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전병, 치즈 브륄레 있어요~
각종 유명한 간식이 있어요. 구경하고 가세요~
축제 현장에 들어서자, 예전 교육 구역 가로수길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곳곳이 황금시대의 학원제 스타일로 장식되어 있었고, 분위기는 매우 활기찼다.
가로수길은 도로변에 가판대를 차린 학생들과 축제를 보러 휴가 낸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각 부서에서 마주쳤던 익숙한 얼굴들이 꽤 많은 것으로 보아 이 축제의 인기가 상당한 모양이었다.
솜사탕, 예쁘고 맛있는 솜사탕이 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호객 소리에 둘러싸여 버렸다.
솜사탕이다!
옛날 생각 난다. 안 먹은 지 몇 년은 된 것 같아.
브리이타가 그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 뒤, 지휘관을 향해 돌아보았다.
[player name], 솜사탕 먹어본 적 있어?
이런 기회도 흔치 않은데, 하나 먹어보자. 달콤한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놀러 왔으니까 신나게 즐겨야지!
그러니까, 꼭 먹어봐야겠지?
하나 주세요.
여기 있어요. 감사합니다.
난 구조체라... 안 먹어도 돼.
이런 서툰 변명은 설득력이 있을 리 없었고, 브리이타의 어색한 말투는 그것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네!
[player name]...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 파는 여학생이 솜사탕 두 개를 만들어주었다.
평소에 보기가 힘든 이런 장난감 같은 음식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고 쥐고 있으니, 축제가 시작됐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브리이타가 솜사탕을 살짝 베어 물었다.
기억 속 그 맛 그대로야.
어렸을 때 먹었던 솜사탕이 생각나네. 그때는 다 먹어버리는 게 아쉬워서 조금씩 아껴 먹었었는데. 솜사탕 하나 들고 마을을 오후 내내 돌아다녔었어.
어떨 땐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솜사탕이 나도 모르는 새 다 녹아버린 적도 있었어.
그때는 진작 먹을 거라고 후회하기도 했었지.
브리이타가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지휘관도 하얀 구름 같은 솜사탕의 가장자리를 살짝 베어 물었다.
설탕 실이 녹아내리며 내는 강렬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떤 재료도 섞여 있지 않고, 순수하게 설탕으로만 만든 칼로리 폭탄이 주는 솔직한 맛이었다.
너?
하하, 역시 지휘관은 이렇게 단 걸 안 좋아하는구나.
하하, 지휘관의 입맛도 어린아이 같을 줄은 몰랐네.
근데 솜사탕 많이 먹으면 금방 갈증 나는 거 알아?
잠깐만 있어봐. 저쪽에 가서 물 한 병 사 올게.
앗!
브리이타가 몸을 돌리자, 그녀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몸이 굳어버린 브리이타가 슬금슬금 지휘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저쪽에 내 대원이 3명 있어.
아이스크림 가판대 옆에 있잖아. "장벽", "사막여우" 그리고 "도마뱀".
이 자세 그대로 솜사탕 먹는 척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8시 방향으로 천천히 빠져나가자.
행동 개시!
조금만 참아! 안전한 곳으로 가면 배 터질 만큼 사줄게!
……
이제부터 내 지시에 따르는 거야. 먼저 오른쪽 다리를 들고, 분수대 쪽으로 이동해.
하지만 인생이란 뜻대로 되는 법이 없었다. 지휘관과 브리이타는 금세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이의 눈에 띄고 말았다.
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 아니신가요? 교육 구역 축제를 구경하러 오셨나 보네요.
"장벽"은 그 이름처럼 매우 큰 키와 우렁찬 목소리의 소유자다.
이제 못 들은 척할 수도 없게 됐다.
"장벽"은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 다른 손에는 "스윗"이라고 적힌 작은 깃발을 들고 활기차게 다가왔다.
지휘관이 곁눈질로 살펴보자, 브리이타는 지휘관의 뒤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그건... 솜사탕인가요?!
어디서 파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감사합니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도 스윗파셨군요.
"장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막여우"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이봐,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함부로 타인을 단정 짓지 말라고. [player name] 지휘관님께서는 솔티파일 수도 있잖아?
"장벽"의 옆에 있던 "사막여우"는 한 손엔 소금을 뿌린 감자튀김, 다른 손엔 "솔티"라고 쓰인 작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보통은 달고 짠 걸 다 먹지. 너희 둘처럼 한쪽만 고집하지는 않아.
말을 마친 "도마뱀"은 핫도그를 들고 있던 오른손으로 왼손의 아이스크림을 찍어 한입 베어 물었다.
"장벽"과 "사막여우"는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눈에 띄게 반걸음 물러섰다.
보통은 너처럼도 먹지 않아!
전혀 아니거든요!
관계가 좋긴 하죠.
어라?
지휘관은 뒤돌아보지 않고도, 브리이타의 몸이 살짝 굳어진 것이 느껴졌다.
[player name] 지휘관님, 뒤에 계신 분은...
!!!
다행히 행동이 더 빠른 "사막여우"가 "장벽"의 입을 순식간에 막아버렸다.
"사막여우"의 얼굴에 응축액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어! [player name] 지휘관님 뒤에 아무도 없다고!
"장벽", 너 솜사탕 먹으러 가고 싶다고 했지? 어서 가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마뱀"과 "사막여우"는 "장벽"을 데리고 멀어졌다.
"장벽", "사막여우" 그리고 "도마뱀" 셋이 인파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브리이타는 다시 앞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끝이야. 분명 날 알아봤을 거라고
다 너 때문이잖아.
너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어.
그 녀석들이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고, 누가 소문이라도 낸다면...
난 지휘관이 또 이상한 소문에 시달리는 걸 원치 않아. 나 때문에 지휘관의 평판이 나빠진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거든.
음, 결정했어. 내일은 내가 하루 종일 직접 "장벽" 일당을 추가 훈련 시켜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