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휴게실
슈퍼 지구
22:18PM
건배!
유리잔이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 후, 둘은 승리의 축배(사실은 저당 무알코올 건강 음료다!)를 단숨에 비웠다.
모두 번화가 탐방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 몰랐네. 오늘 방송도 대성공이야! 레이븐도 고생했어.
말도 예쁘게 하네. 비에쨩 기분 좋아졌어.
오늘 밤은 어떤 보상을 줘야 할까나?
비에쨩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떤 보물을 줄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아, 그게 좋겠어.
비에쨩은 손가락을 튕긴 뒤, 지휘관의 손을 잡고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들어봤어?
여기는 그거보다 훨씬 재밌어. 600억 마리의 전자 고양이가 동시에 코를 고는 곳이지!
경첩 소리와 함께 철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그 틈으로 불어온 저녁 바람에 비에쨩의 곱슬곱슬한 머리칼이 살랑거렸다.
그에 이어, 넓은 옥상과 잠든 것 같은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별빛과 달빛 아래, 수많은 광케이블이 바위를 타고 올라가, 거대한 타워형 서버에 이어져 있었다.
적막 속에서 서버 부품들은 빛났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이는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만 같았다.
저녁 바람에 치마가 검은 파도처럼 나부끼던 비에쨩은 뒷짐을 지고,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전세계의 모든 전자 장비와 연결되어 있어. 모든 정보와 데이터가 여기로 모여, 대장의 보호와 감시를 받지.
비에쨩이 말을 이어가면서, 옥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물론 아니지. 귀찮은 잡무 관리는 질색이라 기술적인 문제는 보통 "너"에게 맡겼잖아.
비에쨩은 고개를 돌려 지휘관을 보며, 비어 있는 옆자리를 툭툭 쳤다.
지휘관이 천천히 가장자리로 다가가자, 작은 거리들이 하나씩 시야에 들어왔다.
지휘관의 발밑에는 어둠에 잠긴 세상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비에쨩의 말이 끝나자마자, 꼬리가 지휘관을 휘감아 옆으로 끌어당겼다.
비에쨩은 두 팔로 오른쪽 무릎을 끌어안고는 조용히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밤바람이 불어와, 비에쨩의 긴 머리카락이 은빛 실처럼 공중에서 춤을 추었다.
...
이어서 비에쨩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226|153|170}~{226|153|170}~
잔잔한 노랫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져, 야심한 밤의 짧은 침묵을 깨뜨렸다.
그때, 단말기에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나오더니, 비에쨩의 노랫소리에 맞춰 반주가 울렸다.
비에쨩은 눈을 감고, 은은히 내리는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자신의 영혼이 담긴 선율을 지휘관에게 전했다.
그윽한 선율이 청량한 밤바람을 따라 흘러가며, 고요에 취해 잠든 도시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 순간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분홍빛 눈동자와 다시 마주쳤을 때, 지휘관은 그제야 노래가 끝났음을 깨달았다.
바보, 왜 멍하니 있는 거야. 듣다가 넋을 놓았어? 너의 심장소리도 여기까지 들린다고.
비에쨩의 잔잔한 목소리는 아직도 노래의 분위기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즉흥적으로 작곡한 노래인데, 어때?
이 노래를 내 공식 데뷔곡으로 정하려고 해. 내일 밤 라이브에서 공개할 생각이야.
음...
비에쨩은 입을 삐죽 내밀며, 심술부리듯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면 레이븐이 생각하는 비에쨩의 "캐릭터 설정"은 어떤 모습이야?
비에쨩이 기대감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살며시 내밀었다.
왠지 모를 강렬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만약 다음 대답이 비에쨩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녀는 지휘관을 공중에 매달아 괴롭힐 것만 같았다.
소악마... 난 이 칭호가 마음에 들어. 그러면 너는 악마와 계약한 마법 레이븐인 건가?
순간, 비에쨩은 얼굴이 후끈거리며, 볼이 붉게 물들었다.
헤헤~ 너를 슈퍼 지구 1호 칭찬 대신으로 임명할게. 앞으로는 매일 비에쨩을 칭찬하도록 해.
레이븐?
앞으로 5분 동안, 지휘관은 찬 바람 속에서 이 선택지를 고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곧이어 지휘관의 말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지휘관의 대답을 들은 후, 비에쨩은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어두운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 흐른 뒤, 비에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 보니 네 말도 일리 있어. 이 노래는 좀 평범한 것 같아. 내 "색깔"이 하나도 없잖아.
왜 자신도 모르게 이 멜로디를 부른 거지?
비에쨩이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레이븐이 옆에서 뚫어지게 쳐다봐서 작곡에 집중하지 못한 거야. 맞아 다 레이븐 때문이야!
괜찮아. 공식 곡은 방금 걸 바탕으로 다듬을 거야. 다시 한번 창작의 나라를 펼쳐서, "비에쨩 색깔"의 록 음악으로 편곡해 볼게.
당연하지. 나한테 작사나 작곡은 식은 죽 먹기라고.
그때, 비에쨩이 꼬리를 흔들더니, 지휘관의 단말기에서 갑자기 다른 스타일의 반주가 재생되었다.
이 며칠 동안, 비에쨩은 지휘관에게 비슷한 능력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이 "화이트 박스" 세계에서 비에쨩은 모든 전자 장비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데이터를 덮어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제어? 네가 말하는 건...
비에쨩이 꼬리를 다시 흔들자, 옥상의 서버에서 비에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곧이어, 멀리 있는 빌딩의 LED 광고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면서, 수십 미터짜리의 거대한 스크린에 비에쨩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나타났다.
아니면... 이렇게?
몰라. 비에쨩은 처음부터 전자 세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그리고 그것들을 다양하게 바꿀 수도 있지.
이 힘이 있어서 나는 그 귀찮은 "어른들"을 물리치고, 전쟁과 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었던 거야.
비에쨩은 잠시 침묵하더니, 지휘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븐, 너 사실... 나한테 숨기는 비밀 있지?
비에쨩은 지휘관의 생각을 읽은 듯, 더 이상 마음속 의심을 숨기지 않고, 그 질문을 던졌다.
레이븐은 사실 기억을 잃은 게 아니지?
그때, 옆에 놓인 단말기의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계속 어물쩍하게 넘어가려 하지 마. 나는 이곳에서도 네 과거와 실제 목소리가 다 들려.
[player name], 넌 대체 어디에서 온 거야?
지휘관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비에쨩은 진실한 답변을 듣고 싶어 했다.
현실? 그럼, 네가 전에 말한 "제타비"는...
...
비에쨩은 멀리 있는 도시로 시선을 돌리며, 지휘관의 대답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현실은... 어떤 곳이야?
여기서 더 나빠질 수 있어? "어른들"이 아직도 세계를 통제하면서, 모두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기라도 하는 거야?
아니면, 인간들은 어떤 시시한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서로 싸우고 있나?
퍼니싱...
비에쨩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그 엉망진창인 세계으로 돌아가고 싶어?
… 바보.
현실이라는 곳이 그렇게 끔찍하다면, 그냥 여기에 영원히 머물면 되지 않나?
비에쨩이 손을 뻗어, 저 멀리 보이는 어두운 도시를 가리켰다.
그때, 치지직 소리와 함께, 비에쨩이 가리킨 광활한 구역이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이는 마치 밤하늘 아래 밝게 빛나는 촛불 같았다.
여긴 전쟁도, "어른들"의 권력 다툼도 없어. 모두가 자유롭게 취미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
이어서 비에쨩이 팔을 살짝 움직이자, 건물들이 하나둘씩 빛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에 비에쨩이 깨워주고, 같이 쇼핑하러 다니면서, 디저트도 먹고 신나게 게임도 하는 거야.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같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모두와 이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는 거지.
한밤중, 불과 십여 초 만에 비에쨩은 영원히 잠들지도 깨어나지도 않는 환상을 만들어냈다.
이런 세상도 괜찮지 않아? 나는 네가 마음대로 떠나게 두지 않을 거야.
우리 둘만 있다면, <color=#ff4e4eff>삼차원</color> 바이러스는 언젠가 제거될 거고, 그때가 되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저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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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그림자*가 뒤에서 나타나 곧장 달려들었다.
레이븐, 조심해!
비에쨩이 지휘관을 밀쳐냈고, 그 동시에 지휘관은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내, *귀신 그림자*의 머리에 총알을 퍼부었다.
탕! 탕! 탕!
여러 발의 총알이 날아갔으나, *귀신 그림자*에 닿는 순간 모든 탄환이 마치 물속으로 들어가듯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전투가 정적에 잠겼다. 그 칠흑 같은 노이즈로 이루어진 *귀신 그림자*의 피부는 마치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지휘관의 공격을 완전히 무시하더니, 옆에 있는 비에쨩을 향해 꿈틀거리며 다가갔다.
이 못생긴 게!
비에쨩의 손바닥에 무수한 입자들이 빛줄기처럼 모여, 제타비의 전용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비에쨩은 절도있게 총구를 들어, 눈앞에 있는 *귀신 그림자*를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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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에쨩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귀신 그림자*가 먼저 새까만 피가 묻은 검은 입을 크게 벌려 공격해 왔다.
서걱.
그 순간, 비에쨩의 팔이 잘려 나가며, 픽셀처럼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윽... 레이븐!
빛나는 거품이 서서히 부풀어 올라, 점점 소녀와 *귀신 그림자*의 형체를 잠식했다.
지휘관은 일그러지고 처절한 빛줄기 속으로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비에쨩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날카로운 통증이 온몸을 휘감으며, 보이지 않는 힘이 지휘관을 쫓아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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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에쨩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손끝에 남아있던 마지막 온기마저 사라졌다.
주변의 색채가 하나둘 옅어지고...
모든 감각이 서서히 무뎌져 갔다.
정신이 육체를 벗어나,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레이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