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로봇이 발로 문을 차서 열었다. 그러자 시끄러운 소리가 몰아쳤다.
선더 스파크, 또 왔냐?
이번에 너희를 물리치러 왔다! 어비스 레이지!
잠깐,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을 데려왔다고?! 쳇!
정말 모를까? 지난번 낙원 축제 이후로 내 이름이 이미 컨스텔레이션 전체에 알려졌어.
지휘관에게 눈을 깜빡이며 잠깐 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테디베어가 능숙하게 로봇의 싸움을 말렸다.
연습실도 이젠 우리 건데, 너희가 무슨 수로 이길 수 있다는 거지?!
그럼... 이번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으로 내기하는 건 어때?
한 번만 홍보 비용으로 쓰는 거야. 어때? 이는 바로 그 유명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야!
음...
좋아! 한 번 해보지! 하지만 주제는 우리가 정해. 그리고 이번에도 메들리로 대결한다!
레이지라고 불리는 로봇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좋아!
키스크가 대답하기도 전에, 테디베어가 재빠르게 키스크를 대신해 대답했다.
약속대로, 양측 모두에게 일정한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
"어비스 레이지"는 자신만만하게 녹음실로 들어갔고, 키스크는 지휘관과 테디베어를 데리고 "선더 스파크"가 사용했었던 방으로 향했다.
으흠... 이번엔 드러머는 물론이고 밴드도 구성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차라리 리듬 화가나 계속 도전해 볼까요?
너의 자신감은 두부보다 말랑말랑하구나.
테디베어가 자리에 앉아 키보드에 있는 건반 몇 개를 서투르게 눌렀다.
자, 방해하지 말고 옆에 있어.
테디베어는 어떤 신비한 영역을 펼치는 것처럼, 단말기 시뮬레이션 스크린을 동시에 3개를 펼쳤다. 그리고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스크린을 두드리자, 가끔씩 이상한 화음이 들렸다.
이... 이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대단해 보여요.
일에 몰두하고 있는 테디베어의 집중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녀는 스크린에 떠오르는 코드에 완전히 몰입한 나머지 외부 소리는 전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제가 혹시 테디베어에게 오일주 한 잔 산다고 하면, 받아줄까요?
테디베어와 오일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좁은 녹음실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지가 꽝꽝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봐... 선더 스파크! 다 됐냐?
물론이지.
단말기에서 저장 장치를 뽑아낸 테디베어는 지휘관에게 눈짓하며 로봇들을 따라 나갔다.
여기는 우리 홈그라운드니까, 약속대로 우리가 먼저 시작하겠다.
레이지는 자신 있게 손에 들고 있던 저장 장치를 플레이어에 꽂았다.
시끄러운 음악이 플레이어에서 울리기 시작하자, 가속하는 드럼 비트와 기타 스트로크가 지하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번 어비스 레이지의 음악은 더 강력해졌어요. 이렇게 긴 메들리와 넓은 음역이라니, 으아...
끝났어요. 이번에도 우리가 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 너의 자신감은 정말 두부보다 말랑말랑하구나.
나한테 다 맡기라고 했잖아.
음악이 끝나자, 레이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키스크를 바라보았다.
어때? 너희도 연주할 거야? 아니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을 그냥 우리에게 넘길래? 마침 어비스 레이지 콘서트를 홍보해야 하거든.
젠장!
그렇게 빨리 샴페인을 터뜨리지 마. 우리... 그러니까 선더 스파크의 작품을 아직 틀지도 않았으니까.
분홍 머리 구조체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플레이어로 걸어갔다.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수상한 미소를 짓고 있던 테디베어가 저장 장치를 플레이어에 꽂았다.
지휘관이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 메들리다!
지휘관의 익숙한 목소리가 플레이어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일이 아니야. 그냥 작은 합성 프로그램일 뿐이야.
분해하고, 합성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거.
소리를 분해하고, 합성했다가, 다시 조립했다고?!
어찌 되었든, 테디베어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지휘관의 "노래"까지 포함된 곡을 완성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우와!
역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답습니다! 다음번에는 꼭 여기서 노래해 주셔야 해요!
어쨌든, 이 곡은 가득 찬 환호성 속에서 전부 재생됐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 직접 노래를 한다니!
그래도 난 여전히 우리 어비스 레이지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 너희의 곡은 길이나 깊이가 우리 것에 훨씬 미치지 못해.
난 우리의 곡이 이게 하나뿐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뭐?!
이번엔 이 곡을 들어봐.
승리를 확신한 듯 테디베어는 다른 곡을 재생했다.
고조된 노랫소리는 하늘 높이 울려 퍼졌고, 낮은 울림은 심연 속에 메아리쳤다. 이 곡만큼 조화롭고 유려한 곡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곡은 모든 음악적 형식을 아우르고 있었고, 완벽하게 다양한 선율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모든 로봇이 매혹되어 멜로디만 듣고 있었다.
곡이 끝나자,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선더 스파크가 이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반칙이야! 분명 어떤 속임수를 썼을 거야!
무슨 증거 있어?
이 높은 음 부분 그리고 여기... 이건 연주할 수 없는 리듬이잖아!
분명 뭔가 기술을 쓴 거야!
오? 너희는 쓰지 않았나 보네?
우리, 우린...
로봇은 거짓말에 서툴렀다.
테디베어가 그들이 사용한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하나씩 밝혀내자, 레이지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우... 우리도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사용했어.
혹시 내가 구매하고 싶다면, 네가 사용한 이 프로그램을 팔래?
미안하지만, 불가능해.
테디베어가 스크린을 몇 번 터치하더니, 방금 작성한 그 "프로그램"이 휴지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쨌든... 너희가 졌어.
선더 스파크의 소장품을 돌려줘.
마지못해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한 어비스 레이지는 선더 스파크의 소장품과 연습실을 돌려준 후, 풀이 죽은 채 연습실을 나섰다.
화 안 났어?
너의 목소리로 합성한 그 메들리 때문에 화나지 않았어?
지휘관은 화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 기술 천재다워.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정밀한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완성하다니 말이야.
더 대단한 것도 있는데, 넌 몰라?
분홍 머리 구조체가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어요! 다행이에요! 아직 팔지 않았네요!
키스크는 창고에서 무선 헤드폰을 꺼내 들었다.
약속한 가격은 계좌로 바로 송금해 줄게.
테디베어는 조심스럽게 헤드폰을 받아 들고는 품질을 확인했다.
아... 이렇게 잘 보존된 물건은 여기서밖에 찾을 수 없을 거야.
이건 전에 약속드렸던 추가 "보상"이에요. 제가 샘과 교환해서 얻었어요.
로봇은 신비로운 선물 상자를 테디베어에게 건넨 뒤, 또 다른 물건들을 꺼냈다.
그리고... 이건 도와주신 것에 대해 따로 감사의 표시로 준비한 선물이에요. 제가 드린 걸로는 수고해 주신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제가 소장품 중에서 발견한 건데,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이건...
황금시대 이전의 물건이에요. 저희가 세르반테스와 함께 지상에서 여행할 때 발견한 건데...
제가 열심히 이것들을 복원했고, 어울리는 작은 상자도 찾아냈죠.
이제 이건 당신 거예요.
선더 스파크를 도와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에요. 마음에 들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