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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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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데모니사·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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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는 대답 대신 침묵을 택했다. 그녀의 시선은 지휘관이 쥔 무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쥐고 있던 비수를 바라본 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놨다.

서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면서, 왜 지금까지 숨기신 거죠?

철창 안의 다른 존재들에게 먹힐까 봐 두려우셨나요?

엘리너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손에 든 양산으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며 판단하고 계셨던 거군요.

정말 안타깝네요. 인간의 본성은 참 시험에 약하다니까요.

당신은 절대로 좋은 도박꾼이 될 수 없을 것 같네요.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몸을 조여 오던 퍼니싱의 농도가 점점 옅어졌고, 엘리너도 지휘관 쪽으로 다가섰다.

베일에 싸였던 엘리너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화려한 의상은 황금시대의 예술품을 떠올리게 했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구스베리의 은은한 향이 퍼졌다.

우아한 자태와 어우러진 그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그림 속 한 장면처럼 완벽했다.

현재 파악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였다. 역원 장치나 기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그녀는 어느새 지휘관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엘리너

힘들게 여기까지 오셨는데...

허리를 스치는 단단한 감촉. 퍼니싱의 흔적이 남긴 상처가 다시금 날카로운 고통으로 되살아났다.

엘리너가 바닥에 떨어진 비수를 주웠고, 지휘관은 위협당한 채로 방 안쪽으로 걸어갔다.

엘리너

제가 해칠 수도 있다는 의심은 전혀 하지 않으셨나요?

엘리너

무기를 그렇게 쉽게 내려놓은 걸 보면... 혹시 다른 계략이라도 숨기고 계신가요?

허리를 짓누르던 압박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퍼니싱의 침식은 온몸을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번졌다. 엘리너는 지휘관의 정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엘리너는 지휘관의 옷깃을 움켜쥔 채 카드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고, 지휘관은 엘리너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통증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엘리너

협상 카드랍시고 들고 나오신 게...

엘리너

그다지 흥미롭지 않네요.

엘리너

계속 말씀하시죠.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이 목에 닿았다. 엘리너는 마치 식칼을 다루듯 칼날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며,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를 보냈다.

엘리너가 칼끝으로 지휘관의 턱을 밀어 올리자, 지휘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엘리너

계속 무승부가 이어진다면, 가장 적은 카드를 가진 쪽이 패자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승리의 가능성은 동등해지겠군요.

하지만 상대가 이 허점을 파악하고 전술을 바꾼다면, 당신은 다시 50%의 확률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엘리너

그건 그렇고, 단말기는 어디 있죠?

엘리너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지휘관은 자신의 빈 팔을 보여주었다.

엘리너

숨기셨군요. 당신 계획에선, 단말기가 자신보다 더 중요한가 봐요.

엘리너의 눈빛은 더욱 의미심장해졌고, 짐작하기 어려운 미소에는 흥미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엘리너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력하지 않으면 패배는 필연적이라는 뜻으로요.

엘리너는 짧게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비수를 거두었다. 그녀는 천천히 테이블을 벗어나며 지휘관을 흘깃 바라보았다.

엘리너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 가장 사람을 흥분시키지 않나요?

엘리너의 순백색 장갑이 지휘관의 얼룩진 전투 장갑에 닿았다.

그녀는 비수를 지휘관의 손바닥에 얹고, 천천히 손가락을 감싸 쥐도록 이끌었다.

지휘관은 긴장이 풀린 듯 가늘게 숨을 내뱉고는 비수를 허리춤에 고정했다.

억눌렸던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구역을 지나는 사이 왼팔이 잠시 바깥에 노출된 것이 화근이었다. 찰나의 침식으로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러나 단말기에서 퍼니싱 농도가 안전 상태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자, 본능적으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엘리너는 지휘관의 일그러진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안색이 몹시 안 좋으시네요.

엘리너의 말투에는 일말의 동정도 깃들어있지 않았다.

고민스러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상처를 방치했다간, 게임의 결말을 보기도 전에 쓰러질 터였다.

근육이 쑤셔왔고, 방호복을 벗으려 할 때마다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 예상치 못한 손길이 허리의 잠금장치를 풀어주었다.

생존하려면, 당신의 "지혜로운 머리"가 필요하니까요.

괜찮아요, 그냥 도와드리는 거예요.

엘리너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엘리너의 음성에 장난스러운 기색이 스며들어 있었다.

엘리너는 침착하고 안정된 손놀림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다친 팔과 어깨를 능숙하게 붕대로 감았다.

맑은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주입받은 혈청 덕분에 이제는 견딜 만했다.

피로 물든 의복이 눈앞에 펼쳐졌고, 조직액은 천과 하나가 되어 달라붙어 있었다.

제일 먼저 떨어진 건 밧줄이었다. 그다음은 몇 개의 혈청병.

남은 세 개의 혈청병이 부싯돌, 폭죽과 나란히 테이블 모서리에 놓였다.

마지막으로 구급상자와 보온 담요가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

고통을 참으며 왼손으로 구급상자를 기울였고, 떨리는 오른손이 급하게 지퍼를 잡아당겼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자극적인 냄새와 함께 투명한 액체가 병에서 흘러내렸다. 피부에 닿은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퍼져나갔다.

약병을 탁자에 거칠게 내던졌다. 왼손으로 붕대를 쥐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처치조차 힘겨웠다.

그때, 말없이 다가온 엘리너가 지휘관의 손에서 붕대를 가져갔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전 간호는 처음이에요.

붕대가 엘리너의 손끝에서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움직였다. 상처를 감싼 천이 어깨에서 가슴까지 정확한 각도로 휘감겼다.

이렇게 쉽게 신뢰를 얻게 될 줄이야.

붕대가 어깨와 가슴을 감싸안은 순간, 지혈제의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간단한 응급처치로 이 정도 컨디션을 끌어낸 것이 천만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