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 일 어 나!
다음 날 아침, 지휘관은 어제와 같은 시끄럽지만 다정한 "모닝콜 서비스"를 또 경험했다.
지휘관은 비에쨩이 준비한 "영양 아침 음료"를 한 모금 머금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포근한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켰다.
와... 레이븐, 이거 봐. 인터넷이 어젯밤 내 방송으로 도배됐어.
비에쨩은 게이밍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책상에 발을 올리고 밝은 얼굴로 단말기를 확인했다.
"비에쨩은 진짜 프로 댄서 같아" 헤헤, 보는 눈이 있네. 좋아요 눌러줄게.
"너무 오글거려. 저 거물이 귀여운 척은 아니지. 옆 동네 미미큐보다 못한 것 같아”... 이런 리뷰를 달다니, 사형을 선고한다!
비에쨩은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꼬리 끝의 플러그를 단말기에 연결했다.
그때, 전류가 튀는 소리와 함께, 인터넷의 여신이 단호한 심판을 내렸다.
감히 다른 방송을 보러 갔다니... 비에쨩에 대한 불충은 완전한 배신이야!
이제부터 이 녀석의 모든 댓글은 자동으로 "비에쨩 팔로우해달라! 멍멍! 비에쨩 팔로우 고마워! 멍멍!"으로 바뀔 거야~
음... 오늘은 토크방이야. 편하게 수다나 떠는 거지~
네가 말하니까 생각난 건데, 오늘 밤 대화 주제로 뭐가 좋으려나?
안 돼, 그건 너무 진지하잖아.
엥... 완전 싫어. 대장도 사생활이 있다고!
안 돼! 그건 나랑 레이븐만의 특별한 비밀이라고.
둘은 깊은 생각에 잠겨, 끝없는 아이디어의 미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제안을 들은 비에쨩이 꼬리를 흔들며, "그거야!"하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레이븐은 나랑 데이트하고 싶은 거구나~?
아니, 나도 레이븐과 같은 생각이었어.
비에쨩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지휘관의 손을 잡았다.
어디 가서 놀지 다 정했으니, 어서 따라와~
말을 마치자마자 비에쨩이 상품권을 꼭 쥐고, 폴짝폴짝 경쾌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백로 번화가
슈퍼 지구
10:30AM
슈퍼 지구, 백로 번화가, 10:30 AM.
짜잔! 슈퍼 지구에서 가장 핫한 번화가야!
불빛으로 수놓은 거리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아래 선 비에쨩의 발밑에서부터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옛날에 이곳은 밤새도록 숫자만 뚫어지게 쳐다보던 사람들로 가득했어. 빨간색, 초록색... 선들이 살짝만 흔들려도, 마치 운명이 오가는 듯했지.
그래서 다들 지루한 것에 빠지지 않도록, 나는 이곳을 세계에서 이차원 분위기가 가장 진한 곳으로 탈바꿈시켰어!
눈에 들어오는 건물마다 알록달록한 네온 광고판으로 뒤덮였고, 거대한 전자 스크린에서는 신작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재생됐다. 심지어는 하늘에도 모바일 게임 광고 배너가 구름처럼 둥둥 떠다녔다.
여기에 괜찮은 굿즈샵이 몇 군데 있어! 지금 바로 가보자!
비에쨩과 함께 신기한 복장의 인파 사이를 걸으니, 주변의 부러워하는 시선이 지휘관을 향해 꽂혔다.
와, <M>저기요</M><W>저기요</W>, 그 복장 진짜 멋지네요. 두 분은 어떤 캐릭터를 코스프레하신 거예요?
맞아. 내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고, 레이븐은 내 대원이야!
하하하, 그러면 나는 야수를 길들인 미소녀인 건가?
바~보! 아이돌은 언제나 신분을 숨겨야 한다고! 티 나면 곧바로 신상이 새 나갈 수 있단 말이야!
비에쨩은 지휘관의 손을 잡고, 화려한 거리를 즐겁게 둘러보았다. 시끌벅적한 거리의 광경들은 눈길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응? 저게 뭐지...
거리 한쪽의 하트 모양 대형 건물이 비에쨩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자 비에쨩이 지휘관의 팔을 붙잡고, 분주한 거리를 가로질러 건물 입구로 성큼성큼 향했다.
모에☆ 모에☆ 하트! 어서 오라냥~
두근두근 체험관에 놀러 온 거냥? 이곳의 많은 시설들은 함께 협력해야 즐길 수 있다냥~
맞아. 커플들이 놀기 좋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왔어!
지휘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에쨩이 말을 가로챘다.
아하~ 정말 잘 찾아왔다냥! 우리는 어떤 커플에게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냥~
방문한 모든 커플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으니 받아달라냥~
스태프는 말하면서 어디선가 팔찌 두 개를 꺼냈다.
이 두 팔찌엔 두 분만의 고유한 번호가 새겨져 있다냥. 그리고 작은 스크린에는 상대방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냥~
오... 좋은데? 이거만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어도 레이븐이 바로 찾을 수 있을 거잖아.
이에 비에쨩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함께 꼬리로 지휘관의 손목을 살짝살짝 간질였다.
어서 가자! 비에쨩의 재미 탐지 레이더가 삐삐 소리를 내고 있어~!
두근두근 체험관
슈퍼 지구
11:00AM
슈퍼 지구, 두근두근 체험관, 11:00 AM.
레이븐, 빨리 봐봐. 저게 뭘까?
우와, 나 이거 할래!
각오해. 넘어지면 질질 끌고 가서라도 완주할 거야~
레이븐, 빨리! 넌 왼쪽, 난 오른쪽을 맡을게!
레이븐 바보! 뭐 하는 거야! 몬스터를 놓쳤잖아!
뭐야! 이 스테이지는 몬스터가 너무 많잖아! 열받아!
뭐야! 이 스테이지는 몬스터가 너무 많잖아! 열받아!
휘익... 쾅!
그 표정은 뭐야? 여기 총 게임이라고 쓰여 있잖아. 내 총을 쓰면 안 된다고 적혀있지도 않고.
레이븐 기장! 6시 방향에서 디저트 보급소 발견!
레이븐 조종사, 20미터 앞에서 우회전해야 해! 매장 진입에 성공했어! 완벽한 진입이었어! 레이븐 장전수! 즉시 돈을 장전해!
레이븐 포수! 목표물 조준... 지금이야!
브라보! 명중했어!
레이븐 통신병, 보급품 회수! 획득했어! 딸기 선데이 2인분이야!
그렇게 비에쨩은 지휘관과 함께 쇼핑몰 구석구석을 누비며, 1층부터 옥상까지 모든 놀이 시설을 신나게 체험했다.
비에쨩은 지휘관의 지친 모습을 발견한 후에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장의자에 나란히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에쨩의 시선이 문득 구석의 스티커 사진 부스에 꽂혔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곳이 다음 목표였다.
레이븐, 여기 필터가 엄청 많은데, 뭘 골라야 하려나?
좋아. 그럼, "대천사 잘 자요 뽀뽀" 필터로 할게! 난 이게 좋아!
확인 버튼을 누르니 카메라가 작동하며, 필터가 입혀진 둘의 모습이 나타났다.
음, 그래. "카사블랑카 휴가 콘셉트" 이게 좋을 것 같아.
확인 버튼을 누르니 카메라가 작동하며, 필터가 입혀진 둘의 모습이 나타났다.
"레옹과 마틸다"... 좋아, 너로 정했어!
확인 버튼을 누르니 카메라가 작동하며, 필터가 입혀진 둘의 모습이 나타났다.
음.... 어떤 포즈로 찍을래?
그 말과 동시에 5초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비에쨩과 포즈를 맞추고, 카운트다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플래시가 번쩍이는 그 순간, 이상한 음향 효과와 함께 화면의 비에쨩이 난데없는 오류 코드로 일그러졌다.
옆으로 돌아보니, 비에쨩은 멀쩡하게 활짝 웃고 있었다.
풉...
하하하하하! 깜짝 놀랐어? 비에쨩 때문에 놀란 거야?
비에쨩이 꼬리를 흔들자, 화면에 있던 둘의 스티커 사진이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화면 속의 비에쨩은 입을 가린 채, 놀리는듯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눈이 휘둥그레진 지휘관의 당황스러운 표정까지 선명하게 담겨있었다.
이 사진은 내가 가져갈게. 오늘의 특별한 추억이니까~
데이트는 두근거림이 있어야 오래 기억에 남는 거야. 오늘 이 순간, 비에쨩의 모든 모습을 잊지 말아줘.
아야... 숙녀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어!
이제 손 좀 놔! 다시 찍어주면 되잖아!
먹자골목
슈퍼 지구
15:00PM
슈퍼 지구, 먹자골목, 15:00 PM.
즐거운 시간이 흐른 뒤, 언제나 에너지 넘치던 비에쨩도 지쳐서, 지휘관과 함께 전시관을 벗어나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갖가지 음식의 향기가 오후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 유혹적인 향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멈춰 서게 했다.
운동 열심히 했으니까, 그 보상으로 달콤한 걸 먹어줘야겠어! 저 크레이프가 좋을 것 같아~
이에 비에쨩은 지휘관을 끌고 인파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비에쨩은 지휘관의 양손에 들린 여섯 일곱 개의 쇼핑백을 보고, 조금 미안한 듯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흠, 어쩌다 보니 너무 많이 샀네.
그러니 특별히 내가 줄 서줄게! 레이븐은 어떤 맛으로 먹을래?
알았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마. 얌전히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돌아가자.
비에쨩이 몸을 돌려,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했다.
그녀가 떠나자, 세상이 조금 조용해진 것 같았다.
그 후, 지휘관은 크고 작은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귀중한 막간 휴식을 즐길 겨를도 없이, 문득 *기이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 *위화감*은 지휘관의 눈길을 피하려는 듯, 그림자처럼 인파 속으로 스며들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지휘관이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 골목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 도착한 지휘관은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점 없이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순간, 주변 풍경과 어긋나는 *색감*이 눈에 들어오면서, 골목 끝에 홀로 서 있는 뭔가를 발견했다.
그 뭔가는 *신기루*처럼, 지휘관이 발을 내디디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긴 추격 끝에 *귀신 그림자*는 어두운 골목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지휘관만 남아있었다.
지휘관은 숨을 고르며 잠시 멈춰 섰다. 막다른 골목을 꼼꼼히 조사했지만 *그 뭔가*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 밖에서 자갈길을 뛰어오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븐?!
익숙한 소녀가 숨을 헐떡이며, 지휘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어디 갔던 거야! 위치를 보니까 계속 왔다 갔다 하던데,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비에쨩은 양손에 딸기가 듬뿍 올라간 크레이프를 들고서 지휘관을 쏘아보았다.
뭔 소리야? 아무것도 없잖아.
아무것도 못 먹고 너무 오래 놀아서 바보가 된 건가?
흥.
비에쨩은 볼을 부풀린 채,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크레이프를 지휘관의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크림과 빵, 상큼한 딸기의 맛이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들었다.
지휘관의 놀란 표정에 비에쨩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의 흡족한 표정에 비에쨩이 팔에 더 힘을 주었다.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알았다면 고개를 끄덕여.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두고 혼자 놀러 가면 안 돼!
안 돼!
고개를 저으려던 그때, 비에쨩의 꼬리가 지휘관의 턱을 잡아, 강제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음, 착하지~ 그럼, 계약 성립이야. 유효 기간은 평생이고.
비에쨩은 "벌"을 준 뒤, 마침내 지휘관을 놓아주며 크레이프를 건네주었다.
그 후, 그녀는 지휘관에게 뭔가를 암시하듯,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슈퍼 지구의 대장은 달콤한 음식에 빠져 산다고 하네.
아무리 화가 나도, 달콤한 디저트만 먹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던데?
비에쨩은 말하면서 꼬리로 지휘관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 마치 빨리 무언가를 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레이븐 바보!
흥, 나 화났어! 레이븐이 디저트를 먹여줘야만 풀릴 거야!
아~
황금빛 지평선 아래, 비에쨩은 살짝 입을 벌려 지휘관이 먹여주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둘째 날의 라이브 특훈도 석양과 함께 서서히 마무리 되어갔다.
슈퍼 지구, 대장 방송실, 19:00 PM.
대장 방송실
슈퍼 지구
19:00PM
Bonllo~ 대장 강림!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절대 실망하지 않아!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작별하지 않아!
다들 안녕! 오늘도 밥 잘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제대로 했지~?
■ 비에쨩 팔로우해달라! 멍멍! 비에쨩 팔로우 고마워! 멍멍! 비에쨩 팔로우해달라! 멍멍! 비에쨩 팔로우 고마워! 멍멍! ■ 진짜 방송할 줄이야.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 그 말 듣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냥. 밥 먹으러 가야겠다냥 ■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ㅎㅎㅎ ■ 출첵 ■ 비에쨩 팬클럽 집합
"진짜 방송할 줄이야"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오늘 이 토크를 하루 종일 준비했다고!
너희들 백로 번화가에 가 본 적 있어? 비에쨩은 오늘 거기 갔다 왔는데,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
먹자골목 안쪽에 분홍빛 감성이 물씬 풍기는 디저트 가게가 있어. 거기의 딸기 크레이프는 꼭 먹어봐야 해! 비에쨩 인증 맛집이야!
■ 인싸들 ㄹㅇ 부럽네 ■ 대장 공식 라이브 쇼핑ㅋㅋㅋ ■ 의상은 언제 바꿔요?
옷은 언제 바꾸냐고? 그건 비에쨩에게 보내주는 사랑에 달렸어~
호응이 좋으면, 다음 방송에는 비에쨩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지도 몰라!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은 비에쨩이 어떤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
■ 게임 파니니의 기체! ■ 여고생 교복만 입어주면, 뭐든지 다 할게요 ■ 지금 옷도 귀여워요
파니니? 비에쨩은 엄청 팬이야. 이 게임의 유저들은 다 되게 귀여워!
비에쨩이 그 게임에 나온다면, 무조건 최강 메인 딜러여야 해!
오! 이 아이디어 괜찮은 것 같아. 방송 끝나고 파니니 게임 기획자한테 연락해야겠어!
비에쨩이 게임에 신규 캐릭터로 등장할 수 있도록, 파니니 채널 댓글에 비에쨩의 이름을 남겨서, 나를 인기 순위 1위로 만들어줘!
다들 정말 사랑해. 우리 모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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