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제타비·파효·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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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타비·파효·그중 여섯

희미한 네온 불빛이 어두운 방 안에 모인 여섯 회의 참석자의 윤곽을 어렴풋이 드러냈다.

그 정신 나간 소녀가 돌아왔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상석에 앉은 남자가 두 손을 모아 입 앞에 댄 채, 긴장감을 억누르며 엄숙하게 비관적인 전세를 설명했다.

연중무휴, 16시간 근무제를 선언한 후, 사람들은 빠르게 현 상황을 받아들였고, 각지의 저항 세력도 진압됐습니다. 이제 지구는 우리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

그녀만 제거하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 자본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도래할 것입니다.

해군이 제일 먼저 재편성을 마쳤습니다. 인근 군사 구역에 항공모함 전투단 3개가 출항 중입니다.

우리는 약 80%의 열핵폭탄 기지를 재가동했으며, 모든 기지가 최종 발사 절차에 들어가 작전 대기 중입니다.

"최종 병기"를 가동할까요?

테스트는 완료했나요?

물론이죠~ 이 늙은이가 오타쿠인 척하며 숨어 지낸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답니다~

"최종 병기"를 가동하겠습니다! 세계를 지키는 옛 질서와 과거의 영광을 위해!

세계를 지키는 옛 질서와 과거의 영광을 위해!

>>>>>[임무 목표] 정화 대상: 삼차원 바이러스(5%)<<<<< >>>>>[임무 보상] 현실 전송 포털 개방<<<<<

지휘관과 비에쨩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이미 혼돈에 빠져있었다.

짙은 안개가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어둠 속에서 불빛이 깜박였다. 도시는 폐허가 되어, 초고층빌딩들이 밑동만 남은 나무처럼 무너져 있었다.

깊은 밤중에 총성과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세상을 뒤흔들었다.

큰일이야! 두 세계가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이쪽은 벌써 며칠이나 지나버렸어.

비에쨩이 놀란 얼굴로 지휘관에게 단말기를 들이밀었다. 그 화면에는 "대장 며칠째 실종, 전 세계 군사 비상사태 돌입"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의 영향이 이미 행성 전체에 퍼졌어... 나쁜 "어른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이런 소동을 벌일 줄이야...

진작에 그들을 한곳에 모아서 달에 있는 농장으로 보내버려야 했어!

우리가 한 번 박살 냈던 녀석들이잖아! 몇 번이고 다시 온다 해도 비에쨩과 레이븐이 함께라면, 전부 쓸어버릴 수 있을 거야!

그때, 하늘 저편에서 바람을 가르는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왔다.

무장 헬리콥터 편대가 고도를 낮추며, 전장을 가로질러 둘이 있는 옥상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것이었다.

레이븐, 이제 방송할 시간이야.

비에쨩은 코앞의 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말기에 표시된 현재 시각... 18:56 PM을 가리켰다.

내가 반드시 보게 만들 거야.

비에쨩의 손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무기가 마이크로 바뀌면서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를 웃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게!

잊었어? 난 인터넷을 지배하는 아이돌이야.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 바로 내 무대라고!

방송 시작하면, 레이븐이 내 무대를 잘 지켜줄 거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에쨩이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비밀~ 서프라이즈는 무대에서 공개할 거야.

곧이어 수많은 헬리콥터의 탐조등이 일제히 켜지며, 순식간에 옥상 전체가 현란한 빛 속에 드러났다.

무장 헬리콥터

움직이지 마라.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됐다.

무장 헬리콥터

저항을 멈추고 즉시 투항해라. 너희들은 도망칠 곳이 없다.

회전하는 날개에서 일어난 강풍이 비에쨩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그러나 비에쨩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가수가 마지막 각오를 다지는 것처럼 지휘관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의 계약대로, 레이븐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 곁을 지켜줄 거지?

설령... 세상을 적으로 돌려야 해도?

마지막 순간, 비에쨩은 지휘관의 손을 꽉 잡으며 윙크를 했다.

레이븐! 운명을 뒤바꿀 카운트다운, 준비됐어?

곧이어 비에쨩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서버 위로 깡충깡충 뛰어 올라갔다.

이건 대장의 데뷔 공연이야. 레이븐과 나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바치는 노래 방송을 시작할게!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서 비에쨩이 꼬리를 치켜들어, 전 인류의 네트워크 데이터가 집결된 서버에 접속했다.

그 순간, 서버에 있는 수천 개의 전기 신호 표시등이 켜지며, 일제히 분홍빛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Bonllo~ 대장 강림!

조금 장난스러운 개막 인사가 소녀가 서 있는 옥상에서 퍼져나갔다.

잠시 후, 도시, 대륙, 행성의 곳곳에 그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같은 시각, 지구 대부분 지역.

빈자리 하나 없는 한밤중의 사무동 안에는 폭우의 빗소리 같은 타자음이 넓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최선을 다해... 분투해서... 성공해야 해...

모니터의 차가운 빛이 지친 표정들 위로 쏟아졌다. 그들은 녹초가 되어서도 끝없는 업무와 힘겨운 사투를 이어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사람들은 꿈과 취미를 추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본의 전차에 묶여,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아야 했다.

탁...

순간, 세상의 모든 빛이 꺼졌다.

노동자

!!!

그들은 귀중한 것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울부짖으면서 키보드를 내리쳤다.

노동자

일해야 해!

노동자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일해야 해!!!

아아, 마이크 테스트. 다들 내 목소리 잘 들려?

?!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긴 밤을 가르는 새벽빛처럼,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의 영혼을 불러 모으는 듯했다.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다들 대장의 첫 글로벌 라이브 방송을 지켜봐 줘!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모두에게 전할 말이 있어!

수십억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소녀는 목청을 가다듬고 가슴속에 품어왔던 말을 외쳤다.

다들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무감각해진 것 같아!

늘 남과 비교하는 게 습관이 된 거 같기도 해!

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두 눈을 가리기도 했지?

비에쨩은 마이크를 꽉 쥐며, 목소리를 점점 높여갔다.

안돼!

삶은 절대 타협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고개를 숙일 필요도, 원치 않는 일을 강요받을 이유도 없어!

무장 헬리콥터

당장 그 정신 나간 행동을 멈춰!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파일럿이 공대지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가동하여, 옥상을 조준하였다.

반면에 무대 위의 소녀는 이 모든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휘관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가 너희를 괴롭히면, 그냥 때려눕혀 버려! 세상이 너를 슬프게 한다면, 그냥 세상을 부숴버리는 거야!

다들 마음속에 분명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겠지.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드는 그 감정들 말이야!

그런 잡념들은 모두 떨쳐버려! 함께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의 감옥을 박차고 나가, 다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거야!

비에쨩의 말과 함께, 도시를 뒤덮었던 짙은 연기가 걷히며, 별빛처럼 반짝이는 분홍빛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수백만, 수천만 개의 전자기기가 일제히 오버클럭 되어, 무대 위 아이돌의 두 눈과 함께 분홍빛 광휘를 뿜어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절대 실망하지 않아!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작별하지 않아!

세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용기만 있다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청춘과 행복이 네게 나타날 거야!

이제, 비에쨩의 데뷔곡을 들어 줘.

VIE·KO·ROCK!!

이내 강렬한 전주와 함께, 익숙한 선율이 온 세상에 전해졌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18%)<<<<<

온 인류의 시선이 소녀에게로 모여들며, 모두가 세상을 불사를 노래에 빠져들었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28%)<<<<<

그 순간, 무장 헬리콥터 편대가 일제히 발사한 십여 발의 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귀청 찢는 굉음과 함께 날아왔다.

그러나 몇 미터 채 되지 않아, 모든 미사일이 추진력을 잃고 허공에 멈춰버리더니, 이내 수많은 조각으로 분해되었다.

그 많은 강철 조각은 소용돌이가 되어 지휘관 주위를 맴돌았다. 그 후, 조각들은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하나둘 자리를 찾아가며, 이내 낯익은 전투 갑옷으로 다시 재구성되었다.

저건 레이븐과 비에쨩이 함께 적군 본부를 돌파한 사진이야. 난 그때 적들에게 이 사진을 넘기지 않으면, 기지 두 개를 더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었지.

"뭐라고?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우리를 전부 날려버리겠다고?"… 하하하, 그때 걔네의 표정이 기억나?

이에 지휘관은 문득 얼마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세계의 역사 속에서 지휘관은 분명 이와 비슷한 갑옷을 입고, 비에쨩과 함께 "어른들"을 물리쳤었다.

복잡한 조작 패널이 시야에 들어왔다. 게다가 어째선지 지휘관은 모든 기능의 사용법을 완벽히 알고 있었다.

무장 헬리콥터

브라보 중대 전원에게 전파한다! 교전 수칙 변경, 자유 사격 허가!!

그 순간, 십여 문의 기관포가 동시에 지휘관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내 작열하는 탄막이 불길처럼 휘몰아치며, 밤하늘을 붉게 수놓았다.

그 후,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다용도 총을 들어, 하늘을 뒤덮은 탄막에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HQ, 여기는 브라보1, 현재 목표물에 대한 화력 제압 중, 목표물은...

그때, 조종사가 고개를 들자, 눈앞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만화 캐릭터로 뒤덮였다.

Bonllo~! 이제 네 차례야~!

으악! 이게 뭐야?!

HQ, 여, 여기는 브라보1! 총...

총알이 전부 폭죽으로 변했습니다!!!

터져 나오는 찬란한 불꽃들이 하늘을 화려한 색채로 물들여, 오늘 밤의 성대한 공연을 장식했다.

모든 무기가 무력화되자, 헬리콥터 편대는 어쩔 수 없이 고도를 높여 황급히 후퇴했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52%)<<<<<

소녀의 신나는 노랫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던 그때, 바이러스의 정화 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쾅!

바로 그 순간,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대지가 흔들리며, 건물이 불길한 소리와 함께 휘청거렸다.

옥상 가장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지층을 뚫고 나오려는 듯, 땅이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크아!!

천지를 흔드는 굉음과 함께, 기계 드래곤이 지면을 박차고 솟구쳐, 옥상의 가장자리를 부숴버리고는 창공으로 치솟았다.

속이 뒤집히는 무중력 상태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지휘관은 예측 못한 기습에 대응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지휘관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렇게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굴러떨어지는 와중에, 차가운 무언가가 지휘관을 받아주었다.

순간 고공의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와 눈을 떠보니, 사람의 손가락처럼 생긴 철근 더미 다섯 개가 보였다.

이에 지휘관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폐허의 고철로 만들어진 분홍색 강철 거인이 눈에 들어왔다.

70미터가 넘는 거대한 창조물이 우뚝 서 있는 그 광경은 마치 특수촬영물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았다.

강철 거인의 가슴에는 수많은 스크린이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며, 비에쨩의 실시간 방송 화면이 재생됐다.

크르릉...

한편, 다시 지상에 내려온 드래곤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비에쨩이 있는 옥상을 향해 돌진했다.

!

강철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와 노랫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거인은 자세를 갖추고 기계 드래곤 앞을 가로막았다.

쾅!

곧이어 강철이 서로 충돌하는 굉음과 함께, 거인이 몸을 틀어 한 손으로 용의 목을 틀어잡았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92%)<<<<<

왠지 모르게 지휘관은 이 터무니없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가슴속에서 끓어올랐다.

!

이에 강철 거인은 지휘관의 명령에 반응하듯, 관절 부분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아 드래곤을 땅바닥에 처박았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96%)<<<<<

그러자 기계 드래곤은 최후의 발악으로 몸을 뒤집어, 옥상의 비에쨩을 향해 입을 벌렸고, 그 입안에서 거대한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98%)<<<<<

그렇게 푸른 입자들이 드래곤의 입안에 모이던 위기의 순간, 공중에 뛰어오른 거인이 드래곤을 내리찍었다.

<color=#ff4e4eff>- WARNING - 핵융합 공격 감지</color>

크르릉!!!

>>>>>[임무 목표] 정화 대상: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99%)<<<<<

거인의 강력한 펀치가 용을 내려치는 순간, 드래곤의 입에서 꽃과 사탕이 쏟아져 나왔다.

하늘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초봄의 가랑비처럼 새로운 세계에 쏟아져 내렸다.

>>>>>[임무 완료] 정화 대상: 삼차원 바이러스(100%)<<<<< >>>>>[보상 수령 중] 현실 전송 포털 개방<<<<<

단말기의 알림음이 울리고, 열정 넘치는 노랫소리와 함께 눈 부신 빛이 지휘관을 감싸안았다.

VI, 클리어 축하해. 그 안에서 재밌게 즐겼어?

화이트 박스... 이건 내가 음반 가게에서 찾아낸 소형 컴퓨터야. 애초에 로봇 의식 모델에 현실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거고.

이상 데이터 스트림이 있긴 하지만, 가게 점원 말로는 그것도 나름 신기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했어.

너라면 분명 이 안에서 즐거운 일들을 많이 겪었겠지.

아무튼, VI...

생일 축하해.

???

달링! 일 어 나!

어슴푸레한 어둠 속, 귓가에 장난기 어린 부름이 다시 들려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지휘관은 어두운 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제타비?

이렇게 깊이 잠들다니,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아기 같네.

익숙한 대사와 얼굴에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현란한 옷을 입지도, 억지로 음료를 먹이지도 않았다.

제타비?

레이븐! 일어났네! 슈퍼 지구에 온 걸 환영해!

익숙한 호칭과 단어에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조여왔다.

풉...

하하하하. 그 표정은 뭐야!

그녀는 배를 움켜잡고 웃으며, 짓궂은 장난의 성공을 또 한 번 만끽했다.

걱정 마. 우리는 현실로 돌아왔어! 난 진짜 제타비라고!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볼래?

제타비가 말을 이어가며,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어때? 거짓말 아니지? 촉감도 정말 진짜 같지?

야! 뭐 하는 거야! 좀 살살해!

눈앞의 광경은 화이트 박스에 들어가기 전과 똑같았다. 이것으로 보아 지휘관은 정말 현실로 돌아온 듯했다.

그러나 아직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지휘관의 의문에 제타비는 고개를 들고, 골똘히 생각하는 척했다.

그러니까... 너랑 같이 헬스장에 가고, 스티커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너랑 같이 "삼차원 세계"를 박살 낸 후, 다 같이 노래하고 춤추면서 지구를 구했던 거?

제타비는 자신이 직접 겪어본 것처럼, 그 기이한 모험을 곱씹어보았다.

후, 제타비랑 데이트해 보려고 애썼어. 하늘이 선택한 자~

비에쨩은 제타비, 제타비는 바로 비에쨩인 거지!

지휘관이 걱정하는 걸 눈치챘는지, 제타비가 먼저 대답을 내놓았다.

전에 화이트 박스 내부에 문제가 좀 생겨서, 내 기억이 차단됐었어. 다행히도 우리가 한바탕 난리를 친 뒤에는 완전히 고쳐져 제한이 풀렸지.

아무튼, 지금의 나는 대천사와 소악마의 힘이 합쳐진 완전체 제타비야~!

제타비가 화이트 박스를 가볍게 흔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선언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우리 자주 여기 와서 놀자. 난 계속 대장 역할을 하고, 넌 레이븐을 하는 거야~

앞으로는 여기가 우리 둘만의 비밀 기지야. 이 제타비님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소중히 여기도록 해?

[player name], 제타비랑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준비 됐어?

아니, 벌써 지치면 어떡해~ 제타비님의 위대한 모험은 이제 시작이라고!

아찔했던 그 전자 세계의 모험은 현실에서 몇 초에 불과했다.

제타비는 단말기로 지도를 열어, 다음 여정의 종착점을 찾았다.

이번엔 어디로 가 볼까나... 경비 서는 기계체들을 골탕 먹일까? 아니면 정화 부대의 그 쌀쌀맞은 요원들로 변장해 볼까?

제타비는 엉뚱한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제멋대로면서도 당당하게 다음 장난의 대상을 골랐다.

음... 아니면, 아예 공중 정원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서, 진짜 아이돌 생활을 시작하는 건 어때?

제타비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며, 온 세상이 자신의 무대인 것처럼 행동했다.

아냐,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놀러 다니자!

"즐거움을 찾으러 와, 그를 얻고 돌아간다." 제타비에게는 메모 따위 필요 없었고, 불변의 규칙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었다.

행복한 영혼은 이미 웃음소리가 가득한 곳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제타비의 바람은 웃는 법을 잊은 곳에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사라진 행복을 되찾아주는 것이었다.

세상에 맞서야 하는 운명이었지만, 제타비는 단 한 순간도 외로워하지 않았다.

아무리 짓궂은 장난을 쳐도, 언제나 한 사람이 제타비의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참, [player name]. "제타비"의 진짜 의미를 알아?

Je t'aime이야! Je t'aime!

덕분에 내가 이 이름을 되찾았으니까...

소녀가 해맑게 웃으며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이걸 선물로 줄게~!

둘은 동시에 발걸음을 내디디며, 현실이라는 여정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세상은 때로 잔혹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혼 깊숙한 곳의 노랫소리는 언제나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도 사랑과 기적의 마법이 깃들어 있기에, 거창한 이치 따위는 필요 없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절대 실망하지 않아.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작별하지 않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절대 실망하지 않아.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작별하지 않아

세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용기만 있다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청춘과 행복이 네게 나타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