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슈퍼 지구
13:30PM
팔 근육이 타오르는 Feel이 느껴지나? 이건 너의 DNA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있는 야성이야. 쇠는 Hot한 김에 두들겨야 해! 한 세트 더!
코, 코치님. 더는 못 들겠어요!
너무 weak해. President께서 우리에게 주신 참된 가르침을 벌써 잊었나?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절대 실망하지 않아!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작별하지 않아!
들어 올려!
헬스장 문을 열자, 운동 기구들이 내는 쇳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오늘 밤 라이브 방송의 주제는 춤이었기에, 비에쨩이 운동을 통해 신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둘은 특훈 장소를 헬스장으로 선택하였다.
비에쨩은 지휘관 곁을 따라다니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실내의 신기한 기구들을 두리번거렸다.
오~ "헬스장"은 이런 곳이었구나?
대장은 바쁜 몸이라고. 운동이라면 평소에 날아다니면서 나쁜 놈들 처치하는 걸로 충분해.
비에쨩은 한 바퀴 둘러본 뒤, 러닝머신 구역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는 이들을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왜 계속 죽어라 달리는 걸까?
움직여! others의 찬사를 받고 싶지 않나? 존중받고 싶지 않나? 그럼, Hurry 움직여!
갑작스러운 외침이 지휘관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때,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석고인"이 지휘관과 비에쨩을 발견한 듯 빠르게 걸어왔다.
바보, 운동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써?
NoNoNo. 스포츠의 본질은 리키료오데스. 그리고 Power의 본질은 others로부터 인정받는 거고요.
오 wait! 이 익숙한 voice는 혹시?!
거만한 태도를 보이던 "석고인"이 비에쨩과 눈을 마주치자, 목소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
그 순간, 비에쨩의 보랏빛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
비에쨩이 꼬리를 뻗어 "석고인" 앞에서 살짝 흔들자, 상대가 즉시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비에쨩과 레이븐은 그냥 지나가는 거고, 너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알겠지?
착하지, 이만 가봐~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홀린 듯, "석고인"이 말없이 사라졌다.
아이돌은 신비로운 이미지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 여기서 들키기라도 하면, 팬들의 사인 요청이 끝도 없이 이어질걸?
그래서 우리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고, 찾아오지도 않게 살짝 마법을 부린 것뿐이야.
비에쨩은 바벨 벤치 위로 올라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당당하게 양팔을 활짝 펼쳤다.
운동에 열중한 이들 사이에서, 아무도 이 장난꾸러기 소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은 레이븐과 비에쨩만의 비·밀·데·이·트야.
비에쨩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멀리 보이는 무언가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레이븐, 저 구석에 있는 방 좀 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어.
이에 비에쨩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둘씩 짝을 이룬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는 마치 특별한 이벤트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2인 운동 대회"... 상품이 백로 번화가 상품권이야!
비에쨩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며, 저 멀리 걸린 현수막의 글자를 읽었다.
"운동 대회"라는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 비에쨩의 눈빛이 반짝이며 마음속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
저거 참가할래! 레이븐, 가자!
이에 비에쨩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지휘관의 팔을 휙 잡아 구석의 방으로 끌고 갔다.
이 match의 규칙은 정말 easy해요. 경기가 시작하면 스크린에 한 동작이 play될 것이며, 참가자 2명이 함께 그 동작을 따라 해야 합니다.
각 team의 단말기가 동작의 정확도를 실시간으로 평가하여, 점수를 매깁니다. 5min의 카운트다운 동안 최고 점수를 기록한 team이 우승하여, 상품권의 주인공이 되는 거죠.
자, 그러면 everybody 이의 없으시죠? 그럼 준비해 주세요. match가 곧 시작될 겁니다!
지휘관은 비에쨩과 함께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후, 함께 배정받은 장소로 갔다.
널찍한 실내에는 두 명씩 짝을 이룬 십여 개의 팀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그중에는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들도 있었다. 모든 참가자의 눈빛에는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레이븐, 준비가 다 됐지? 뒤처지면 절대 안 돼!
비에쨩이 가녀린 팔을 들어, 근육을 자랑하는 동작을 취했다.
탕.
*강렬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첫 번째 동작은 마주 보고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서로 한 손을 뻗어 하이 파이브를 하는 것이었다.
허, 이거밖에 안 돼? 너무 쉽잖아!
두 번째는 서로의 등을 기댄 채,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득점 단말기를 주고받는 동작이었다.
군사 훈련을 받은 지휘관에게 이런 운동은 식은 죽 먹기였다. 파트너인 비에쨩도 지휘관과 호흡을 완벽하게 맞춰가며, 착실히 점수를 쌓아나갔다.
"화이트 박스" 속 제타비의 몸은 현실과 다르게 로봇 구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일반인을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지휘관의 오른쪽 어깨에 불현듯 무언가 닿았다.
이에 지휘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비에쨩이 전달할 득점 단말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허공에서 살랑이는 꼬리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그 모습은 마치 지휘관의 방심을 비웃는 듯했다.
헤헤~
반대편의 비에쨩은 장난이 통한 것이 뿌듯한 듯,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쉽게 방심하면 어떡해? 집중 좀 해!
이어서 둘은 함께 세 번째, 네 번째 동작을 완성했다.
지휘관과 비에쨩의 점수는 놀라운 속도로 치솟으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최상위권을 넘어 선두를 거머쥐었다.
5분 카운트다운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2위 팀의 점수가 발밑까지 따라붙었다. 이제 마지막 동작으로 승부가 갈릴 판이었다.
마지막 동작은 둘이서 하는 척추 스트레칭이었다. 우선은 서로 마주 보고 정좌로 앉아, 왼손을 등 뒤에 두어야 했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파트너의 왼손을 잡은 후, 허리를 옆으로 돌리며 뒤로 젖히는 동작이었다.
이봐... 이게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동작이야?
화면의 시범 동작을 본 참가자들 사이에서 높은 난도에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야!
동작을 따라 하자마자, 비에쨩이 순간 맞잡은 손에 힘을 주더니 지휘관을 과감히 끌어당겼다.
좀 살살 해!
"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지휘관은 이상하게 꼬인 자세로 비에쨩 쪽으로 쓰러졌다.
이 동작에서 점수를 얻으려면, 둘은 정확한 자세를 10초 동안 유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쪽이 힘을 빼거나 세게 당기면, 상대는 당기는 힘에 의해 고통을 느끼게 됐다.
후우, 방법이 생각났어.
비에쨩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지휘관의 귓가에 입김을 불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에쨩은 양손을 꼭 붙잡은 채, 꼬리로 지휘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뒤로 천천히 눕혔다.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버텨.
단말기에 카운트다운이 표시되었다. 허리를 휘감은 꼬리 덕에 힘의 균형은 다시 유지되었다.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둘은 동작을 완벽히 마무리하며 점수를 얻어냈다.
우와~ 레이븐, 우리가 성공했어!
경기가 마침내 끝났다. 방 안의 참가자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눈앞의 소녀는 조금 흥분해서 지휘관을 꽉 끌어안았다.
소녀는 경쟁이라는 그 과정을 즐기는 듯했으며, 어디에 있든 그녀의 불타는 승부욕만큼은 한결같았다.
포옹한 채 숨을 고르는 동안, 지휘관은 옆에 있는 단말기의 최종 점수를 확인했다.
...
아쉽게도, 지휘관과 비에쨩은 단 1점 차이로 다른 팀에 패배했다.
이런 결과를 직면한 소녀는 중얼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흥, 대장은 절대 지지 않아.
그 말과 함께 비에쨩이 꼬리로 점수 단말기를 내리쳤다. 그러자 띠링 소리와 함께 일련의 오류 코드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me가 경기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champion은 바로...
비에쨩 레이븐 팀입니다! 놀랍게도 9999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를 갱신했습니다!
비에쨩이 조금 놀란 표정의 지휘관을 향해, 살며시 웃으며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후훗, 게임 규칙을 조금 바꾼 것뿐이야~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고.
어쨌든, 비에쨩의 승리는 예정된 결과였어!
비에쨩은 조금의 반박도 허락하지 않고, 제멋대로 승리를 선언했다.
더 이상한 것은 아무도 경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연하게 최종 점수를 받아들였다는 점이었다.
비에쨩은 지휘관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당당한 발걸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고는 주변의 부러움과 환호 속에서 "석고인"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
비에쨩은 열정이 넘치는 표정으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승리의 기쁨을 한껏 만끽했다.
군중이 하나둘 떠날 무렵, 비에쨩은 비로소 피로감을 느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아무런 예고 없이 두 팔을 벌리고는 몸을 기울여 지휘관을 껴안았다.
하아, 좀 지쳤어. 레이븐, 집까지 업어다 줘.
지휘관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첫날의 벼락치기 특훈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대장 방송실
슈퍼 지구
18:55PM
슈퍼 지구, 대장 방송실, 18:55 PM.
비에쨩의 방으로 돌아온 후, 지휘관은 바쁘게 움직이며 그녀의 방송 준비를 도왔다.
배경 세팅, 대본 확인, 조명 및 특수 효과 점검...
방송 시작까지 몇 분도 남지 않은 그때, 라이브 대기 화면은 쏟아지는 댓글 자막으로 가득 찼다.
오프닝이 좀 더 화려했으면 좋겠는데... 레이븐, 전에 언급했던 천장을 뚫고 하늘에서 강림하는 연출은 어떨까?
하하하. 계획대로 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레이븐이 너무 긴장할까 봐 농담해 본 거야.
레이븐은 내 프로듀서이자 특훈 코치 그리고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야~
6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가운데, 비에쨩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휘관과 여유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에쨩 출근할게. 내가 없다고 구석에서 훌쩍거리지 말고.
응, 뒷일은 레이븐 프로듀서에게 맡길게!
곧 돌아올 테니까, 레이븐은 꼭 참아야 해.
곧이어 비에쨩이 지휘관에게 손짓을 했다. 그것은 둘이 함께 만든 아이돌 인사 "Bonllo"였다.
그 후, 비에쨩은 몸을 돌려 발랄하게 깡충거리며 무대로 향했다.
■ 문열어문열어문열어문열어문열어문열어문열어문열어 ■ 렉 걸렸어 ■ 콘텐츠 없으면, 행렬 지오드 깨물기 방송이나 하자 ■ 실화? 진짜 대장님이 방송 데뷔한 거야? ■ 제 동료가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매일 야근에 찌들어있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대장님! ■ 뭐뭐뭐
Bonllo~ 대장 강림!
모두 안녕. 사랑과 열정을 전하는 평화의 사자, 비에쨩이야.
■ 중2병ㅋㅋㅋ ■ Bonllo는 또 뭐야? ■ 대장님, 믿습니다!
위기에 처한 슈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대장이 미소를 전하는 인터넷 아이돌로 데뷔한 거야.
이 방송으로 모든 걱정거리를 날려 보냈으면 해! 비에쨩과 함께라면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울 거야!
오늘부터 매일 이 시간, 비에쨩이 네 화면을 뚫고 나와서 미소를 선물할 거야~
■ (*`ω`*) 사랑해!! ■ 엄청 소녀소녀하잖아! ■ 저한테 욕해주세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절대 실망하지 않아!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작별하지 않아!
삶을 사랑하고, 절대 현실에 굴복하지 마! 비에쨩이 반드시 모두를 위해 <color=#ff4e4eff>삼차원 바이러스</color>를 물리쳐줄게!
이어서... 대장의 12연속 댄스 타임!
■ 와... 이거 미라이쨩 노래잖아. 미쳤다 ■ 아니, 실력이 진짜 장난 아닌데? ■ 비에쨩 유연성 진짜 좋다ㅋㅋㅋ
모두들, 후원 정말 정말 고마워!
■ 역대급 명장면 각ㅋㅋㅋ ■ 대장님 귀여워 ■ 바로 팔로우 박음. 찢었다
벌써 시간이 다 됐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 다들 즐거웠어?
■ 진짜 좋았다ㅋㅋㅋ ■ 제발 가지 마 ■ 겨우 8시잖아 겨우 8시잖아 겨우 8시잖아
그럼, 내일 저녁 7시에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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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휴게실
슈퍼 지구
22:15PM
슈퍼 지구, 대장 휴게실, 22:15 PM.
후... 완전 피곤해.
라이브 방송을 마친 비에쨩은 대자로 침대에 누웠다.
음료를 들고 다가오는 지휘관을 보자, 비에쨩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음료를 건네받았다.
하... 무슨 일이든 최고로 해내야지! 비에쨩의 과거 전적에 비하면 이건 그저 장난 수준이야.
오늘 레이븐도 수고 많았어. 낮에는 특훈에, 밤에는 라이브 방송까지 완벽하게 도와줬잖아. 현장 진행 능력이 정말 대단한걸? 역시 내 프로듀서라니까~
음... 어떤 보상을 주는 게 좋을까?
비에쨩은 검지를 입술에 대고서, 장난스러운 눈길로 지휘관을 마주 보았다.
히히, 알겠어!
순간, 무언가가 지휘관의 다리를 휘감아, 침대 쪽으로 잡아당겼다.
이에 지휘관은 이불 위로 넘어지면서, 우연히 비에쨩의 무릎 위에 머리를 기댔다.
자 착하지, 이제 눈을 감아 봐.
짙은 어둠 속, 소녀의 따스한 손바닥이 지휘관의 눈가를 감쌌다.
비에쨩은 꼬리로 지휘관을 지탱해 주며, 자기 다리를 베개 삼아 머리를 기대게 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휘관의 귓바퀴를 간지럽히는 감촉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보냈으니 잘 쉬어야지. 이제 비에쨩의 수면 유도 시간이야.
오늘도 잘자... 계속 네 곁에 있어 줄게.
비에쨩이 살짝 웃더니, 몸을 기울여 지휘관의 귓가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 넣었다.
물론이지. 인터넷 아이돌의 기본 소양이잖아~
그런데... 이건 너에게만 해주는 특·별·서·비·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