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는 근처의 의자를 끌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단말기를 확인했다.
이번 라운드, 아무도 시작할 생각이 없나 보네요.
흐음...
엘리너는 흥미롭다는 듯이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만약 제가 상대 입장이었다면, 저도 이렇게 진행 속도를 조절했을 것 같네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엘리너가 가볍게 웃었다.
이것도 당신의 계획 중 일부인 줄 알았네요...
안전 구역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빛도 소리도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뒤틀려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시간 왜곡은 생체리듬을 교란해 수면과 신체 기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주어진 시간은 원래 다음 수를 준비하고 심신을 정비할 여유였을 터. 하지만 게임이 장기화되면서 그것은 견디기 힘든 침묵의 고문으로 변질되었다.
"선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도 동의해요.
그나저나, 이제 우리에게 게임의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생긴 거네요?
엘리너가 지휘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요? 낡은 철장을 박차고 자유를 찾아 날아오른 새랑 다를 게 없죠.
엘리너는 말을 이으며 하늘을 가리켰고, 그 순간 통증으로 멈췄던 의식이 다시 깨어났다.
엘리너의 손끝이 가볍게 움직이자, 테이블 위 카드가 공중을 돌며 다시 손바닥에 착지했다.
원칙적으로는 거절해야 맞지만…
근데… 됐어요. 대신 제 궁금증을 해소해 주신다면, 생각해 볼게요.
엘리너가 단말기를 지휘관에게 던졌다. 부상당한 상대를 배려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금속 테두리를 더듬자, 가장자리에 새겨진 자유에 관한 격언이 느껴졌다.
엘리너가 단말기를 가져가 테이블 위에 다시 놓았다.
최대한 상처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소파에 기대앉았다.
곧이어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완전히 잠이 들기 직전, 엘리너가 담요를 지휘관에게 덮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