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이스마엘·환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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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환일·그중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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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스마엘은 시간 여행 보조 장치로 다른 시공간 여행자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누군가가 응답해 왔다.

??

내 이름은 사. 너희 메시지를 받았다.

이스마엘입니다. 현재 저희 위치는 엔디미온 별입니다. 시공간 좌표는...

상대방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시공간 여행자 사

이스... 마엘?

아직 살아있었구나?

네, 그렇습니다.

시공간 여행자 사

옆에 다른 사람도 있나?

"그레이 레이븐"도 저와 함께 있습니다.

시공간 여행자 사

그렇군... 콜록... 콜록콜록!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혹시 다치신 건가요?

시공간 여행자 사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라니우스"에서 도망칠 때, 시간 메인 장치의 초기 개발 데이터를 챙겨왔어. 언젠가는 "라니우스"를 재건할 수 있을 거야.

엔디미온 별에서 만나서 자료를 너희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만날 장소를 정한 뒤, 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공간 여행자 사

시간 메인 장치에서 탑이 널 언급한 적 있어.

잠시 마음속에 떠오른 의문을 접어두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더 자세히 물어볼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엔디미온 별

이틀 후

이스마엘과 함께 숲속을 걷고 있었다.

저기 앞이 약속 장소야.

울창한 숲과 넝쿨을 지나자, 앞쪽에 공터가 나타났다.

한 대의 비행선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고,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비행선 표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비행선은 이미 넝쿨과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조종석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시공간 여행자는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이스마엘과 함께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살폈다.

최소 1년은 지난 것 같아.

사의 곁에는 저장 장치 하나와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고, 그의 손에는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스마엘이 편지를 집어 들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네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건 내 시간으로부터 1년 후의 메시지였어.

미안하다. 내 여정은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내가 가져온 자료가 너희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제부터는 네게 맡겨야 할 것 같구나, 이스마엘.

이스마엘은 편지를 끝까지 읽고 조용히 접어 넣었다.

부디 당신의 영혼이 '사익백아'와 함께 잠들길 바랍니다.

그녀는 말없이 사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내가 아는 그는...

틈만 나면 자기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자랑하곤 했지.

휴가 갔다 올 때마다 아내랑 같이 만든 디저트를 꼭 가져와서 나눠 줬어.

가족사진도 본 적 있는데, 정말 행복해 보이는 세 식구였어...

이스마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위로할 필요 없어.

가자, 이 시기의 탑을 찾으러.

숲속의 빛과 그림자는 여전했고, 사는 이곳에서 영원한 잠에 들었다.

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에는 계속 의문이 맴돌았다.

그때 그도 시간 메인 장치 옆에 있었던 걸까?

그때는 너무 짧은 순간이라 시간 메인 장치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이제 그 답은 사와 함께 영원히 침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엔디미온 별

1주일 후

1주일 후, 엔디미온 별

둘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멀리서 젊은 탑·3T형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응, 필요한 정보는 다 남겨뒀어. 상황 설명도 자세히 적어놨고.

사가 준 자료도 완벽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저만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었다니...

탑이 우리가 남긴 정보대로만 하면, "라니우스"는 이전과 다른 곳에 세워질 거야.

맞아.

우리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40년이나 남았잖아.

가끔 탑이 잘하고 있나 확인만 하면 돼.

다 그런 건 아니야. "라니우스"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거든. 우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종말의 해"를 막으려고 해.

글쎄.

"40년이나 걸리는 임무"는 처음이라... 현실이 얼마나 바뀔지 예측도 안 되고.

이제부터는...

이스마엘의 마지막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눈앞의 광경이 잠시 흐려졌다가 이내 다시 또렷해졌다.

띠... 띠...

몸에서 희미한 신호음이 울렸다.

이스마엘이 신이 난 표정으로 전송 보조 장치를 꺼냈다.

성공이야!

시간 메인 장치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어. "라니우스"가 미래에 다시 세워진 거야!

이 말을 들은 이스마엘도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

그러게... 너무 빠르긴 하네.

보통은 역사를 바꾸는 게 이렇게 쉽지 않거든.

몇 년은 걸려서 계속 역사를 수정해야 미래의 시간 메인 장치 신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스마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라니우스"가 세워지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몰라.

일이 해결된 것 같은데도 마음속 의문은 줄어들지 않았다. 모든 게 너무 쉽게 풀린 것 같았다.

"라니우스"가 사실은 "시간의 흐름 밖에 존재하는" 곳이거든.

외부 현실의 변화를 더 잘 관찰하기 위해서, "라니우스"는 설립된 날부터 특정 연도에 "앵커링"되어 있었어.

시간을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선이라고 생각해 봐. 모든 점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근데 "라니우스"는 한자리에 멈춰있는 점이야.

"라니우스"는 현실 시간에 의존하면서도, 현실 뒤에 숨어있어.

시공간 여행자들이 임무를 마치고 바로 "라니우스"로 돌아오는 건, 역사를 바꾸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야.

현실이 얼마나 크게 바뀌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과거의 기록을 본 적 있는데, 어떤 시공간 여행자가 엄청난 현실 변화를 일으키고도 "라니우스"로 돌아오지 못했어.

현실이 바뀌면서 그 영향이 본인한테도 미쳐서, 과거 기억을 싹 잃어버렸더라고.

원래는 지리학자였다가 "라니우스"에 들어왔는데...

현실이 바뀐 뒤에는 화가가 되어 있더래.

신기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

이스마엘이 손을 내밀었다.

자, 내 손잡아.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둘이 손을 맞잡자, 시간 여행 보조 장치가 작동하면서 푸른빛이 다시 두 사람을 감쌌다.

"라니우스" 연구소

"라니우스" 연구소.

익숙한 어지러움과 함께 눈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발밑으로는 로봇 팔이 둘러싼 육각형 모양의 흰색 플랫폼이 있었고, 주변에는 몇 개의 조작 콘솔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멀리서는 여전히 작업자들이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멀리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방금 임무 데이터가... 이스마엘?

자료를 보며 걸어오던 탑·3T형이 말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둘을 발견했다.

벌써 "그레이 레이븐"에게 "라니우스"에 대한 안내를 다 마친 거야?

이스마엘은 눈앞의 탑·3T형을 보자마자, 빠르게 다가가 안았다.

다녀왔습니다.

탑·3T형은 놀란 표정으로 이스마엘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너희... 지금 어디 다녀온 거지?

그때 그 자료들이 너희가 남긴 거였구나.

처벌을 내리는 자가 "라니우스"를 성공적으로 습격했었다는 사실을 듣고, 탑·3T형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라니우스" 방어 시스템을 더 강화해 둬야겠어.

하지만 그것보다 네가 무사히 돌아온 게 더 중요해.

그녀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레이 레이븐", 이스마엘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줘서 고맙다.

그 후, 모험 소대는 임무를 하나씩 수행해 나갔다.

때로는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별이 멸망했네...

때로는 새로운 항성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이번 임무는 잘 해냈어.

수없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았다.

"그레이 레이븐", 뒤를 조심해!

그리고 몇 번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냈다.

이제... 더 나아질 거야.

문명 전체가 처벌을 내리는 자와 0호 물질을 상대로 처절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전쟁은 우주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지만, 한편으로는 빗속에 스러지는 눈물처럼 덧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 있었다.

연구소의 시공간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처벌을 내리는 자가 무언가 방법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홀로 임무를 수행하던 시공간 여행자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어갔다.

"라니우스"는 점점 쓸쓸해져 갔다. 한때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휴게실도 이제는 텅 비어 보였다.

가끔 누군가 이 얘기를 꺼내다가도 이내 침묵에 잠기곤 했다. 모두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스마엘은 누군가가 구석에 숨어서 죽은 동료들의 이름을 읊조리며 울고 있는 걸 봤다고 했다.

그래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라니우스"가 또다시 파멸되었다.

평범한 하루였다. 탑·3T형이 사와 함께 급하게 달려올 때까지는 모든 게 평소와 다름없었다.

처벌을 내리는 자가 곧 "라니우스"를 공격할 거야. 이스마엘은 어디 있지?!

탑·3T형의 말대로 10분 후, 처벌을 내리는 자가 침식체들을 이끌고 "라니우스"에 침입했다.

"라니우스"의 방어 시스템도 처벌을 내리는 자를 오래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스마엘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수많은 침식체에 둘러싸여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스마엘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탑·3T형은 부상한 이스마엘을 안은 채 "다행히 늦지 않았어"라는 말을 연신 되뇌었다.

지금까지 탑·3T형에게서 이토록 강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탑·3T형, 그리고 사의 도움으로 이스마엘과 함께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가 "라니우스"의 좌표를 변경했다.

"라니우스"는 또다시 재건되었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시공간 여행자들에게 시간이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라니우스"의 연구원들은 시공간 여행자들의 체감 시간 외에도 시간을 기록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다.

6개의 기준월 후.

이스마엘은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한참을 찾아 헤맸던 사람을 발견했다.

"그레이 레이븐"이 의자에 앉아 있었고, 오른쪽에는 비워진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접시 위로 투영된 전광판에서는 뉴스가 재생되고 있었다.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모두 과거의 뉴스 방송이었다.

하지만 "그레이 레이븐"은 뉴스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열심히 조각하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나를 피하고 있었어? 한참 찾았다고.

내일 시간 있어?

그럼 잠깐 나가서 돌아볼까?

넌 참...

이스마엘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휴게실을 나서기 전, 이스마엘은 방 안을 돌아보았다. 요즘 "그레이 레이븐"이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스마엘은 어둠 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긴 "그레이 레이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광판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뉴스가 재생되고 있었고, 그 소리가 텅 빈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뉴스

"지능형 컴퓨터 "고요"가 드디어 오늘 공개되었습니다. 개발자 블레이크 박사는 발표회에서... 확실성의 한계를 넓혔다고..."

"또 하나의 행성이 침식체의 공격을 받아..."

뉴스

"프런트 토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게스트는... 범심론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사람들은 예측하지 못한 일을 우연이라 부르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교수님은 숙명론에 동의하시는 건가요?"

"아뇨, 숙명론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탁.

재생 장치의 음 소거 버튼이 눌렸다.

탑·3T형은 일하던 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수북이 쌓인 보고서 위로 몸을 숙이고, 구식 키보드 위에서 복잡한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친구가 준 선물이야.

그 친구는... 이스마엘의 이전 "스승"이었어.

근데 왜 이스마엘을 안 찾아가고 날 찾아온 거야?

탑·3T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하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지휘관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키보드 소리가 멈추고 탑·3T형이 몸을 일으켰다.

탑·3T형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했다.

더 늦게 찾아올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 의심했어?

"라니우스"에 온 첫날부터라고? 나름 예리하네.

어떻게 알아챈 거지?

사가 준 자료도 완벽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저만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었다니...

시간 메인 장치에서 탑이 널 언급한 적 있어.

내가 메인 장치로 가는 길에 사에게 연락했었어.

그러게... 너무 빠르긴 하네.

보통은 역사를 바꾸는 게 이렇게 쉽지 않거든.

몇 년은 걸려서 계속 역사를 수정해야 미래의 시간 메인 장치 신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스마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라니우스"가 세워지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몰라.

맞아.

벌써 "그레이 레이븐"에게 "라니우스"에 대한 안내를 다 마친 거야?

처벌을 내리는 자가 곧 "라니우스"를 공격할 거야. 이스마엘은 어디 있지?!

탑·3T형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렇구나.

너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해볼래?

역시 알아챘구나.

시간 메인 장치는 "고요"의 도움으로 작동해. 시간이란 건 참 신기하지.

탑·3T형은 대답 대신 말을 이었다.

일종의 보험이야. 시간 메인 장치가 파괴되면 "고요"가 과거로 정보를 보내는 거지.

하지만 "고요"가 과거로 정보를 보내는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처음엔 하루 전으로 보냈는데, 최근에는 겨우 10분 전으로밖에 보내지 못하고 있어.

그만큼 처벌을 내리는 자도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라니우스"에 남아있을 생각이야?

탑·3T형은 그런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스마엘 때문이야?

이 정도까지 파악하다니...

탑·3T형은 의자에 기대앉으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

이스마엘은 계속 살아남질 못해...

시간 메인 장치가 파괴될 때마다 이런저런 사고로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게 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 아마도... 이스마엘의 스승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구할 수가 없어... 이건 폐쇄 루프야.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들었던 프로그램이 다시 떠올랐고, 엄청난 부조리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난 그런 "숙명" 같은 건 믿지 않아.

그래서 계속 시도해 봤지.

그래, 그건 드물게 성공한 경우였지.

이스마엘을 "종말의 해"로 보낸 것도 하나의 시도였어.

네가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보다 빨리 끝나버리긴 했지만.

원래대로라면 이스마엘이 "종말의 해"에 갔을 때 "라니우스"가 공격당하고, 이스마엘은 영영 그곳에 갇혀버렸을 거야.

이건 내가 복도에 있을 때 "고요"가 보내준 정보야.

"라니우스"에 처음 왔을 때, 이스마엘과 대화하면서 겪었던 그 현상이 떠올랐다. 그때 눈앞의 세계가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었다.

그리고 "라니우스" 재건 때도 같은 경험을 했었는데, 그게 아마 현실이 바뀌는 순간이었나 보다.

탑·3T형은 보고서 더미를 가리켰다.

이전 두 번의 데이터를 연구해 봤는데, 네가 이스마엘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

네 과거를 조사해 봤어.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 것 같아?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아무것도 없더라.

네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지만, 네게는 "숙명"이란 걸 깰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너도 느꼈겠지만, 처벌을 내리는 자가 최근에 전략을 바꿨어. 홀로 있는 자만 노리고 있어.

언젠가는 "라니우스"도 재건에 실패할 거야.

그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보려고 해.

지금 시간 여행 방식을 개선하고 있어.

이스마엘이 "라니우스" 없이도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하려고.

쉽게 말하면, 이스마엘만을 위한 소형 시간 메인 장치를 만드는 거야.

아무도 이 장치의 위치를 모를 거야.

이스마엘을 "라니우스"에서 독립시키면, 어쩌면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기적이란 걸 알아.

그래도 부탁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