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라미아·심요·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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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심요·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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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님,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절벽 끝에서 구조체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그물에 떨어진 라미아와 지휘관을 향해 소리쳤다.

난민 주둔지도 점령했어요. 전투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지휘관님이 일으킨 소동 덕분에 초병들 주의가 지휘관님한테 쏠렸어요. 그래서 그들이 인질들을 해치기 전에 제압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인질들이 오랫동안 약물 투여를 받았던 것 같아요. 아마 통제를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이런 약물들은 그들의 뇌와 신경에 큰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회복이 어려울 것 같아요.

라미아는 인간의 손이 약간 떨리는 것을 느꼈다.

확인해 볼게요.

저기...

밧줄을 내려달라고 해서 올라가는 게 먼저 아닐까요?

라미아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많은 변수가 발생해서인지, 그녀의 정신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필사적이었다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미아는 "성의껏" "감사"를 표했다.

지휘관님. 손잡으세요.

대원의 도움으로 라미아와 지휘관은 다시 땅 위로 올라왔다.

지휘관님. 이제 얼굴에 있는 붕대는 벗어도 되지 않을까요?

지휘관이 얼굴의 붕대와 가짜 피부를 벗겨내자, 몇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인상 깊었던 얼굴이 라미아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 자식, 예전보다 마른 것 같은데?)

기억 속 모습과 달리, 인간의 얼굴은 예전보다 수척해졌고, 광대뼈와 하악골이 도드라져 있었다.

지휘관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요양을 끝낸 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이렇게 위험한 임무를 맡으시다니요.

하지만 잠복 중엔 무기도, 통신 시설도 휴대할 수 없잖아요. 너무 위험했어요.

그래도 지휘관님께서 매일 거울로 햇빛을 반사해 보내는 신호로 지휘관님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거예요.

지휘관이 이 화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정화 부대의 신병은 뒤에 숨어 있는 라미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아이는 누구예요?

햇빛을 반사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신병은 라미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아이린... 제 이름은 아이린이에요.

라미아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뒤로 몸을 숨겨 상대방의 시선을 완전히 피했다.

어린아이한테도 손을 대려 했다니...

구조체가 분노에 휩싸인 듯 공중을 향해 주먹을 몇 번 휘둘렀다.

그럼, 이 아이는 당분간 어디에 맡길까요?

가장 가까운 진료소는 여기서 2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육로로 이동할 수 있어요.

제가 차 가지고 올게요.

몸을 돌린 지휘관이 아이 모습의 라미아 앞에 쭈그리고 앉아 라미아와 눈높이를 맞췄다.

[player name]...

(그건 이미 알고 있다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 라미아를 본 지휘관이 가볍게 기침했다.

괜찮아요.

(속인 건 피차일반이야.)

지휘관님. 차 준비됐어요.

구조체 신병이 지프차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뼈마디가 선명하고 희미하게 푸른 정맥이 보이는 붕대를 푼 손이 라미아를 향해 내밀었다.

네.

도망칠 생각이었음에도 라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 손을 잡았다.

별빛 아래에서의 위로와 포옹 때문이었을까?

요 며칠 간의 온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체력이 고갈됐어도, 자신을 버리지 않은 보호 때문이었을까?

한 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라미아는 순간적으로 집착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평소 주관이 강하지 않았던 라미아는 그 충동을 따르기로 했다.

(일단 따라갔다가 나중에 도망갈 기회를 노리는 게 좋겠어.)

어디로 가요?

얘야. 넌 운이 좋구나. 가장 가까운 진료소가 정화 구역에 있는데, 거긴 절대적으로 안전해.

정화 구역에요?

(아???!!!)

라미아의 반응을 오해한 지휘관이 그녀에게 정화 구역의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퍼니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구역의 경계 지대를 감시하기 위해 여러 개의 대형 초소를 배치했다는 내용과

그래서 그 구역이 인간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너무나도 잘 알지!)

(어떡하지? 이대로 정화 구역에 들어가게 된다면, 퍼니싱을 제어할 수 없어서 정체가 드러날 거야.)

(그럼, 정말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되버리고 마는데...)

음... 사실 주둔지에 아직 정리 안 된 물건이 좀 있어서요.

그건 걱정하지 마. 주둔지에 있는 물품은 우리가 잘 정리할 거야.

증거가 될 만한 걸 찾을지도 모르니까. 부대와 합류한 뒤에 네 물건을 찾아가면 돼.

증거 보관이 필요 없는 물건이라면, 검사 후에 바로 돌려줄 거야.

다 신병이긴 하지만, 일 처리는 안심해도 돼.

차창에 기댄 신병이 라미아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말 믿음직스럽네요. 하하하...

라미아가 멋쩍은 웃음소리를 냈다.

(여기서 위장을 해제해야 하나...)

라미아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있는 인간은 여전히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거짓 속에서 태어난 이 온정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라미아는 처음으로 생존 이외의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살아남고 싶으면서도, 이 허황한 빛에 감싸인 추억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딜레마에 직면한 라미아는 본능적으로 후퇴했다.

갑자기 암석과 강철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자, 검은 절벽의 암석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물을 고정하는 말뚝 기계가 제어 불능 상태가 됐어요! 퍼니싱? 퍼니싱이 어떻게 나타난 거죠?

순간, 라미아는 발 디딜 곳을 잃었다. 조금씩 빨라지는 추락을 느끼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라미아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예전처럼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거짓된 이야기에 이렇게 갑작스러운 마침표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인어는 결국 거품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예전처럼 하면 돼.)

라미아는 바다에 떨어지면 자기는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고, 지휘관에게 자신은 별 볼 일 없는 행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지휘관의 성격상 자신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 라미아는 그런 자신이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하나가 라미아를 꽉 잡자, 추락이 멈췄다.

그 손은 너무나 연약해서 라미아가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손은 너무나 강력해서 뼈가 부서져도 상대방은 손을 놓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나요.

인간은 라미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면 바닷바람 소리가 라미아의 질문을 가렸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절벽에서 튀어나온 암석을 붙잡고 있는 오른손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기 때문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라미아와 지휘관이 중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지지점이었다.

뚝... 뚝...

붉은 피가 상대의 손바닥을 따라 라미아 얼굴에 떨어졌다.

이내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암석과 함께 라미아와 지휘관이 아래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