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은 물에 빠지는 자세가 고공 낙하로 인한 부상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약한 생명을 품에 안고 수직으로 입수하려 노력했다.
가장 완벽한 자세로 입수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높이에는 한계가 있었다.
살을 사이에 두고 해머로 약한 뼈를 정확히 내리치는 것처럼, 격렬한 충격이 발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오장육부가 위로 밀려 올라가면서, 피와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기침하고 싶었지만, 느껴지는 건 질식할 것 같은 고통뿐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닷물이 기도로 밀려들었고, 이와 동시에 충격이 두개골로 전해졌다. 그러자 뇌가 공처럼 두개골 안에서 요동쳤다.
지휘관은 순간 의식을 잃게 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던 그때, 얼굴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는 게 느껴졌다.
옆으로 굴러 피하려고 했지만, 근육이 하나하나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다음 행동을 막아섰다.
지휘관은 그 통증 덕분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천천히 눈을 뜨자, 짙은 푸른색과 옅은 푸른색이 뒤섞인 거대한 물고기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한기를 띤 삼지창이 보였다. 하지만 무기보다는 지팡이에 가까웠다. 방금 느꼈던 차가움은 삼지창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간신히 목을 들어 올리자 낯익은 얼굴이 하나 보였다. 그녀의 등 뒤에서 바닷물이 암초에 부딪히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켰다. 그 모습이 마치 그녀에게 순백의 베일을 두르게 한 것 같았다.
알파의 변화를 본 지휘관은 그녀와 같은 진영의 승격자들도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불확실한 추측이 떠올랐다.
날 알아보다니...
네 마음속에 이미 답이 있잖아, 안 그래?
상대방의 대답을 들은 순간, 많은 걸 깨달았다.
이상한 행동을 보인 어린아이, 갑자기 제어 불가가 된 말뚝 기계, 갑작스러운 퍼니싱의 출현.
차갑고 진지해진 지휘관의 목소리를 듣고 라미아는 손에 쥔 무기를 꽉 잡았다.
이는 공격의 전조가 아니었다. 그냥 손에 무언가를 잡고 있어야만 라미아의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많은 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갔다. 행복은 꽉 붙잡으려 할수록 그녀에 의해 짓이겨지고, 작은 바닷속 거품처럼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말해줄 수 없어.
라미아는 지휘관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앞에 있는 이는 분명 뼈가 부러진 고양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왜 눈을 마주치기 어려운 걸까? 과거 일 때문일까?
지휘관의 시선 속 강인함은 보루 안의 사람들과 같으면서도 뭔가 달랐다. 무엇일까?
어?
예상치 못했던 감사 인사에 라미아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 감사가 진심인지 아니면 은은하게 애원하는 것인지 라미아는 알 수 없었다.
라미아는 롤랑처럼 말을 유도하는 기술도, 알파처럼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도 없었다.
라미아는 작은 사랑을 받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거짓말이라 해도, 일시적인 미사여구라 해도 믿고 싶었다.
괜... 괜찮아?
"아이린"이라는 위장을 벗은 라미아는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것에 화상을 입을까 봐 두려운 듯 라미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승격자다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라미아는 익숙했다.
승격자에 관한 문제라면...
라미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지휘관이 자기 뜻을 이해했을 거라고 믿었다.
가능하다면 대답해 볼게.
누군가가 가르쳤던 것이 기억난 듯 라미아는 당황해하며 덧붙였다.
나... 나도 질문할래.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질문하자. 아니면 지휘관이 하나 더 물어볼 수는 있어. 더는 안 돼.
라미아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더니, 결국 파도 소리에 묻혔다.
아니.
어. 이렇게 바로 믿는 거야?
음... 그럼, 내 차례네.
??
너... 너 그거 억지야.
라미아가 낮은 목소리로 항의했다. 항의하면서도 불안한 듯, 라미아는 꼬리로 바닷물을 쳐서 물방울을 튕겼다.
지휘관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야 라미아는 지휘관이 농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질문할게. 처음에 왜 도와줬어?
숨김없는 솔직한 답변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내가 승격자라는 걸 알았더라도 나를 그렇게 대했을 거야?
조심스럽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한 라미아는 하나씩 질문하자던 규칙도 잊은 것 같았다.
예상했던 대답이었지만, 상대방의 단호한 태도에 라미아는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반전의 말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오른 라미아는 누워 있는 인간을 내려다봤다.
"아이린"이 거짓말로 가득한 외형일 뿐이라고 해도?
이해가 안 돼. 선의는 똑같이 선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는 거 아니야?
거짓말, 기만과 배신은 처음부터 벌을 받아 마땅한 거 아니야?
난...
위장 마스터인 라미아는 누구의 모습으로도 위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라미아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표면적인 것들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깊이 파고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넌 가능해?
지휘관은 고개를 저었다.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아플 걸 알면서 왜 그러는 거야?
그런 일은...
라미아가 뭔가를 더 말하려던 찰나, 수많은 구조체가 암벽을 타는 소리가 들렸다.
난... 난 먼저 가야겠어.
그럼, 어서 물어봐!
그건...
지휘관님을 발견했어요. 옆에 있는 건... 승격자예요!
여러 조준기의 반점이 순식간에 라미아의 몸 위에 나타났다. 그녀의 옆에 지휘관이 없었다면 폭풍우 같은 총알이 쏟아졌을 것이다.
먼저 가야겠어. 나머지 문제는 다음에 얘기하자.
몸을 돌려 바닷속으로 뛰어든 라미아는 작은 물보라만 남겼다.
라미아는 물에 비친 별들을 쫓으며, 육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나아가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육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햇빛처럼 찬란한 불빛을 켜는 걸 바라봤다.
먼 곳의 빛과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라미아는 대답하지 못했던 답을 천천히 말했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서.
자신이 왜 그 시선을 피하면서도 갈망했는지 라미아는 드디어 이해했다.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영혼이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갈망했다. 그것이 존재의 증명이자, 외로운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라미아는 문득 이전에 본 시구가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강가의 불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한 줄기 빛으로 살아가라. 누가 너의 빛으로 어둠을 빠져나올지 모르니.
선한 마음을 간직하라. 누가 너의 선함으로 절망에서 벗어날지 모르니.
마음속 신앙을 지켜라. 누가 너의 신앙을 빌어 혼란에서 벗어날지 모르니.
자신의 힘을 믿어라. 누가 너를 믿기 때문에 자신을 믿기 시작할지 모르니.
결국 불빛은 사라졌고, 우연으로 탄생한 이 만남도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왔다.
아마 다음은 없겠지.
보이지 않는 뒷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본 라미아는 몸을 돌려 빛이 없는 심해로 들어갔다.