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이스마엘·환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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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환일·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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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경보음이 연구소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저 멀리 대형 스크린의 숫자가 미친 듯이 깜빡이며 점점 작아져 갔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남성 시공간 여행자는 다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너져 내린 천장에 파묻혀 버렸다.

곧이어 천장의 균열에서 수많은 붉은 입자와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붉은 입자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올랐다.

괴물을 본 순간, 그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벌을 내리는 자와 침식체야!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상태로는 저 괴물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저쪽 벽의 숨겨진 공간에 있어.

이스마엘과 함께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던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받아!

앞서 떠났던 탑·3T형이 다시 돌아왔고, 손에는 무기로 보이는 물건들을 들고 있었다.

처벌을 내리는 자가 이 연구소를 발견했어. 당장 포털로 벗어나야 해!

탑·3T형이 던진 건틀릿과 빛의 검 손잡이처럼 보이는 물건을 받아서 들었다. 왼팔에 건틀릿을 장착한 뒤, 뒤쪽의 괴물을 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

건틀릿에서 주황빛의 광파가 발사되어 괴물을 강타했다.

뒤쪽의 괴물이 몇 미터 밀려나면서 몸에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곧이어 붉은 입자들이 괴물 주변에 떠다니더니, 괴물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다.

탑, "그레이 레이븐"은 아직 전송 보조 장치가 없어서 못 나가요!

포털은?

가동이 안 돼요!

네가 "그레이 레이븐"을 정비 구역으로 데려가. 새 전송 보조 장치를 가져와서 함께 빠져나가.

빨리 움직여!

탑은요?

난 시간 메인 장치 쪽으로 갈 거야.

탑·3T형은 말을 마치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과 함께 어떤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꼭 성공하길 바랄게.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쾅!

멀리서 다시 폭발음이 들려왔고, 발밑의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경고등과 붉은 입자들이 뒤섞여 주변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서 후퇴하세요!

왜... 왜 침식체들이 여기까지 들어온 거죠?

전 여길 벗어날 거예요!

[삐], 죽기 살기로 싸워보자고!

아... 살려주...

비명과 분노에 찬 포효, 그리고 괴물들의 울부짖음이 뒤엉켜 심연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교향곡을 이루었다.

순식간에 이곳은 연옥이 되어버렸다.

이스마엘은 이를 꽉 깨물었다. 처음엔 자신의 스승이었고, 이번엔 선배까지...

더 이상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날 따라와.

...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가운데, 복도를 지나는 길이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

정비 구역이 바로 앞에 있어.

옆방에서 격렬한 전투음이 터져 나왔다.

더 말할 새도 없이 이스마엘을 잡아당겨 몸을 날렸다.

쾅!

옆벽이 산산조각 나며, 복도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앞을 가로막은 것은 키가 3미터는 족히 되는 고양잇과 침식체였다.

침식체의 몸 곳곳에는 상처가 나 있었고, 그 틈새로 붉은색 안개 같은 것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검의 손잡이를 꺼내 작동시키자 입자 광선이 쏟아져 나왔다.

응.

몸을 낮춰 돌진하며 침식체의 팔을 피한 뒤, 순식간에 위로 검을 휘둘렀다. 침식체의 팔이 잘려 나갔고, 그 틈을 타 침식체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왼팔의 건틀릿으로 위쪽을 향해 광파를 쏘자, 침식체가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

이스마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의 침식체를 향해 무기를 발사했다. 총구에서 나온 구형 광파가 천천히 퍼지며 커졌고, 공중에 떠 있는 침식체는 피할 수 없었다.

우우웅...

침식체와 함께 천장과 벽의 일부가 순식간에 분해되어 사라졌다.

오른손을 들어 이스마엘에게 하이 파이브를 청했다.

팀워크... 라고?

이스마엘은 이 동작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듯했지만, 그래도 따라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짝!

경쾌한 하이 파이브 소리가 울렸다.

...

가는 길에 여러 침식체와 마주쳤지만, 이스마엘과의 호흡으로 위기를 모두 잘 넘길 수 있었다.

정비 구역에 도착하자마자, 이스마엘은 진열대에서 시간 여행 보조 장치를 재빨리 찾아냈다.

새 전송 보조 장치가 활성화됐어. 네가 작동시키기만 하면 바로 전송할 수 있을 거야.

목적지는 좀 외진 행성인데, 아직 처벌을 내리는 자의 습격을 받은 적이 없는 곳이야.

거기라면 안전할 거야...

난 여기 남아야 해. 메인 장치 쪽에 도움이 필요해.

시간 여행 메인 장치는 절대 파괴되면 안 돼. 지금까지 우리가 쏟아부은 모든 노력의 결과물이 거기 있으니까.

이건 내가 내린 결정이야.

넌 그저 우연히 이 일에 휘말린 거잖아. "라니우스"를 위해서 네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건 말이 안 돼.

이스마엘은 상대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았어...

시간 없으니까 서둘러 가자.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오면, 넌 전송 보조 장치 써서 즉시 빠져나가.

잠시 후 이스마엘과 함께 시간 메인 장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바닥 전체가 붉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공중에 떠 있는 인간형 생물체가 시간 메인 장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공격하고 있었고, 붉은 입자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이미 쓰러져 있었고, 몇 명만이 시간 메인 장치 앞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저게 처벌을 내리는 자야!

처벌을 내리는 자가 강력한 일격을 날리자, 시간 메인 장치 앞에 있던 자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탑...!

이스마엘이 쓰러진 탑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붉은 그림자가 천천히 이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급히 전송 보조 장치를 작동시키고, 이스마엘의 팔을 붙잡았다.

전송을 알리는 푸른빛과 폭발의 섬광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

눈을 뜨기도 전에 촉각과 후각이 먼저 돌아왔다.

피부에 풀잎이 스치는 감촉이 느껴졌고, 흙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전송 직전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벌떡 일어나 보니 이미 그 연구소에서 벗어나 있었다.

으윽...

신음이 들려 고개를 돌리자, 이스마엘이 잔디밭에 쓰러져 있었다.

이스마엘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고, 등에는 폭발로 인한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이스마엘이 힘없이 자신의 응급 키트를 가리키자, 재빨리 키트에서 필요한 약품들을 찾아냈다.

진통제를 복용한 뒤, 이스마엘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응...

수없이 해본 것처럼 능숙하게 상처를 씻어내고,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뒤 붕대를 감았다.

그래도 이스마엘의 몸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붕대를 감는 손길이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스마엘은 질문에 잠시 정신이 팔렸다가 무심결에 대답했다.

처음이야.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참 이상한 질문이네...

설마 매번 다치고 다니는 이가 있겠어?

너는?

붕대 감는 솜씨가 꽤 능숙한데, 예전에 자주 다쳤어?

맞다. 네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깜빡했네.

붕대를 리본 모양으로 단단히 묶고 나서야, 드디어 붕대 감기가 완전히 끝났다.

고마워.

이스마엘은 눈앞의 잔디밭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시간 메인 장치가 파괴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시간 메인 장치가 망가졌다는 건, 이제 모든 시공간 여행자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다는 뜻이야.

"라니우스"에서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익숙했던 사람들과 물건들이 하나둘 눈앞에서 사라지던 그 순간을 떠올리자, 이스마엘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연구소는 이스마엘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동안의 소중한 순간들이 이스마엘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이제 그 일부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실 "라니우스"는 완공된 지 3개월밖에 안 됐어.

탑 선배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셨어. 시간 여행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개선하셨거든.

연구소가 생기기 전까지는, 시간 여행을 한 사람 중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어.

희미한 희망 하나에 매달려서 수많은 시공간 여행자를 보냈었지.

이제 그마저도 끝이야...

그게 무슨 뜻이야?

이스마엘의 의아한 표정에 기억을 잃은 인간의 자신감이 흔들렸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정말 그런 게 있어?

그냥 던지기만 하면... 망설임 없이 그 결과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진정한 답이... 마음속에...

불현듯 바람이 불어왔다. 수천 년의 시간을 달려온 이 바람은 폭풍우 속의 돛배를 휘감고, 단단한 암석을 깎아내며 흘러왔다. 그리고 지금, 그 오랜 바람이 이스마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마치 해가 저무는 듯, 황혼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스며들었다.

이스마엘은 저 멀리 가리키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스마엘은 인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는 거대한 아치형 천막이 걸려 있었고, 그곳에서 반사된 무수한 빛들이 지평선 너머로 쏟아지고 있었다.

태양이 천천히 지평선 너머로 기울어가자, 온 하늘이 따스한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태양이 사라지자, 천막 위로 또 다른 태양이 천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호박 속에 갇힌 것처럼, 온 세상이 대지 위의 두 사람을 영원히 감싸안는 듯했다.

이스마엘

여긴...

이스마엘의 눈동자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이스마엘

여긴 엔디미온, 탑의 고향이야...

탑이 말했었지. 이곳엔 온 은하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 있다고.

"머리 위로 영원히 반짝이는 저 먼 별들... 영원할 것만 같은 이 긴 황혼..."

탑·3T형이 고향 얘기를 했을 때, 이스마엘은 엔디미온 별에 대해 찾아봤었다.

이 행성은 안정적인 쌍성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엔디미온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으며, 다른 항성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이 행성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엔디미온의 행성 고리에는 빛을 반사하는 광물이 가득했다. 그 광물들이 빛을 받아 반사할 때면,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스마엘

우리 시대에선 이런 광경을 볼 수가 없어.

우린... 정말 과거로 왔어!

이스마엘의 목소리에 설렘이 가득했다.

이스마엘

혹시 네가 전송 보조 장치의 목적지를 바꾼 거야?

분명 탑이었을 거야. 메인 장치에서 우리 목적지를 바꿔 놓은 게 틀림없어.

활기를 되찾은 이스마엘은 전송 보조 장치를 확인하려다가 자신의 것이 망가진 걸 발견했다.

이스마엘은 웃으며 인간이 건넨 시간 여행 보조 장치를 받아들였다.

"라니우스"의 마지막 순간, 이스마엘은 전송을 시도할 틈도 없었고 인간이 그녀를 데리고 탈출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전송 보조 장치도 망가져 버린 것이다.

한참을 이것저것 확인하던 이스마엘이 마침내 작업을 마쳤다.

확인해 봤는데, 우린 지금 40년 전으로 와 있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라니우스"의 설립 시기를 앞당기거나 설립 장소를 바꾸면, "라니우스"가 파멸되는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황혼 속에 서 있는 인간을 바라보며 이스마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같이 세상을 구하러 가자.

그렇게...

기억을 잃은 "그레이 레이븐"과 착한 마엘의 용사 소대가 결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