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이스마엘·환일·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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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환일·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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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님, 도착했어요.

수송기가 서서히 광장에 착륙했다.

이 광장은 두 산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도로가 광장에서 시작해 멀리까지 뻗어있었다.

멀리서 보면 꽤 은밀한 장소처럼 보였다.

광장이 황금시대의 전투기 이착륙 규격에 맞춰 지어진 것으로 보아, 이 "암실"은 애초부터 전투를 고려해 설계된 것이 분명했다.

수송기에서 내리자마자 루시아는 현장의 퍼니싱 농도 측정을 시작했다.

지휘관님, 현재 퍼니싱 농도가 리가 며칠 전에 보고한 수치보다 확실히 높아요.

주변을 좀 조사해 볼게요.

통신이 끊길 정도면 꽤 심각한 상황인가 보네요. [player name] 님, 제가 대원을 추가해서 도와드릴까요?

수송기 조종사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시고, 부디 연락을 유지해 주세요.

수송기가 천천히 이륙해 자리를 떴다.

저기가 입구인가 보네.

이스마엘이 가리킨 곳은 광장 앞 산기슭에 있는 거대한 문이었다.

그 문은 산을 따라 지어져 있었다. 마치 숟가락으로 산을 파낸 것처럼 보였고, "암실"의 본체는 이 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굳게 닫힌 문은 내부와 외부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어 보이는데.

기다리는 동안 이스마엘이 지휘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리와 연락이 끊겼다는 건, 여기가 임무 정보에 적힌 거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얘기인데...

방금 조종사가 지원해 준다고 했을 때 왜 거절한 거야?

이스마엘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궁금증이 묻어났다. 다른 의도가 있어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마치 오랜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이상하게도 지휘관도 이스마엘이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흔한 일이라...

이스마엘은 지휘관의 말을 작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이게 네 일상인 거야?

네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

이스마엘은 갑자기 이런 말을 던지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지휘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주변을 살피러 갔던 루시아가 돌아왔다.

주변을 살펴봤는데,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어요. 퍼니싱 농도도 정상 범위 안에 있어요.

그럼 내부에서 침입했다는 건가?

다른 출입구라면...

[player name] 말이 맞아. 다른 출입구가 분명히 있을 거야. 다만 그 자료가 남아있지 않을 뿐이지.

감사원이 확보한 자료도 일부분뿐이라 다른 출입구 위치는 우리도 모르는 상태야.

호도의 정보에 대해서는, 아마도 자기보험용으로 일부러 중요한 내용을 숨겼을 가능성도 있어.

끊임없이 주변을 수색하다가 마침내 멀리 산 벽에서 숨겨진 작은 문을 발견했다.

문을 힘으로 열 수 없어서 다시 주변을 수색했더니, 문 옆 바위 뒤에 숨겨진 제어 패널을 발견했다.

리브가 당분간 임무를 수행할 수 없고 리도 부재중이어서, 이번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암호 해독 장치를 신청했었다.

제어 패널을 확인한 루시아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암호 해독 장치로는 2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내가 도와줄까?

당연하지.

구조체가 직접 해독하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았다.

이스마엘이 제어 패널 앞으로 가서 능숙하게 암호 해독을 시작했다.

음... 2분 정도면 될 것 같아.

흠... 여기 있던 사람들이 시스템을 좀 개조한 흔적이 보이네.

시간이 거의 10분의 1로 단축됐다. 집행 부대에서도 이 정도 연산 능력을 갖춘 실력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스마엘은 자신의 "패"를 지휘관에게 보여주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2분 후, 문이 살짝 열렸다.

들어가자, [player name].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대의 교통수단이 놓여있는 넓은 창고가 눈앞에 펼쳐졌다.

무기와 장비들이네요.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것 같아요.

호도가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이 지하 거점은 총 20층이고, 그중 지하 7층부터 14층까지는 생활 구역으로 개조됐으며, 그들은 지하 12층에 있었다고 한다.

그럼, 일단 지하 12층부터 찾아보면 되는 거네?

그들이 머물렀던 구역부터 조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창고를 지나자 얼마 가지 않아 엘리베이터 홀이 보였다.

지휘관님, 이합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엘리베이터 홀 앞에서 작은 이합 생물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네!

이합 생물들이 셋을 향해 돌아서며 포효했다. 분명 인간의 기척을 감지한 것이다.

펑! 펑! 펑!

전투가 시작되자, 루시아가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낮게 비행하는 그레이 레이븐처럼, 오른쪽의 이합 생물을 향해 돌진했다.

차가운 기운이 흩어지고, 루시아의 깔끔한 공격으로 이합 생물은 제거됐다.

한편, 왼쪽으로 발사된 총알은 나중에 쏘았지만 먼저 명중했다. 이합 생물의 몸통에 맞은 탄두가 부풀어 오르며 폭발했다.

여기 뭔가 있어...

이스마엘이 엘리베이터 홀 앞에 서서 말했다.

나란히 있는 엘리베이터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부서져 있었고, 문 앞에는 큰 핏자국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을 기준으로 세 구의 시체가 바깥쪽으로 순서대로 쓰러져 있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안에서 밖으로 파괴된 거야.

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다가 이합 생물이 엘리베이터 통로로 쫓아와서 당한 건가?

이 일이 일어난 지... 1시간도 안 됐어.

이스마엘이 바닥의 흔적들을 간단히 살펴보고 결론을 내렸다.

그럴지도?

이스마엘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며, 지휘관은 순간 이스마엘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휘관님, 시신 중 한 명에게서 이걸 발견했어요.

루시아가 발견한 것은 공중 정원에서 제작한 저장 장치였다.

리가 남긴 것 같아요.

저장 장치를 단말기에 연결하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지휘관님, 현재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이 영상을 여러 경로에 남겨뒀으니, 반드시 발견하실 거라 믿습니다.

임무 정보대로 이곳에 도착해서 거점 리더인 호도와 접촉했고, 소통도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거점 내부 지하 5층에서 9층 사이에서 다수의 이합 생물이 발견됐고...

모든 통신도 완전히 끊겨버렸습니다.

피난민이 너무 많아서, 우선 이들을 이합 생물을 피해 아래층으로 대피시키는 걸 돕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먼저 돌파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연락을 드리게 됐습니다.

영상 속 리는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저희는 지하 12층에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2시간 안에 지하 17층에서 19층 사이로 대피해 그곳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이 거점의 리더께서 거점 관련 정보를 전달하실 겁니다.

리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구룡 스타일의 옷을 입은 남성이 화면에 들어왔다.

저는 이 거점의 리더 호도입니다. 전에 공중 정원과 연락을 주고받았었죠.

호도의 표정에는 초조함이 살짝 묻어났다.

시간이 없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정예 요원들이 이 영상을 들고 탈출을 시도할 겁니다.

이 영상을 보고 계신다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데리고 와주시길 바랍니다.

이 거점에는 원래 보호 시스템이 있었는데, 저희가 그걸 개조했습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 보호 시스템을 이용해서 대피하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났습니다. 보호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됐고, 저희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하 6층과 7층 사이가 봉쇄돼서, 아무도 나갈 수 없습니다.

저희 인원들이 통풍관을 통해 탈출로를 확보해 보려 합니다.

부디 이 영상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이곳의 수천 명을 모두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영상은 여기서 끊겼다.

역시.

이 "암실"에는 특수 상황에 대비한 보호 시스템이 있었어.

내부 인원이나... 뭐, 다른 뭔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고 만든 거겠지. 완벽한 내부 봉쇄가 목적이었던 것 같아.

이 거점 사람들이 "암실"의 원래 보호 시스템을 가져다 썼어.

원래 시스템을 개조했는데, 방식이 너무 조잡했나 봐. 외부 침식체 침입을 막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뭐, 보다시피...

실패했어.

지휘관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리와는 이미 통신이 끊긴 상태였고, 아래층에는 전자기 교란으로 통신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았다.

호도의 설명으로는 지하 6~7층이 봉쇄됐고, 지하 5~9층에 모두 이합 생물이 나타났지만, 다행히 통풍관은 안전하다고 했다.

리가 남긴 정보로 볼 때, 그들은 이미 지하 19층으로 대피했을 것이다.

셋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지하 4층 버튼을 눌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하 7층 아래의 층들도 눌러봤지만, 예상대로 모두 잠겨 있어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 통로

지하 9층과 10층 사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합 생물을 많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내려갈 때마다 안전 통로에 방호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루시아의 도움으로 방호벽을 하나씩 뚫어가며 셋은 계속 아래로 향했다.

앞쪽 벽에 큼지막한 "-10F" 표시가 보이자, 이스마엘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여기서 잠시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응. 자료를 보니까 "암실"의 중앙 관제실이 지하 10층에 있더라고.

이스마엘은 대답 대신 그 신비로운 미소만 지었다.

문득 임무 브리핑에서 본 "감사원 동행 인원의 안전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라는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걱정하지 마. 전투는... 자기방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스마엘의 뒤쪽 구석에서 이합 생물이 불쑥 나타났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왼쪽으로 한 발짝 비켜섰고, 이합 생물의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허리춤에서 재빨리 권총을 꺼내 옆으로 돌면서, 총성과 함께 이합 생물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 와중에도 이스마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나도 구조체라서, 내 연산 능력으로 이 정도 공격은 피할 수 있어.

음... 방금 본 것처럼 말이야.

이합 생물이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중앙 관제실에 가면 "암실"의 보호 시스템을 다시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운이 좋으면 봉쇄된 보호 시스템도 열 수 있을지 누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