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는 몇 번 고민하다가, 결국 그 추가 선물을 받았다.
키스크는 서둘러 친구들을 만나러 돌아갔고, 테디베어는 손에 든 새 소장품을 들뜬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고전적인 저장 방식을 사용하다니... 정말 보기 드문 소장품이네.
응? 넌 아직도 그걸 생각하고 있는 거야?
영혼이 없어서 그랬어.
음악은 영혼이 필요해. 그렇게 짜맞춘 건 그저 겉만 번지르르할 뿐, 제대로 들어보면 내포된 게 없어.
화려하게 보이지만, 진정한 음악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단 말이야.
사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어. 이거 비밀이야.
예전에 익명으로 공중 정원 포럼에 프로그램 알고리즘으로 합성한 곡을 올린 적이 있었어.
일렉트로닉 뮤직 소프트웨어나 악기,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프로그램 알고리즘으로 만든 것들이었지.
처음엔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느낄 수 있었어.
그건 단순한 기술일 뿐, 진정한 "음악"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말이다.
이런 것들을 프로그램 알고리즘으로 대량 생산하면 안 돼... 뭐, 내 흑역사 중 하나가 될 거야.
너만 아는 거야. 비밀로 해줘!
테디베어가 경고하듯 쳐다봤다.
그럼, 됐어.
그러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테디베어는 작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새 소장품을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응? 아직 물어볼 게 더 있어?
……
수송기 내압 테스트!!
예정했던 계획이 생각난 테디베어는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 났다! 키스크!! 차 좀 빌려줘!!!
테디베어는 지휘관의 손을 잡고는 빠르게 문 쪽으로 달려갔다.
키스크의 전기차를 빌렸지만, 테디베어는 계획한 일정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테스트 센터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오후 한낮이 됐다. 테디베어는 황금시대의 코팅을 벗고 의자에 축 늘어져 있었다.
테스트 센터 바로 옆에는 해변이 있었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도시를 스치고 있었다.
결국 시간을 맞추지 못했네.
테스트 센터 담당자에게 이야기해 뒀어. 다음 수송기가 출발할 때, 미리 알려줄 거야.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는 느낌은 여전히 찝찝하긴 해.
계획대로 하지 않고 키스크를 도와준 덕분에 각성 로봇과의 우정과 그 로봇이 준 선물을 얻을 수 있었다.
맞아. 예상치 못한 소장품을 얻긴 했지.
테디베어는 오래된 소장품을 꺼낸 뒤,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황금시대 이전에 나온 것인데,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라고 불리는 거다.
나도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었어. 예전에 그들이 여행할 때 전자 박물관 같은 곳을 지나쳤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된 물건을 얻을 수 있었을 거야.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기계인 것 같아.
이건 유선 이어폰과 "카세트테이프"다. 황금시대보다 오래전 사람들은 이렇게 음악을 기록했던 것 같아.
자유롭게 재생할 수 없어서... 오히려 로맨틱한 면이 있네.
자유롭게 재생할 수 없다 보니, 모든 음표를 집중해서 들어야 하거든.
그리고 이런 카세트테이프는 너무 많이 되감다 보면 손상될 수도 있어.
분홍 머리 구조체는 조심스럽게 반투명 검은색 카세트테이프를 정리했다.
각성 로봇들이 아주 잘 보관해 뒀더라고. 내가 조금만 조정하면, 다시 작동할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부품에 집중하던 분홍 머리 구조체가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부품 몇 개를 조정했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너도 들어볼래?
이것도 계획에 없던 "일정"이긴 해.
꼭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고, 실망일 수도 있겠지만.
지휘관이 반응하기도 전에, 분홍 머리 소녀가 다가와 유선 이어폰의 한쪽을 지휘관 귀에 꽂아 주었다.
설명서를 보면... 이게 맞을 거다.
고개를 숙인 테디베어는 "재생"이라고 적힌 버튼을 살짝 눌렀다.
"지지직..."
전자파 소리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왔다.
카세트테이프가 망가진 걸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혀 들어본 적 없는 편안한 곡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긴 한숨을 내쉰 분홍 머리 구조체가 유선 이어폰에 이끌려 지휘관이 앉은 자리 옆으로 다가왔다.
이것도... 계획 밖 놀라운 일이겠지.
음... 꽤 괜찮은 일정이란 생각이 드네.
테디베어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공중 정원
테디베어는 지휘관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휴게실까지 배웅해 주었다.
너도 알겠지만, 나 같은 기술자에게는... 이게 최고 수준의 감사 표시다.
네가 그렇게까지 정성껏 초대하는 거라면, 당연히 들어가야지.
휴게실에 들어서자, 무엇인가 생각난 듯 테디베어는 선물 상자를 꺼냈다.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지난번 휴게실에 왔을 때, 네 쪽에 이런 게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했거든.
기억력이 왜 그렇게 나빠. 내가 노동력을 제공해서 교환에 성공한 "보상"이잖아.
음흠~
열어봐.
소파에 앉아 팔짱을 낀 분홍 머리 구조체가 지휘관을 지켜봤다.
포장이 엉망인 선물 상자를 열자, 작은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
황금시대의 제품인 듯했고, 오래됐지만 사용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휘관이라서 큰 헤드폰을 자주 착용할 수는 없을 거지.
그럼, 이걸로 가끔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때?
내가 살짝 개조해 줄게. 그럼, 너의 단말기에 연결할 수 있을 거지.
정말 센스가 없네.
이 브랜드의 스피커는 음질이 아주 특별해서, 보통 단말기와는 비교할 수 없어.
지난번에 보니까, 너의 책상 여기쯤이면 딱 맞게 놓을 수 있겠더라고.
스피커 버튼을 누르면서 테디베어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러자 맑고 깨끗한 음악이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왔다.
당연하지.
……
지금 이런 때에 굳이 그 얘기를 다시 꺼내야 해?
지금은 휴식 시간이라고.
테디베어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수리된 단말기를 열었다.
너도 재미게 즐겼잖아?
그래도 조금 성의가 있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분홍 머리 구조체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지휘관을 바라봤다.
그럼, 그렇게 약속한 거야.
낮은 음악 소리 속에서 황혼이 창틀을 타고 올라오면서,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살며시 커튼을 흔들었다.
어스름한 빛은 저녁노을이 지는 시간을 길게 만들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되감을 수 없듯이, 시곗바늘도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이 고요한 황혼의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히 여길 만한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