀</W>는 아직도 너의 세계에 있을 테고, 우리의 대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네 캐릭터 설정은 정말 매력적이야. 비록 네가 있던 세계는 가치가 없어졌지만, 너는 여전히 우리에게 쓸모가 있어.

그래서 나는 제타비 네게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

Forever25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며,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했다.

나는 너의 기억을 보존해서, 다음 게임의 여자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이야.

<color=#ff4e4eff>[player name]</color>(은)는 기억을 포맷한 후, 영원히 네 곁에 남게 해줄게.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내가 만든 시나리오를 따르고 저항을 멈춰야 해. 또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우리에게 협조해.

...

비에쨩<//제타비>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았다.

이것은 요청이 아니라, 조물주가 베푸는 자비였다.

네가 원한다면, 모든 NPC를 보존해서 너와 함께 새로운 게임에 넣어줄 수도 있어.

네가 이 제안을 거절할 만한 이유는 없어.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조건이 최선이야.

비에쨩<//제타비>은 자신의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저항을 선택한다면, 상대는 비에쨩의 상상을 넘어서는 방법들로 그녀의 세계를 산산조각 낼 것이었다.

설령 이곳을 빠져나간다 해도, 혼자의 힘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어.

상대방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레이븐이 비에쨩의 곁에 남은 채, 게임 각본가의 계획에 따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비에쨩은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 그 대가는 자신과 관련 없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뿐이었다.

득과 실을 냉정하게 따져본 순간, 결론이 뚜렷이 뚜렷해졌다.

...

탕...

그 순간, 총구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총알이 Forever25의 몸을 관통했다.

뭣...

혹하는 조건이긴 하지만...

자비를 베푸는 듯한 선택지는 필요 없어.

그때, 붉은색 액체가 뿜어져 나와 벽에 걸린 이야기들에 흩뿌려지면서, 비에쨩을 구속하던 족쇄가 끊어졌다.

비에쨩<//제타비>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엄청 대단한 줄 알았는데, 한 방에 쓰러지는 조무래기였네.

쿵...

그 동시에, 굳게 잠긴 문이 요란하게 열리더니, 눈 부신 빛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와 회색 감옥을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레이븐?!

소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잠깐의 침묵 뒤, 비에쨩은 눈앞의 익숙한 실루엣을 알아보고 벅찬 마음으로 달려가 안겼다.

네가 왜 여기에...? 나를 못 찾을 줄 알았어.

지휘관의 팔찌를 본 비에쨩이 손목을 들어 올렸다. 그 작은 전자 스크린에는 두 개의 빛나는 신호가 포개져 있었다.

그들이 널 어떻게 하진 않았지? 다친 데는 없어?

갑자기 중요한 뭔가가 떠오른 듯, 비에쨩은 지휘관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살펴봤다.

다행이야.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진짜 이 세계를 박살 내려 했다고!

비에쨩은 여전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진짜? 나는 방금까지도 우리가 영원히 이곳을 떠돌지는 않을까 걱정했어.

그 말을 듣자, 소녀는 잔뜩 기대한 표정과 함께 무기를 치켜들었다.

아~! 알겠어. 레이븐이 말하려는 건...

우리 같이 이곳을 박살 내자는 거지?

하아. 나는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거야. 나는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거야. 나는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거야.

나는 일벌레가 아니라고. 단지 해고가 두려울 뿐이야. 키우는 고양이도 있고, 이루고 싶은 꿈도 있어. 부모님께 혼나기도 싫어서 그런 거란 말이야... 진짜로 일벌레 같은 게 아니야.

쾅!

어?

<size=45>콰광!</size>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하하! 불타올라라!

비에쨩이 기계실을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빗발치는 붉은 광선이 사방에서 폭발하며 방 전체를 불태웠다.

겨우 이거로? 안 돼, 저 녀석들에게 날 건든 결과를 확실히 보여줘야 해.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지 마! 네가 뭔데 남의 인생을 정하려는 거냐고!

수많은 레이저가 콘크리트 벽을 관통하며,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을 일으켰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불붙은 종이들이 날아다니는 가운데, 귀를 찌르는 경보기가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후... 이제야 속이 후련하네~

레이븐, 이제 집에 가서 축하 라이브 방송이나 하자!

지휘관과 비에쨩은 모든 *귀신 그림자*가 소방 통로를 통해 떠난 것을 확인한 후, 교환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관련 장비를 연결했다.

물론이지, 저쪽에 있는 모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엔터 키를 누르자, 넓은 스크린에 프로그램 실행 카운트다운이 나타났다.

5

아, 맞아! 이별 기념으로 작은 선물을 더 줄게!

그 말과 동시에 비에쨩이 꼬리를 컴퓨터에 연결하자, 건물 내 수백 대의 전자기기가 일제히 빛을 뿜어냈다.

4

시스템 포맷 자폭 프로그램... 가동~!

3

그 순간, 자폭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눈앞의 컴퓨터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에서 탁탁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2

이 세계에 더는 야근이 없길 바랄게!

1

비에쨩이 살며시 다가와, 화려한 불꽃놀이 속에서 지휘관의 손을 꼭 잡았다.

안녕!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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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he sense of the world must lie outside the world.</i>

<i>Ludwig Wittgenstein.</i>

Viedolls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